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정치인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 오수열

2021년 06월 14일(월) 19:36

오수열 광주유학대학장·조선대 명예교수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의 여·야간 격돌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정치 시계는 째깍째깍 대선정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정치판의 역동성에서 한국만한 나라가 없다”는 정치학자들의 진단처럼 대선후보들의 지지도와 명멸이 하루가 다르게 진행되고 있어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2년 전만 하더라도 당시 현직총리로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지지율 상종가를 기록하던 A의원이 10%를 겨우 넘는 상황으로 추락하는가 하면, 친문그룹의 거부감과 가족에 대한 막말 등이 빚은 도덕성의 덫에 걸려 허우적대던 B지사가 부동의 1위로 롱런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대선정국을 향한 정치판에서의 쓰나미와 토네이도는 지극히 보수적이어서 도저히 새로운 바람이 불 것 같지 않던 야당 쪽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른바 ‘이준석 돌풍’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준석 돌풍’은 비록 두 곳의 보궐선거에서는 승리를 거두었지만, “그러한 승리의 여세가 내년 대선(大選)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라며 여전히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있던 ‘국민의 힘’에게는 “잘하면 될 것도 같은데!”라는 가능성과 함께 용기를 북돋아 주고 있다.

반면 지금까지 변화와 개혁은 자기들의 전유물이고 ‘국민의 힘’을 수구꼴통으로 몰아세우면서 여전히 자만에 빠져있던 ‘더불어 민주당’에게는 커다란 당혹감을 안겨주고 있다.

어떻게 그런 정당에서 그 흔한 금뱃지 한번 달아보지 못한 이른바 0선(選)의 30대 중반 애송이 후보가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중진 후보들을 제치고 압도적 1위로 당대표 경선을 통과할 수 있단 말인가…. 그가 당대표에 선출되면서 이준석 돌풍이 몰고 온 파장은 여·야 모두에게 결코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준석 돌풍의 영향이 ‘국민의 힘’ 보다는 오히려 ‘더불어 민주당’에 더욱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러한가?

첫째, 지금까지 수구꼴통정당으로 깊게 인식되어 온 ‘국민의 힘’이 보여주고 있는 변화의 모습은 그 폭이 그다지 크지 않는 데에도 국민들의 눈에는 ‘경이적 변화’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물며 경선과정에서 보여주고 있는 ‘국민의 힘’ 당원들의 선택은 더불어 민주당에서 대선후보 선출을 놓고 전개되고 있는 상황보다 훨씬 변화와 개혁의 열망이 큰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둘째, 지난 4년간 ‘더불어 민주당’이 보여 온 일련의 태도들은 이미 국민들에게 ‘개혁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솔직히 박근혜 정부를 탄핵하고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혁명에 참여한 국민들이 열망했던 새로운 정부의 모습은 이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리고 21대 총선에서 180석의 의석을 몰아준 취지도 이건 아니었을 것이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9년에 걸친 보수정권에서 쌓인 적폐가 청산되기를 바랐고, 국민의 뜻이 여과 없이 정치과정에 반영됨으로써 진정한 국민통합이 이루어지기를 바랐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보수정권이 보였던 ‘반대의 현상’이 구현되기를 열망했던 것이다. 그런데 현 정부·여당은 이러한 국민들의 여망에 얼마만큼 부응했는가?

필자가 보기에 국민들이 가장 실망한 것은 정부·여당의 독선적 태도와 ‘내로남불’식 대응이 아닐까 싶다. 집권세력의 지나친 ‘도덕적 우월감’은 ‘정치는 타협이다’는 기본원칙에서 이탈하기 일쑤였고, “그래도 보수정권 때 보다는 낫지 않느냐”며 심정적 지지층의 건설적 비판에 대해서도 적대적 태도를 보인다. 이것이야말로 지난날 보수정권이 보였던 작태였는데, 정작 집권에 성공한 진보정당에서 그걸 닮아가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니 국민들의 눈에는 나이를 떠나 여당의 386·486들도 이미 ‘꼰대’로 비쳐지게 된 것이다.

어떻든 ‘이준석 돌풍’으로 변화의 물꼬는 열렸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그가 당 대표가 되는 것이 ‘국민의 힘’이 대선에서 확실히 유리할지 여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 오히려 ‘국민의 힘’에서 전통적 지지층이 이탈할 수도 있고, 당을 원만하게 이끌어 가는데 장애로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노련한 전략가들이 포진하고 있는 더불어 민주당에서도 그에 대한 대비책을 다각도로 마련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을 계기로 ‘국민의 힘’은 물론이고 ‘더불어 민주당’ 내에서도 젊은층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은 분명하고, 선거 전략에서도 20-30대 젊은층을 더욱 의식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친 것만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게 되었다.

연령이 의식의 참신성 여부를 결정하는 모든 요소는 아닐 텐데도 세상은 이미 장유유서(長幼有序) 보다는 톡톡 튀는 참신성을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어 가고 있으니 이를 어찌할 것인가….

과연 국민의 눈에 꼰대로 비친 정치인들이 변화의 격랑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국민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대선 판은 더욱 흥미로워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