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유리천장’ 깨자 임후성 (정치부 기자)

2021년 06월 07일(월) 19:52

보이지만, 올라갈 수 없다. 애를 써서 겨우 올라갔는데 기다리고 있는 건 절벽 뿐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 그리고 전남도 공직사회에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한다.

여성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유리천장(琉璃天障)’. 이는 조직의 제도나 정책에서는 드러나지 않아 고위직으로 오르는 길이 훤히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직 문화나 분위기 등으로 인해 여성을 비롯한 특정집단에게는 유리처럼 투명한 천장이 가로막혀 있어 관리직으로 승진할 수 없는 현상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기존 성차별과 달리 유리천장을 뚫고 관리직에 진입한 고위직 여성에게만 나타나는 ‘유리절벽’이라는 개념도 등장했다. 성공 가능성이 낮은 관리직에 임용한 뒤 실패 책임을 물어 더 이상의 경력을 쌓기 어렵게 만드는 현상을 일컫는다.

우리나라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2021년 3월 유리천장지수 발표에서 OECD 29개 국가 중 최하위로 나타났다. 8년 연속 여성이 가장 일하기 어려운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전남도 공직사회의 ‘유리천장’ 역시 굳고 단단하다. 현재 전남도 5급 이상 공무원 634명 중 여성은 107명(16.8%)에 불과하다. 2019년 전국 평균(17.8%)에도 못 미친다. 이마저도 행정직렬에 74명(69.1%)으로 집중돼 있다.

총 28개 직렬 중 5급 이상 여성 공무원을 배출한 직렬은 11개 뿐이다. 토목과, 수의, 지적, 기계, 전기, 축산, 의료기술, 통신기술, 식품위생, 도시계획, 별정직 등 17개 직렬에서 사무관 이상 여성 공무원 수는 ‘제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성 국장(3급 부이사관)도 찾아보기 힘들다. 전남도청 개청 이래 여성 국장이 4명 뿐이었으니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김영록 전남지사가 취임한 민선 7기 들어 5급 이상 여성 공무원이 많이 발탁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타 시·도에 비해 부족한 실정이다. 공직사회 개혁을 위해 능력 있는 여성이 고위직에 진출해야 한다는 정부 방침과도 어긋난다.

전남도의 여성 공무원이 성별이 아닌 능력과 실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공정한 사회가 하루빨리 찾아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