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되는 인재(人災) 언제까지…

최명진
(사회부 기자)

2021년 06월 14일(월) 19:36

지난 9일 오후 4시22분께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 구역에서 철거 공사 중이던 지상 5층짜리 건물이 무너지는 참사가 발생했다.이 사고로 바로 앞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 1대가 매몰돼 탑승자 17명 가운데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번 참사는 명백한 인재(人災)였다. 굴삭기는 폐자재와 흙더미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작업을 이어갔고, 건물 붕괴를 막아줄 안전장치 하나 없었다.

철거 현장은 도로와 인접했지만 차량 통행이 제한되지 않았으며, 이를 관리·감독할 감리자는 참사 당일에도 현장을 비웠다. 공사 현장 인근의 버스 정류장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지 않은 것도 화근으로 꼽힌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의 조사 결과, 학동 4구역 철거 공사와 관련해 불법 다단계 하청 정황이 포착됐다. 5층부터 밑으로 해체해야 하는 하향식 작업 절차를 무시하고 1-2층부터 허물었고, 건물 붕괴 직전 굴삭기가 건물 내부에서 철거 작업을 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사고 전 관할 구청인 동구에 접수된 민원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붕괴 이전에도 사고 위험성을 제기하는 공익 제보와 안전 조치가 미흡하다는 취지의 민원도 있었다.

안전 규정 미준수와 법규 위반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재개발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광주 동구에서는 두 달 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한 노후 주택의 구조를 바꾸는 ‘대수선 공사’ 중 붕괴사고가 발생해 두 명이 숨지고 두 명이 다쳤다. 건축법령을 어긴 임의 공사, 안전 조치·현장 관리 미흡 등이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약 2년 전 4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잠원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 이후 관련 법이 제정됐지만 또다시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안전 사고는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제대로 된 수습은 물론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더는 억울한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이 기사는 광주매일신문 홈페이지(kjdaily.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kjdaily.com/1623666968548552011
프린트 시간 : 2022년 01월 21일 11:2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