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동건물 붕괴 비리 복마전 철저한 수사를

2021년 06월 22일(화) 20:07

광주경찰청 수사본부가 동구 학동 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관련 계약 비위를 조사하던 중 ‘철거왕’으로 불리는 인물의 계열사에서 증거인멸 행위를 확인, 관련자 2명을 추가 입건했다. 앞서 업체 선정 개입 의혹을 받는 전 5·18단체 회장의 해외 도피까지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은 압수수색한 한 곳의 사무실 내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통째로 교체된 사실을 확인했다. 또 정황을 살필 수 있는 CCTV도 고의로 삭제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붕괴 참사의 구조적 요인을 제공한 재개발사업 분야에서 13명을 입건하고 자료를 분석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답답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렇듯 철저하게 수사가 방해받을 만큼 비리 복마전의 가능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다소 시일이 걸리더라도 한 점의 의혹도 없이 캐내야 하겠다.

더불어 광주에서 도심 노후화에 따른 재개발·재건축이 앞다퉈 시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도 정밀 점검해야 할 것이다. 어처구니 없게 모두 17명의 사상자를 낸 시내버스 참극을 되풀이해서는 안되는 이유에서다. 광주시와 자치구 등의 강도높은 안전점검과 아울러 처방 역시도 엄중해야 한다. 실제로 대규모 건설현장 99개소 중 운암3단지 재개발 현장의 도로변 건축물 철거공사 등 시민을 위협하는 7곳에 대해 위험요인이 개선될 때까지 공사를 중지시켰고, 개선이 필요한 18곳은 즉시 시정조치했다니 시의적절해 보인다.

일상의 생활주변에는 안전 위험요인이 상존해 있고, 언제 어떤 형태의 사고가 발생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번에라도 재난취약시설 전반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학동 건물 붕괴 수사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특히 조직적인 방해 행위엔 경중을 가리지 말고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할 것이다. 건설현장의 전방위 비리에서 비롯돼 많은 인명피해를 낳은 끔찍한 ‘인재(人災)’, 더는 방관할 수 없다. 시민들이 보다 안심하며 생활할 수 있는 안전한 광주를 만들어 나가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