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매일신문 창사 30주년 특집]노경수 광주시도시공사 사장 - 광주 도시계획 방향은

“섬세한 도시디자인으로 ‘걷고 싶은 도시’ 조성해야”
‘축소시대의 도시계획과 개발’
도심 공동화로 재개발 서둘러…고층 아파트 우후죽순
주택보급률 110%…‘축소도시’ 대비 발상 전환 시급
인근 시군과 기능적 분담·토지 이용 광역도시계획 필요

2021년 06월 08일(화) 19:35
노경수 광주시도시공사 사장
광주시 인구는 2000년을 넘으면서 둔화 되기 시작했다. 광주 도심 공동화의 결정적인 계기는 2005년 10월 도청 이전이었다. 1천300여명이 넘는 도청직원들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상가는 활기를 잃었고 상주인구는 감소했다. 광주시에선 ‘도심 공동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소상공인들에게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내용들 뿐이었다. 아시아문화전당이 도청의 빈자리를 대신할 수 있도록 계획됐지만 말로만 듣던 도심공동화 현상을 실감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광주의 도심은 쇠퇴의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허물어져가는 주택과 빈집, 공실률이 높거나 폐점 상가가 많은 거리, 버려진 오래된 소규모 공장, 비효율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공공시설 및 과잉 공급된 인프라 등은 도심공동화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양상이다.

도심공동화가 심화되면서 시가지 외곽 신개발을 억제하자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를 반영해 2010년 이후 광주도시계획에선 일자리 창출이 수반된 경우에 한해 신개발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마련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도심의 인구가 최대한 신개발지역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었다. 이러한 복합 개발 사례로는 첨단2지구, 남구도첨산단 등이며, 현재 개발되고 있는 에너지밸리산단도 같은 맥락에 있다. 즉 순수한 택지개발사업은 특별한 필요성이나 사유가 있지 않은 한 억제했다.

외곽개발 규제정책은 10년간 유지했으나 좀처럼 도심활성화, 즉 재개발이나 재건축사업이 탄력을 받지 못한 채 도심은 더욱더 쇠락했다. 한편으로는 동구에서 화순방면 쪽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아파트단지를 조성하고 남광주역 맞은 편에 대규모 고층 재개발아파트를 건설했으나 도심의 인구감소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광주시가 도심활성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라는 주장이 시민사회 및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그래도 재개발시장은 더디게 움직였으며 좀처럼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6년 이후 꽁꽁 얼어붙었던 아파트 분양시장이 과열되면서 재개발 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파트 분양가 상승의 주범은 전국적 투기세력이었음이 최근 광주시 조사결과로 밝혀졌다. 여기에 지난 10년 동안 신규 택지개발을 억제함으로써 주택용지 부족으로 인한 아파트 분양가 상승 등은, 상대적으로 개발비용이 많이 드는 구시가지 재개발사업의 타당성을 확보하게 됐다. 또한 고분양가는 용적률이 높은 상업지역에서 35층 이상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이 가능하도록 부추겼다. 동광주IC의 광주 관문에서 만나는 엄청난 초고층아파트 장벽은 상업지역내 주상복합건물이다. 광주 도심내에서도 이러한 초고층건물들이 도시경관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해 볼 새도 없이 순식간에 건설됐다.

어느덧 1960년대 이후 형성되었던 도심의 단독주택단지는 사라지고 하루가 멀다하고 30층이 넘는 고층아파트군이 죽순처럼 올라오고 있다. 솟아오른 고층아파트단지들은 하늘을 가리고 무등산 조망도 막아버리며 커다란 장벽을 형성했다 . 지금도 고층아파트를 건설하기 위해 수많은 타워크레인이 도시 곳곳에 세워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상권이 쇠퇴하고 도심공동화 현상이 심화되었을 당시에는 재개발 재건축사업을 신속히 추진해서 도심을 살리자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그리하여 광주시의 정책과 내·외부적인 여러요인으로 도심에 대규모로 고층아파트단지가 들어서게 됐다. 하지만 이제는 광주 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며 주택보급률이 110%에 육박하는 상황에 이렇게 많은 아파트를 건설해도 되는지 대한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도심의 고층·고밀 재개발사업이 전통 시가지 모습을 붕괴시킴에 따라, 시민들에게는 기억과 추억의 상실감을 넘어 두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구 지표에 의하면 광주는 이미 하향곡선으로 접어드는 추세에 있다. 광주인구는 2014년 148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지난해 말 145만명까지 하락했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2030년에는 142만명으로 3만명 정도, 2040년 134만명으로 약 11만명 정도 감소 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광주도 축소시대를 대비해야 할 시점에 도달해 있다.

성장시대의 도시개발을 전제로 수립된 현행 도시계획으로는 향후 축소도시 문제를 적절하게 다룰 수 없을 것 같다. 맞춤형 축소도시 전략으로 도시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축소도시 관점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도시공간에 무엇인가를 채우려는 전략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잘 비우면서 가꿀 것인가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2000년대 들어 공동화된 광주도심에 재개발이 이뤄지면서 고층아파트들이 숲을 이루게 됐다. 이제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도시경관에 보다 관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광주매일신문 DB

도시쇠퇴를 두려워하지 않고 축소도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맞춤형 전략이 압축도시모형이다. 압축도시는 쇠퇴하는 지역 중 교통의 요충지에 공공시설과 민간시설을 집적화하고 복합화해 생활거점으로 조성화한다. 아울러, 생활거점 및 생활거점과 배후 주거지간을 대중교통으로 편리하게 연결시킨다. 그 결과, 주민의 입장에서는 통행거리가 단축되고 자동차를 덜 이용해 생활편의는 물론 건강증진을 함께 누릴 수 있다. 관리자의 측면에서도, 한정된 공간에 많은 사람이 살게 돼 장기적으로 재정부담이 경감되고, 에너지 절감을 꾀할 수 있다. 압축도시를 광주에 적용하자면 도시철도역을 중심으로 상업 업무의 생활거점을 만들고 주거지를 배후지로 조성하는 역세권정비사업를 구상할 수 있다.

광주인구가 2030년까지 3만명 정도 감소하는 것은 그다지 크지 않은 규모이다. 게다가 다행스럽게도 최근 광주시 주변 5개 시군(나주, 화순, 담양, 장성, 함평)의 인구변화는 전남의 타 시군과 달리 감소하지 않고 정체 내지는 증가하고 있다. 그 주된 원인은 농촌지역의 많은 전원주택단지 건설에서 보듯이 광주인구 중 은퇴자를 중심으로 꾸준히 이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의 감소인구가 수도권보다는 주변 농촌지역으로 이동해 일일통근생활권, 즉 광주대도시권이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부터는 광주와 주변 시군이 행정구역을 넘어서 상호 기능적 분담과 통합적 토지이용방안을 마련하는 광역도시계획이 점점 중요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광주시가지에서 초고층화로 인한 도시경관의 문제점을 바람직하게 개선시키는 방안은 찾기가 힘들것 같다. 늘어나는 초고층건물군에 대한 규제는 더 이상 도시경관이 훼손되지 않도록 30-40층 정도로 유지할 수밖에 없다. 뉴욕 맨하튼의 초고층건물군 아래에서 보행자들로 활력이 넘치는 도로를 쉽게 볼 수 있다. 앞으로의 도시계획은 용도의 혼합과 섬세한 도시디자인으로 보행자가 많아지는 ‘걷고 싶은 도시’를 조성하는 것이 도시경관보다 더 시급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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