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진안 고원길 2구간

길은 오래된 마을과 들을 잇고 고개를 넘는다

2021년 05월 25일(화) 19:44
마령들판은 해발 3백m에 이르는 산속의 고원분지이지만 비교적 넓은 농지를 이루고 있다. 진안은 전체 면적의 80%가 산지일 정도로 산악지역인데, 마령면과 백운면은 진안의 다른 지역보다는 넓은 농토를 가지고 있는 편이다.
임실군과 진안군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대운치라는 고개를 넘자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진안군 백운면 분지가 펼쳐진다. 낮은 산봉우리들 너머로 진안 마이산의 두 귀가 쫑긋 고개를 내민다. 마이산이 보이기 시작하면 비로소 진안의 품안에 들었음을 실감한다.

고원길 2구간 출발지인 마령면행정복지센터 앞 골목을 따라 잠시 걸으니 마을과 농경지의 경계지점이 나온다. 농로 아래로 논들이 모내기를 기다리고 있고, 논 아래로 마령중·고등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농경지에는 심은 지 얼마 안 된 고추모종이 지주대에 의지해 자라고 있다.

남악제라 불리는 작은 방죽 제방으로 올라서니 마령면소재지와 산으로 둘러싸인 들판, 산자락에 둥지를 튼 여러 마을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마령들판은 해발 3백m에 이르는 산속의 고원분지이지만 비교적 넓은 농지를 이루고 있다.

진안은 전체 면적의 80%가 산지일 정도로 산악지역인데, 마령면과 백운면은 진안의 다른 지역보다는 넓은 농토를 가지고 있는 편이다.

원평지마을 골목길로 들어서자 흙돌담과 흙집에 낡은 슬레이트 지붕을 한 집들이 많이 눈에 띈다. 인체에 해로운 슬레이트 지붕은 다른 소재로 교체하되 정감어린 흙돌담은 그대로 살리면 좋겠다.

원평지마을에서 마령면소재지로 통하는 30번 국도를 건너자 은행나무 느티나무 같은 거목 아래에 자리한 마을정자가 쉼터역할을 해주고 있다. 정자에서 농로를 따라 내려가 섬진강을 만난다. 여기에서 20㎞ 정도 거슬러 올라가면 섬진강 발원지 데미샘이다.

섬진강에 놓인 계남교를 건너니 하천가에 계남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계남마을에는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라는 예술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는 이름 그대로 농촌마을에서 대부분 사라져가는 오래된 정미소를 새롭게 복원해 문화체험과 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된 곳이다.

농경지 곳곳에서 인삼재배단지가 눈에 띈다. 진안지역에서는 일찍부터 인삼이 재배됐다. 기록상으로도 370여 년 전 지금의 진안군 주천면 대불리에서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진안은 인삼과 사과가 주요소득원이다.
섬진강변에서 층암을 이룬 기암괴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운교리 삼각주퇴적층’이다. 운교리 삼각주퇴적층은 2019년 ‘진안 무주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았다. 운교리 삼각주퇴적층 위에는 ‘만취정’(晩趣亭)이라는 정자가 자리하고 있다.

농로를 따라 내려가 섬진강변을 따라 걷는다. 섬진강변에서 층암을 이룬 기암괴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운교리 삼각주퇴적층’이다. 운교리 삼각주퇴적층은 2019년 ‘진안 무주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았다. 이때 진안의 마이산 운일암반일암 구봉산 천반산 운교리 삼각주퇴적층 등 5곳, 무주의 외구천동 적상산 천일폭포 오산리 구상화강편마암 용추폭포 금강벼룻길 등 5곳이 ‘진안 무주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았다.

운교리 삼각주퇴적층 위에는 ‘만취정’(晩趣亭)이라는 정자가 자리하고 있다. 정면 2칸 측면 2칸의 만취정은 건립연대가 정확하진 않지만 조선 순조 때 방화마을로 이사 온 하씨 5형제가 지었다고 전해진다. 현재의 건물은 1970년 중수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섬진강에 놓인 백마교를 건너 마치천 제방을 따라 걷는다. 백마교를 경계로 마령면에서 백운면으로 행정구역이 바뀐다. 들판 가운데로 난 농로를 따라 걷다보면 정면(동쪽)으로 1천m가 넘는 산봉우리들이 우뚝우뚝 서 있는데, 오늘은 구름에 가려있다.

