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데이터센터 세계 톱10 과대홍보였나

2021년 04월 22일(목) 18:03

지난 2월 대한민국 인공지능의 핵심 거점이 될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착수식. 광주시는 첨단3지구에 2천100억원을 투입해 오는 2023년 들어설 예정이라면서 ‘세계 톱10’을 애써 강조했다. 컴퓨팅 연산능력 88.5페타플롭스(PF), 저장용량 107페타바이트(PB)로 국내 최대라는 것. 88.5PF는 1초에 8경8천500조번의 부동(浮動) 소수점 연산을 수행할 수 있으며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누리온 5호기(25.7PF : 2010년 11월 기준, 21위)보다 3배 이상 빠르고 세계 7위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가에서 민간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구축 계획이 변경되면서 혼선이 빚어졌다. 사업자인 NHN은 애초 설계된 88.5PF 가운데 20PF만을 고성능 컴퓨팅(High Performance Computing·HPC) 전용으로 건설하고 나머지 66.5PF는 다른 시스템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로라면 20PF는 세계 23위에 해당하는 정도인데 당연히 국내 1위에서도 물러앉는다. 슈퍼컴퓨터는 구축 규모 못지않게 실측 성능을 중시한다.

데이터센터를 과대 홍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당사자인 광주시는 성능 측정은 NHN과 협의해 판단할 예정이어서 아직 알 수 없다고 해명을 내놨으나 불신을 키우고 있다. 당초부터 구체성이나 현실성이 결여된 채 순위에만 집착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사업 계획 변경이나 적용 형태를 고려하지 않아 실제는 훨씬 못 미칠 것으로 뻔히 예고된 때문이다.

첨단3지구 국가 인공지능 융복합단지에는 창업, 연구, 인재양성 인프라와 최고 수준의 데이터센터가 구축된다. 광주는 ‘담대한 여정’의 시작을 대내외에 알렸다. 데이터센터는 완전히 개방돼 각종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다양한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최적의 클라우드 플랫폼 역할을 한다. 특히 자동차, 에너지, 헬스케어, 문화콘텐츠 등 광주만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폭제로 기대를 모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광주의 미래, 대한민국의 원대한 꿈을 실현시켜줄 전진기지다. 그래서 말이다. 불필요한 오해를 낳는 섣부른 행정이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일각의 지적에 겸허한 수용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