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相生)의 전제 양보와 타협 / 김중태

2021년 04월 21일(수) 19:37

김중태 광주상생일자리보좌관

호화로운 주택 높은 담 아래 판잣집 한 채가 자리하고 있었다. 판잣집 주인은 윗집과 자신의 집을 비교하며 자괴감에 빠지곤 했다. 열심히 일을 해도 이렇게 밖에 살 수 없는 자신의 처지 때문이었다. 그런데 윗집에서 구정물이 자주 쏟아져 내려와 판잣집 주인의 불만을 키웠다.

급기야 판잣집 주인은 호화로운 저택 주인을 찾아가 구정물을 밑으로 제발 버리지 말아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그런데도 이 주인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상을 써가며 조롱의 말투로 판잣집 주인의 비위를 건들었다.

“아니 물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게 마련인데 그것도 모르시나요?” 하며 핀잔을 줬다. 판잣집 주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어떻게 하면 윗집에 복수를 할 수 있을까”하고 고민했다. 그러다 계교를 짜냈다. 저택 정원을 향해 굴뚝을 높인 것이다. 그리고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땔감만을 골라 불을 지펴댔다.

냄새 때문에 견딜 수가 없었던지 저택 주인이 판잣집을 찾아왔다. 그리고 대뜸 “고약한 냄새 때문에 살 수가 없으니 당장 멈춰달라”고 요구해 왔다. 그것도 고압적인 자세였다.

판잣집 주인은 “아니 그렇게도 지체 높으신 분께서 연기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이치도 모르셨습니까?” 라며 복수의 한 방을 먹였다. 그리고 화풀이라도 하듯 계속 고약한 냄새를 피워 올렸다. 고약한 냄새를 견디지 못한 호화주택 주인은 결국 이사를 가야 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보다 자기주장만을 내세우다 파경을 맞는 경우라고 하겠다.

노자의 도덕경 상편 제 2장을 보면 ‘유무상생’이란 구절이 나온다. 있음과 없음이 서로 함께 사는 대화합의 정신을 강조한 노자사상의 하나다. 이분법적 사고에 사로잡혀 좋고 나쁨을 구별하는데 급급한 현대인들이 되새길 경구다. 미래학자들은 상생의 원리가 21세기 인류를 이끌 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생은 생태학에서 파생된 개념인 공존(co-existence)이나 공생(symbiosis)보다 더욱 포괄적이고 적극적인 의미를 갖는다. 상생의 원리는 갈등과 대립의 연속이던 지난 세기의 인류사를 21세기에는 화합의 시기로 전환시킬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학자와 동양사상가들이 세기말을 맞아 상생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광주상생일자리재단 설립에 대한 희망의 뭉개구름이 시나브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타당성 용역결과 ‘타당성 있음’, ‘약간 신중’, ‘신중’, ‘아주 신중’, ‘타당성 없음’ 중 2단계인 ‘약간 신중’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보완해야 사항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광주상생일자리재단 설립의 당위성’은 인정된다는 것이다. 어렵게 첫발은 내디딘 셈이다. 기존의 경우 지자체에서 타당성 검토용역 기관을 자율적으로 선정했으나 지난해 6월부터 타당성 검토 강화를 위해 행정안전부가 용역기관을 지정하도록 ‘출자출연법’이 개정(광주광역시 최초 적용)됐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용역결과가 나오기까지 기본계획을 자체적으로 세우고, 각종 기초자료 제공, 현지 실사준비, 최종 평가위원회 설명 질의 응답에 참여하는 등 두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광주시가 설립하고자 하는 광주상생일자리재단은 노동이 존중받고 기업하기 좋은 노사상생도시 실현에 있다. 단순 일자리 소개 및 정보제공, 직업훈련, 고용유지 등 고용서비스 지원업무를 수행하는 일반 일자리재단하고는 다르다.

지역경제 주체간(노·사·민·정) 상생협약을 체결해 적정임금, 적정노동시간, 노사상생, 동반성장, 공동복지프로그램 운영 등을 함께 도모하면서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광주형일자리사업의 요체다.

광주상생일자리재단은 이를 효율적으로 뒷받침 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지역 노·사·민·정협의회의 역할 수행을 뒷받침하고 광주형일자리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교육훈련, 노동·상생일자리 정책연구·평가, 사회연대 일자리 기업 발굴 및 컨설팅, 노동시민교육 및 숙련학습 , 상생형일자리 지원사업 및 지원방안 연구, 지역내 노사갈등 조정·중재 기능을 수행한다.

재단이 안정화된 2024년 이후부터는 지역내 노동관련 시설도 위탁하여 노동관련시설 인프라의 효율적 통합관리와 전문성을 제고하는 등 노동자 복지 증진에 앞장설 계획이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광주가 선택한 것이다. 정착하기까지 적지 않은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노·사·민·정의 대타협 정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양보와 대화와 타협이 전제되지 않은 상생은 있을 수 없다. 광주형일자리 사업의 상징인 GGM(광주글로벌모터스)이 본격적인 생산에 앞서 시험가동에 들어갔다. ‘광주! 대한민국의 미래로!’가 노·사·민·정이 함께하는 ‘상생하는 길’에도 담보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