7년 전 화창한 봄날의 트라우마

임채만
(지역특집부 부장대우)

2021년 04월 19일(월) 20:00
상처는 시간이 흐르면 잊혀진다고 했던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평범한 하루가 그리워지는 날의 연속이다.

세월호 7주기를 맞아 기억의 회로를 2014년으로 되감아봤다. 4월16일 화창한 봄날이었다. 사회부 기자로 광주에서 발생한 사건·사고 취재에 지쳐 있었다. 같은 부서 선배로부터 진도 해상에서 대형 선박 침몰 사고가 발생, 현장에 즉각 출동하라는 지시 전화를 받았다. 큰 사고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으로 크게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진도 팽목항까지 가는 차 안에서 잇단 사상자 보도를 접하면서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2시간 넘게 걸려 도착한 팽목항. 평소 인적이 드문 이 곳에 전국에서 몰려든 보도진과 소방 인력 등이 장사진을 쳤다.

강한 해풍이 불어오는 방파제에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 세월호에서 구조된 이들이 배 밖으로 나와 물기가 흠뻑 젖은 상태로 진도실내체육관으로 이동하는 것을 동행하면서 ‘안전사고 불감증 현장’을 취재했다.

임시 숙소로 정해진 진도실내체육관에서는 단원고 인솔 교사들이 구조된 학생들의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에 바빴다. 그때까지만 해도 실내체육관 안팎의 분위기는 고요했다. 이 순간도 찰나, 경기도 안산 등 수도권에서 가족들이 현지에 도착하면서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바뀌었다. 시시각각 전해오는 시신 수습 소식은 기자에게도 트라우마를 남기며 큰 충격을 줬다.

사고 발생 이후 진실 규명을 바라는 유가족들이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세월호 선장, 목포해경 등 사고 선박 관계자에 대해 선고를 했을 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절규의 외침’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당시 세월호 취재 과정에서 받은 트라우마는 취재기자에게도 견디기 힘든 고통으로 남아있다. 시간은 어느 새 7년이 흘러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외쳤던 날이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다. 대형 사고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노력과 각성도 사라지고 있다. 2014년 4월16일 화창한 봄날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잔인한 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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