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대청호 오백리길 5구간(백골산성 낭만길)

백골산성에 오르니 대청호가 다도해처럼 보인다

2021년 04월 27일(화) 19:22
백골산성에서 보는 대청호의 풍경은 압권이다. 호수는 수많은 산봉우리들 사이로 숨바꼭질하듯 수면을 드러내었다 숨겼다 한다. 남해안의 다도해를 보는 것 같다. 산자락과 만나는 호반은 구불구불 이어지는 리아스식 해안을 닮았다.
전국 곳곳을 화사하게 물들였던 벚꽃이 지고나자 산색이 달라졌다. 겨우내 무채색을 이루던 대지가 연두색으로 바뀌면서 생기발랄해진 것이다. 싱그러운 신록과 함께 떠나는 여정은 늘 생동감 넘친다.

신상교 아래 임도를 따라 내려가니 대청호가 잔잔하다. 길은 대청호를 왼쪽에 두고 호반을 따라 이어진다. 완만한 호반길은 남녀노소 누구나 산책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다. 호숫가에는 지난 가을 아름답게 피었던 억새가 앙상하지만 아직도 누런 색깔을 유지한 채 서 있다.

누런 억새밭 가운데에 서 있는 연둣빛 버드나무가 산뜻하다. 노란 억새와 연두색 신록은 군청색 호수와 함께 대청호의 봄 풍경을 대변해준다.

흥진마을 앞 호반에는 억새밭이 넓게 펼쳐져 가을철이면 장관을 이룬다.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과 함께 이곳 5구간도 가을억새가 아름답다.
호숫가에는 타원형을 이룬 백사장도 있어 강변 느낌을 가져다준다. 호수는 한없이 맑아 물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호숫가에는 타원형을 이룬 백사장도 있어 강변 느낌을 가져다준다. 호수는 한없이 맑아 물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호숫가 소박한 숲길을 걷다보면 여러 나무에 핀 봄꽃들이 길손을 맞이한다. 가느다란 가지를 따라 튀긴 좁쌀을 붙여놓은 것처럼 하얗게 피어있는 조팝나무 꽃은 수시로 나타나 길 안내를 해준다. 하얗게 꽃을 피운 아그배나무도 길가에서 미소를 머금고 있다.

대청호반을 따라 한 바퀴를 돌아 ‘세상에서 가장 긴 벚꽃길’ 초입 바깥아감마을에 도착했다. 이곳 대전시 동구 신상동 바깥아감에서부터 충북 옥천군 회남면까지 이어지는 벚꽃길은 무려 26.6㎞로 국내 최장 길이를 자랑한다.

우리가 걷고 있는 대청호 오백리길은 벚꽃길이 시작되는 바깥아감에서 도로를 따르지 않고 산길로 이어진다. 소나무와 참나무 등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룬 산길은 산뜻하고 안온하다. 이제 막 피어난 연두색 신록이 싱그럽고, 가끔 만나는 산벚꽃은 화사하다. 땅을 뚫고 나와 수줍은 듯 피어있는 각시붓꽃과 눈을 맞출 때는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진다.

강살봉(335m)에 올라 긴 한숨을 내쉰다. 강살봉을 지나면서부터는 비교적 완만한 능선이 이어진다. 꾀꼬리봉(324m)을 지나 백골산으로 가는 능선에서는 나무 사이로 대청호가 바라보여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백골산(346m)에 올랐다. 백골산에는 산성이 있다. 백골산성은 백골산 정상의 험준한 산세를 이용하여 쌓은 산성으로 둘레는 400m로 알려져 있다. 산의 정상부를 둘러쌓고 있는 테뫼식 산성이다. 성벽은 가파른 지형에 쌓여진 까닭에 완전히 무너져 내려 원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백골산성 서쪽에는 백제의 전략 거점인 계족산성이 있고, 동쪽으로는 신라의 유명한 관산성이 자리하고 있다. 백골산성은 백제가 신라로 통하는 길목을 지키는 초소 역할을 했다. 지금은 인공호수인 대청호가 버젓하게 자리를 잡고 있지만, 산성이 축조될 당시만 해도 신라를 마주보고 금강이 흐르고 있었다. 이러한 지형적인 특성 때문에 백골산성은 육로와 수로를 지키는 전략적 요충지였다고 한다.
백골산 정상에서 서쪽으로 100m 쯤 가면 활처럼 휜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고, 소나무 뒤로 대청호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백골산 정상에서 서쪽으로 100m 쯤 가면 활처럼 휜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고, 소나무 뒤로 대청호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이곳 백골산성에서 보는 대청호의 풍경은 압권이다.

