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작품 ‘일제를 빛낸 사람들’ 전시 중단 요구 파장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전시 중단 공식 입장문 전달 이상호 작가 “예술에 대한 창작, 표현의 자유 보장돼야” 김다이 기자

2021년 04월 20일(화) 20:34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광주비엔날레 측에 전시 중단을 요구한 이상호 작가의 ‘일제를 빛낸 사람들’ 작품./김애리 기자

제13회 광주비엔날레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의 전시가 한창인 가운데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비엔날레 출품 작품 중 한 작품에 대해 전시 중단을 요구해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이는 예술 작품을 그 자체로 보지 않고 특정 단체의 압력, 개입이 시대 역행적인 사고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어서 어떠한 후속 조치가 이뤄지게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일 광주비엔날레 재단에 따르면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지난 14일 전시된 작품 중 ‘일제를 빛낸 사람들’은 악의적 정치 선전물이라고 할 수 있다며 공식 입장문을 비엔날레 측에 전달했다.

해당 작품은 본 전시관 3전시실에 걸린 이상호 작가의 ‘일제를 빛낸 사람들’ 작품이다. 작품 내용은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해 친일·반민족 행위자 92명이 포승줄에 묶어 있는 모습을 한지에 채색해 240cmx410cm규모의 대형 작품으로 출품했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측이 전달한 우편물은 “이상호 작가의 작품이 박정희 대통령과 대한민국의 산업화의 주역들을 왜곡·폄훼했다”며 전시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비엔날레재단이 정치성을 배제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기준과 원칙을 저버리고 끝까지 작품을 전시하게 된다면 광주비엔날레는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길 것”이라며 “광주시와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고 정부도 국민적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해당 작품을 제작한 이상호 작가는 조선대 4학년 재학시절 반미통일 취지의 걸개그림을 제작해 1987년 국가보안법 1호 위반으로 구속된 바 있다.

이상호 작가는 전화 통화를 통해 “예술에 대한 창작이나 표현의 자유가 보장이 돼야 한다. 이 작품은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왜곡을 했거나 사실을 틀리게 그린 것은 전혀 아니다”며 “일제 친일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집약시킨 그림으로 보수 세력들이 건들만할 그림이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물선정에 있어서도 화가의 개인적인 생각이 아닌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와 협업을 해서 친일인명사전에 등록된 사람들도 역사적인 정확도도 가졌다”며 “친일파 중에서도 공과가 있어 좋은 일도 했었던 분들이 문제를 제기할 줄 알았는데 뻔히 알고 있는 박정희 측에서 문제제기를 해 의아했다”고 밝혔다. ‘일제를 빛낸 사람들’의 작품은 박정희기념재단 측의 요구와 상관없이 전시기간동안 차질없이 전시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비엔날레 재단 측은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측의 전시 중단을 요구하는 공식 입장문이 전달됐지만 전시는 재단의 권한을 벗어나 작품을 제작한 작가의 의도가 있고, 전시를 기획한 예술 감독의 고유 권한이기에 비엔날레 재단은 아무런 답변을 해드릴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김다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