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신 지구가 사라진다

최명진
(사회부 기자)

2021년 05월 13일(목) 19:53

“일주일에 서른 개는 족히 버리죠. 어쩔 수 없는 건 알지만 이렇게 버리는 게 맞나 싶네요.”

매일 2천만개, 연간 73억개. 국내에서 버려지는 일회용 마스크 소비량이다.

이렇게 봐서는 감이 오지 않아 집에 있는 쓰레기통을 뒤져봤다. 서른 여섯 개가 나왔다. 필자의 집만 해도 이 정도인데 전국에서 버려지는 마스크는 오죽할까.

환경과학과 기술학회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매월 전 세계적으로 버려지는 마스크는 1천290억장으로 추산된다.

현재 폐마스크는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는 것이 유일한 처리 방법이다. 이렇게 버려진 마스크는 이후 매립되거나 소각 처리된다. 땅에서 완전히 썩는 데까지는 450년이 걸린다. 태우는 것은 더 문제다. 온실가스, 다이옥신과 같은 유해물질을 뿜어내서다.

그 뿐만이 아니다. 폐마스크는 지구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이다. 분해 과정에서 생기는 미세 플라스틱은 바다로 흘러 들어가 해양 생물을 해친다. 야생 동물에게 마스크 끈은 ‘올무’가 되기도 한다. 마스크를 씹는 원숭이가 목격되는가 하면 마스크 고리가 다리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는 갈매기가 구조되기도 했다.

마스크로부터 자유로워질 날이 언제일지 가늠하기는 힘들다. 우리가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잘’ 버리는 일이다. 마스크 끈은 가위로 자르거나 손으로 뜯어 분리하는 게 좋다. 그게 아니더라도 종량제 봉투에 제대로 담아 배출하는 것은 필수다.

정부의 관련 정책과 친환경 마스크 생산을 위한 기업의 노력, 학교에서의 적절한 폐기법 교육 등이 본보기로 꼽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제대로’ 버리는 일은 환경을 지키기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기 이전에 지구가 사라져선 안 될 일이다.

개개인의 생활 속 방역인 마스크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풀어야 할 코로나 시대 또 하나의 숙제다. 지구를 살리는 일은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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