모내기를 기다리는 무논에는 산봉우리들이 그림자를 내려놓았다. 백운면 서쪽에 솟아 있는 내동산(887m)도 어느덧 구름옷을 벗고 무논에 반영을 만들어준다. 평장마을 골목길을 지나 영모정 방향으로 올라간다. 진안고원자연학습장 앞을 지나 영모정으로 가는 길에서는 낙락장송 몇 그루가 길손을 맞이한다. 노송의 운치를 맛보고 나니 울창한 숲길이 우리를 영모정으로 안내한다.
아름드리나무들로 그윽한 숲을 이룬 미재천가에 정면 3칸 측면 3칸에 팔작지붕을 한 아담한 누정이 자리하고 있다.

아름드리나무들로 그윽한 숲을 이룬 미재천가에 정면 3칸 측면 3칸에 팔작지붕을 한 아담한 누정이 자리하고 있다. 영모정은 미계 신의련의 효행을 기리기 위해 1869년(고종 6년) 세워진 정자로 1984년 전북 문화재자료 제15호로 지정됐다. 영모정 지붕은 일반기와를 쓰지 않고 이 지역에서 나는 너새(돌기와)를 얹었다. 영모정 위쪽 도로가에 신의련효자정려각, 비석군이 있다.

영모정은 느티나무·서어나무·상수리나무 같은 활엽수림 가운데에서 미재천 계류를 바라보며 앉아 묵언정진 중이다. 울창한 숲과 미재천 계류가 함께 어울린 영모정에 연두색 신록이 물들어 산뜻하다. 미재천을 뒤덮은 연둣빛 새순들이 계곡을 생기발랄하게 해준다.
미룡정 앞에는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바위들과 울창한 숲이 어울려 절경을 이루고 있다.

영모정에서 울창한 숲으로 뒤덮인 미재천을 300m 정도 거슬러 올라가니 미재천변에 ‘미룡정’(美龍亭)이라는 편액이 붙은 또 하나의 정자가 둥지를 틀고 있다. 미룡정 앞에는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바위들과 울창한 숲이 어울려 절경을 이루고 있다. 신광재에서 발원한 미재천 물줄기는 노촌호에서 머물렀다가 미룡정과 영모정 앞을 적시며 흐른 후 평장리를 지나 섬진강에 합류된다.

잠시 밭길을 지나 숲길로 들어선다. 연둣빛 신록 숲을 따라 가는 산길이 싱그럽다. 닥실고개(435m)에 오르니 넓은 밭이 펼쳐진다. 닥실고개에서 신전마을까지의 완만한 경사지에서는 무·배추 같은 고랭지채소가 재배된다. 고랭지채소밭 뒤로는 멀리 선각산이 고개를 내민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신전마을은 속세로부터 멀리 떨어진 별천지 같다. 신전마을에서 배고개로 가는 길은 구불구불 곡선을 그리며 이어진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신전마을은 속세로부터 멀리 떨어진 별천지 같다. 주변 밭에서는 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외딴 집 뒤쪽에는 인삼밭이 자리하고 있다. 신전마을에서 배고개로 가는 길은 구불구불 곡선을 그리며 이어진다. 곡선이 가져다주는 정겨움을 보듬고 배고개(400m)를 넘는다.

상백암마을에 도착했다.

영조 때 마을 뒤편에 솟은 덕태산에서 하얀 차돌이 많이 나와 백암이라 불렀으며, 백암리의 위쪽 마을이라 해서 상백암이라 불렀다. 마을 앞으로 백운계곡이 흘러간다. 상백암마을을 감싸고 있는 선각산(1,105m)과 덕태산(1,113m)에서 흘러나온 물줄기가 백운계곡을 이룬다.

마을 앞쪽으로는 멀리서 내동산이 하늘과 맞닿아 있다. 중백마을 쪽으로 도로를 따라 내려온다. ‘흰구름 작은도서관’이라는 이름에 정감이 간다. 하늘에 떠 있는 흰 구름(白雲)은 한적하고 평온한 느낌을 준다. 덕태산과 선각산, 내동산으로 둘러싸인 산속의 분지, 진안군 백운면이 흰 구름처럼 한적하고 평온하다.
덕태산과 선각산, 내동산으로 둘러싸인 산속의 분지, 진안군 백운면이 흰 구름처럼 한적하고 평온하다. 앞으로 보이는 산은 해발 1천 미터가 넘는 덕태산과 선각산

※여행쪽지
▶진안 고원길 2구간은 고원분지를 이룬 전라북도 진안군 마령면과 백운면의 들녘과 마을을 지나고, 주민들이 소통했던 고개를 넘으며, 운치 있는 계곡에 자리한 옛 정자를 만나며 걷는 길이다.
※코스 : 마령면행정복지센터→원평지마을→계남마을→방화마을→백마교→평장마을→영모정→신전마을→상백마을→중백마을→백운면행정복지센터
▶거리, 소요시간 : 14.7㎞, 5시간 소요
▶난이도 : 보통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마령면행정복지센터(전북 진안군 마령면 솔안2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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