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왜곡과 정부실패 / 김일태 |
| 2021년 04월 28일(수) 19:39 |
|
지난 1년 주택임대차 3법은 임차인과 임대인, 심지어 고위공직자들도 입법의 취지에 순응하지 못할 정도로 전·월세시장을 교란시켰고, 주택시장은 다주택자 규제관련 세금 인상과 대출 규제로 상반된 이해관계에 의해서 판이하게 다른 반응을 보여주었다. 또한 부동산 실거래가격에 근접하는 공시지가의 급격한 상승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대폭적인 인상으로 이어져 1주택소유자는 물론 다주택소유자들의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공시가격은 보유세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부동산 가격평가 등 60여 가지 행정 업무의 기준이다. 이런 점에서 공시가격의 인상률, 인상속도는 대다수 국민들의 소득과 재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신중한 결정이 요구된다. 이런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개입은 정부실패를 초래한다.
그동안 대다수의 평범한 서민들은 코로나19의 위기 상황에서 자가 격리, 사회적 거리 두기, 재택근무로 방역 수칙을 잘 지켜왔다. 이제부터라도 국민들은 백신 접종을 통해서 여유로운 일상생활로 복귀하길 원한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자유롭게 영업을, 청년들은 취직해 내 집 마련을, 중산층은 직장에서 각종 세금과 사회보험료, 교육비 등의 납부를 걱정하지 않을 정도의 소득을 바랄 뿐이다. 국민들은 11월 집단 면역을 바라지만 백신 접종률이 매우 낮은 편이고 변이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과 일부 경쟁국의 부스터 샷과 내년 백신 준비로 인한 접종 물량의 부족으로 초조하다. 그만큼 늦은 접종률은 경기 회복을 더디게 해 계층 간, 업종별 소득 불평등과 부동산 및 금융자산의 격차를 더욱 벌릴 것이다.
왕조시대에도 백성들로부터 세금을 거두는 것은 위정자들의 정치 근본이었다. 맹자는 ‘등문공장구( 文公章句) 상’ 편에서 세금은 백성의 생업을 도와주기 위한 재원이라고 했다. 맹자는 “풍년과 흉년에 따른 농작물 수확에 맞게 세금을 매기고 세금으로 고통 받게 하면 백성의 부모(위정자)라고 할 수 없으며 국가와 자신을 위해 백성들이 세금을 자발적으로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른 정치의 첫 걸음”이라 설파했다. 이것은 경제상황을 고려해 소득과 순이익을 창출하는 납세자와 법인에게 세금을 매기며 무거운 세금 부과로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지 말고 납세자들이 순응하는 조세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조세 정의다. 그러나 조세 현실은 조세 피난처를 통한 세금 회피가 가능하고 탈세가 용인되고 체납이 상습적으로 발생한다. 실질적으로 정부와 정치권은 고액상습체납자들의 처벌을 강화하고 상위 1-2% 소득계층에게 누진적 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부유세 개념으로 부과시키고 이익이 집중되는 대기업에게 법인세를 높이는 것이다. 또한 국제적 공조를 통해 국내에서 영업하는 다국적 기업의 자회사에게 법인세를 강화시키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것이 조세 공정의 실현이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 작가 바바라 터크먼이 저술한 ‘독선과 아집의 역사(The March of Folly: From Troy to Vietnam; 1984)’에서 언급한 국민과 국가의 이익에 반하는 독선과 아집의 시간에 머물려 있지 않았는가를 성찰할 때이다. 터크먼은 “국민의 이익이란 국민의 복지와 편의에 도움이 되는 모든 것을, 독선이란 민생을 외면하거나 역행하는 정책으로 시간과 공간을 불문하고 시대를 초월해 정치제도와도 관계가 없이 보편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의 편익을 위한 명분으로 개입한 정책이 시장의 역할을 역행하여 국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민생을 힘들게 하는 것이 독선이고 아집일 것이다.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 수 있는 시대정신과 시장과 정부의 균형 잡힌 역할을 제시하는 비전을 준비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