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수의 청담직필] 무등산 ‘풍경도둑’
2021년 06월 07일(월) 19:52
본사 대표이사·경영학박사
광주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형태로 무등산(1,187m)이 스카이라인과 도시경관을 결정하는 핵심좌표이다. 백제 이래 광주 원도심이 충장로 일대에 형성된 것도 무등산과의 근접성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배산임수의 풍수지리 원리에 따른 입지선택인 것이다.

광주는 광역시 승격과 함께 팽창하는 과정에서 북구와 광산구 등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도시개발이 이뤄졌다. 또한 상무지구 개발로 인해 광주시청 등 행정기관이 옮겨가고, 전남도청마저 남악으로 이전하면서 기존 도심은 오랫동안 공동화의 몸살을 앓게 되었다. 그 바람에 다행스럽게도 무등산 조망권은 전혀 지장을 받지 않았다. 광주 어디서나 무등산의 사계절 풍광을 감상할 수 있었다.

전남대 대운동장 언덕에서 바라보는 무등산은 유난히 가까워 보였다. 특히나 겨울철 하얀 눈이 덮인 무등산은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다가왔다.

-거대한 장벽 우후죽순 생겨나-
무등산은 오랫동안 광주시민들에게 큰 바위얼굴로 각인되었다. 광주 소재 상당수 학교의 교가에 ‘무등산 정기어린~’ 구절이 가사로 불려지는 것도 우연한 일이 아니다.

80년 5·18 당시 외부로부터 고립돼 공포의 나날을 보내면서도 무등산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고 대동세상을 꽃피웠다. 어쩌면 어머니의 품처럼 아늑하고 기대고 싶은 신앙의 대상으로 자리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옛 전남도청 부지에 아시아문화전당을 건립할 때에도 무등산 조망을 가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하로 설계한 것이다.

그런데 무등산 풍경이 도둑맞은 듯 사라지고 있다. 동구와 북구를 중심으로 재개발과 재건축이 봇물을 이루면서 고층건물이 우후죽순 생겨나 순식간에 장벽이 둘러친 느낌이다. 대부분 20층 이상 고층으로 지어져 예전에 도심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었던 듬직한 산등성을 이제는 거대한 회색 베일에 가로막혀 보기 어려워졌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학동 3구역 재개발사업지구에 솟아오른 35층 규모 아파트 단지이다. 광주천 너른 부지 사이 확 트인 시야가 무등산이 지척에 있는 것처럼 일체감을 주었으나 이제는 높은 성벽에 압도당하는 느낌을 준다.

이곳 입주민 입장에서는 무등산 풍경을 앞마당 정원처럼 감상할 수 있는 호사는 물론 높은 프리미엄까지 얻는 일석이조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반면, 대다수 시민은 아름다운 풍광을 잃은 상실감을 느낀다.

상실감을 느끼는 곳은 비단 이 곳뿐이 아니다. 전남대 부근 주민들도 ‘무등산 풍경을 도둑맞았다’고 하소연한다. 이곳은 무등산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을 뿐 아니라 중간에 높은 건물이 없어서 무등산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북구청 건너편 오래된 주택가가 재개발로 인해 고층아파트 단지로 변모하면서 시야가 막혀 무등산 조망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현재 광주시내 노후 주택가 곳곳에서 재개발·재건축이 진행 중인 가운데 무등산 조망권 문제가 첨예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무등산 조망권 유무에 따라 건물의 자산가치와 삶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광주다운 도시계획 만들어야-
조망권은 건물과 같은 특정한 위치에서 자연, 역사유적 등 밖의 경관을 볼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그러나 일조권이 생활상 권리 침해로 인정받기가 수월한 반면, 조망권 침해는 주거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정 범위가 좁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다운 명품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무등산 조망권을 침해하지 않는 스카이라인 관리가 필요하다.

광주시는 지난 2019년 천편일률적인 회색도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광주다운 도시만들기’ 시책을 발표한 바 있다. 주요골자는 ▲도시계획 조례 개정 ▲아트도시 광주정책 추진 ▲총괄건축가 위촉 ▲공공건축가 제도 도입 ▲광주 관문디자인 개선 등이다.

또한 이용섭 광주시장은 과밀화·고층화에 따른 양적인 건축으로 인해 도시경관 훼손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30층 이상 아파트 건축 불가’를 공식 표명한 바 있다.

그동안 광주시 도시계획 정책은 주택공급 위주 시책에 따라 디자인이나 도시경관보다는 개발 주체의 입장을 우선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무등산 조망권을 살려 아름다운 아트도시 광주를 잘 나타낼 수 있는 도시계획 모델을 만드는 노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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