호수는 수많은 산봉우리들 사이로 숨바꼭질하듯 수면을 드러내었다 숨겼다 한다. 남해안의 다도해를 보는 것 같다. 산자락과 만나는 호반은 구불구불 이어지는 리아스식 해안을 닮았다.

호수 가운데는 드문드문 작은 섬이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잔잔한 호수와 불쑥불쑥 솟은 봉우리들이 음양의 조화를 이루고, 호수와 만나는 호반의 곡선미는 부드럽고 포근하다. 산과 호수는 서로를 그리워한다. 산봉우리는 호수를 포근하게 감싸주고, 호수는 산 그림자를 수면에 내려놓도록 했다. 산과 호수는 이렇게 사랑을 나눈다.

백골산 북서쪽 골짜기로 내려서면서 여러 야생화를 만난다. 그중에서도 족도리풀에 눈길을 멈춘다. 족도리풀은 부끄러운 듯 낙엽 속에 꽃을 숨겨놓았다. 산길을 벗어나 571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신절골마을로 내려선다. 신절골은 대청호가 생기면서 수몰된 주민들이 새롭게 정착한 작은 마을이다.

구절골버스정류장까지 도로 갓길을 걷다가 구절골마을로 들어선다. 마을 담벼락에는 ‘대청호 오백리길’을 알리는 벽화가 그려져 있어 반가움을 더해준다. 구절골은 대청댐 건설로 수몰된 절골마을 중에서 남은 가구들로 이뤄진 마을이다. 옛날 큰 절이 있었다던 백골산 북쪽에 위치한 마을이 절골이다. 절골은 지형이 스님이 배낭을 지고 가는 형국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절골마을을 지나 마을길을 따라 낮은 고개를 넘어가니 대청호 가운데로 돌출된 지형이 나온다.

삼면이 호수로 둘러싸인 이곳은 풍경이 아름다워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카페와 식당, 펜션들이 들어서고, 대형주차장도 만들어졌다.

육지에서 호수로 뻗어나간 모래톱에는 연두색 나무 몇 그루가 서서 호수위에 반영을 만들었다. ‘생명’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싶은 그림이다. 종종 물새들이 호숫가를 맴돌면서 유희를 즐긴다.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이 지나는 호수 건너편의 모습도 아기자기하게 다가온다. 드라마 ‘슬픈 연가’ 촬영지인 명상정원과 대청호반 생태공원이 있는 추동마을도 바라보인다. 오백리길 3구간이 지나는 관동묘려도 호수 뒤에서 손짓한다.
육지에서 호수로 뻗어나간 모래톱에는 연두색 나무 몇 그루가 서서 호수위에 반영을 만들었다. ‘슬픈 연가’ 촬영지인 명상정원과 대청호반 생태공원이 있는 추동마을도 건너편으로 바라보인다.

호숫가 밭길을 따라 신촌동마을로 가는데 길 양쪽에서 화사하게 꽃을 피운 조팝나무가 손을 흔들어준다. 작은 언덕을 넘어서 571번 지방도로를 다시 만난다. 도로 아래에 조그마한 신촌동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대청댐은 1975년 공사를 시작해 1980년에 완공되었다. 대청호에 담수가 되면서 4천75세대 2만 6천여 명의 주민들이 고향을 떠나야 했다.

신촌동마을에서 도로변 데크길을 따라 300m 쯤 가니 ‘신촌리애향탑’이 서 있다. 고향을 떠나야했던 신촌리 실향민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세운 탑이다. 애향탑 앞에서 대청호를 바라보니 호수의 물결이 여전히 푸르고 잔잔하다.

※여행 쪽지
▶‘대청호 오백리길’은 대전시와 충북 청주시 옥천군 보은군에 걸쳐 있으며, 총연장 249.5㎞로 본선 21구간과 지선 5구간으로 이뤄져있다.
▶대청호 오백리길 5구간(백골산성 낭만길)은 흥진마을 억새길 방축골길 같은 호반길이 운치 있고, 백골산성에서 보는 대청호 전망이 아름다운 코스다.
※코스 : 신상교→흥진마을 억새길→바깥아감 버스정류장→강살봉→백골산성→절골마을→방축골길→신촌리애향탑→모래재→와정삼거리
※거리, 소요시간 : 13㎞, 6시간 소요 (신상교→신촌리애향탑 9.1㎞, 4시간 30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신상교 주차장(대전시 동구 신상동, 신상교와 신상교차로 사이 갓길에 주차장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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