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해동문화예술촌 8월29일까지 2021 두번째 기획전시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자행된 ‘악의 평범성’ 미얀마 민주화운동부터 과거 역사속 악행의 근원 물음 김광례, 성병희, 최은태작가 참여, 일상 속 폭력성 고찰 김다이 기자

2021년 06월 13일(일) 19:19

성병희 作 ‘초토’

김광례 作 ‘그대 이제 잘 가라’

정치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집필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악의 평범성’이라는 유명한 구절이 나온다. 아렌트는 홀로코스트와 같은 역사 속 악행은 광신자나 반사회성 인격장애자들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행해진다고 주장한다.

즉, 인간 행동의 무능성에서 악은 평범한 모습(banality)으로 발생할 수 있다. 이는 터무니없는 악행을 일반화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일어나고 있는 고통과 삶에 대해 주의 깊게 접근하는데 있다.

담양 해동문화예술촌이 오는 8월29일까지 아레아갤러리에서 2021년 두번째 기획전으로 ‘악행의 평범성’ 의미에 기초한 전시를 개최한다.

이 전시는 국제적 이슈인 미얀마 민주화운동에서부터 과거 역사 속 악인들에 의해 자행됐던 악행의 근원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서 시작하고자 기획됐다.

이번 전시에 초청된 세 명의 작가는 김광례, 성병희, 최은태다. 이들 셋 작가의 시선을 통해 역사 속 학살의 상황, 일상생활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들 간의 상관관계, 더 나아가 이들의 상황을 관람하는 우리 자신의 폭력성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또한 체제의 폭력성 아래 사유의 불능성 혹은 사유의 전적인 부재에 대해 경계심을 가지게끔 기획됐다.

김광례 작가는 ‘죽음’을 그림자로 형상화 한다. 그녀의 발에 붙어 있는 죽음은 운명처럼 껴안고 있는 존재이며, 그녀 스스로 작업을 통해 이를 애도, 위로, 희망으로 확장한다.

작품 ‘그대 이제 잘가라’는 모든 죽임을 당한 자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위무다. 작가는 평범한 배 위에 5·18민주화운동의 열사들과 시체들을 한꺼번에 묻어 매장한 킬링필드에서 희생자들의 유골을 교차시킨다.

성병희 작가는 이 시대의 어두운 현실을 작품으로 되돌아본다. 어둠을 직면하고, 기억하고, 드러내야 하는 과정에서 비롯되는 고통은 역설적으로 그리는 과정을 통해 극복된다.

최은태 작가의 작품 ‘광기’는 나무에 매달린 늑대 한 마리와 처참히 찢겨 피비린내 나는 늑대의 냄새에 극도로 흥분해 몰려오는 사냥개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안위와 이익을 위해 어떤 것도 불사하는 인간들의 광기를 되짚는다.

본 전시는 해동문화예술촌 공식 유튜브를 통해 작품 설치 과정 및 주요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으다. 해동문화예술촌은 매주 월요일 휴관이며 전시 관람은 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 가능하다.

/김다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