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청산도 슬로길 1-4코스

산과 바다, 마을과 다랭이밭이 풍경화 한 폭이 되고

2021년 06월 29일(화) 19:29
영화 ‘봄의 왈츠’ 촬영지 앞에서 본 청산도 풍경. 도락리 해변과 도청리 포구, 다랭이밭과 낮은 산봉우리들이 푸른 바다와 조화를 이룬 모습이 한폭의 풍경화다. 바다 멀리서 다가오는 소안도·보길도·대모도·신지도와 수많은 작은 무인도들이 청산도 그림에 아련한 정서를 더해준다.
완도여객선터미널에서 청산도행 배를 탔다. 8년 만에 찾는 청산도다. 그때는 유채꽃 피는 봄날이었다. 배는 만원이었고, 섬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번에는 유채꽃보다는 한적한 섬 길을 걷고 싶었다. 예상했던 대로 청산도행 배를 탄 승객은 많지 않았다. 유채꽃 피는 시기가 아닐뿐더러 코로나19 영향 때문일 것이다.

청산도 도청항에 내리자 ‘느림의 섬 청산도’라는 글귀가 적힌 달팽이 조형물이 맞이한다. 달팽이는 슬로시티 청산도의 상징물이다.
청산도 도청항에 내리자 ‘느림의 섬 청산도’라는 글귀가 적힌 달팽이 조형물이 맞이한다.

청산도는 2007년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청산도 슬로길’은 도청항에서부터 시작된다. 도청항은 안쪽 깊숙이 만곡을 이루고, 서쪽으로 입을 벌리고 있는 형국이다.

도락리해변을 지나 다랭이밭길을 따라 올라간다. 이곳 밭에는 봄철이면 유채꽃이 노랗게 피어 장관을 이룬다. 서편제길 고갯마루 소나무 숲에는 조그마한 당집이 있다.

당집 옆에는 서편제 주막이 있다. 초가로 된 서편제 주막은 세상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주막이 아닐까 싶다. 섬 안쪽으로 깊숙이 파고든 바닷물이 만든 거대한 복주머니 모양의 도락리 해변과 미항을 이룬 도청항이, 구불구불한 다랭이밭 산봉우리들과 어울린 모습이 환상적이다.
영화 ‘서편제’ 촬영지 돌담길에서 본 푸른 산자락에 안긴 당리마을과 읍리마을의 울긋불긋한 지붕이 정겹다.

영화 ‘서편제’ 촬영지에 있는 초가로 된 서편제 주막은 세상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주막이 아닐까 싶다.

주막에서 돌담길로 나온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 주인공 유봉과 송화, 동호 세 사람이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내려오는 돌담길이다. 돌담길에서 본 푸른 산자락에 안긴 당리마을과 읍리마을의 울긋불긋한 지붕이 정겹다.

‘서편제’ 촬영지에서 300m 쯤 가면 영화 ‘봄의 왈츠’ 촬영지가 나온다. 아름답게 펼쳐지는 해변풍경이 있는 청산도에서는 여러 영화가 촬영됐다. ‘여인의 향기’ ‘피노키오’ 같은 영화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봄의 왈츠’ 촬영지 앞은 청산도 풍경을 가장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도락리 해변과 도청리 포구, 다랭이밭과 낮은 산봉우리들이 푸른 바다와 조화를 이룬 모습은 어떤 화가도 그릴 수 없는 빼어난 풍경화 한 폭이다. 바다 멀리서 다가오는 소안도 보길도 대모도 신지도와 수많은 작은 무인도들이 청산도 그림에 아련한 정서를 더해준다.

청산도 남쪽으로 뻗어나간 ‘화랑포길’을 따라 걷는다. 1차선으로 포장된 임도는 숲을 이루고 있다.

화랑포전망대에서 바라보니 주변 섬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첩첩하다. 파도가 이는 모습이 마치 꽃과 같다해 ‘화랑포’(花浪浦)라 불렀다.

화랑포전망대를 지나면 방향이 동쪽으로 바뀌어 보적산과 범바위, 권덕리마을이 바라보인다. 길가에는 그네도 설치돼 있고, ‘청산도는 쉼이다’라고 쓰인 원형 조형물이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다. 그네를 타고 있으니 바다로 날아가는 것 같다.

화랑포길을 한 바퀴 돌고 나오자 슬로길 2코스(사랑길)가 시작되는 연애바위 입구다. 슬로길 2코스 입구에는 복원된 초분도 있다.

초분은 일종의 풀 무덤으로 섬 지역에서 행해지던 장례문화다. 초분은 시신을 땅에 바로 묻지 않고 관을 땅 위에 올려놓은 뒤 짚이나 풀 등으로 엮은 이엉을 덮어두었다가 2-3년이 지나 시신이 육탈되면 뼈를 골라 땅에 묻는 방식이다.

슬로길 2코스는 해변 절벽 위 오솔길을 따라 걷게 돼있다. 주로 숲길로 돼 있지만 바위지대를 지나기도 한다. 길이 험해 남녀가 같이 가면 손을 잡아주고 서로 의지해서 걷게 되니 그 추억이 연애의 바탕이 된다고 해 연애바위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해안절벽 위 오솔길을 걷는데, 아래쪽 해변이 화랑포 쪽 풍경과 오버랩 된다.

이런 풍경을 가슴에 담느라 걸음이 느려진다. ‘슬로(Slow)길’이 될 수밖에 없다. 어느덧 조그마한 몽돌해변을 이룬 읍리앞개에 도착했다. 몽돌해변 앞으로 망망대해가 펼쳐지고, 드넓은 바다에 떠있는 여서도가 아련하게 다가온다. 인적 없는 읍리앞개 몽돌해변에 앉아서 파도소리에 마음을 맡긴다. 파도가 내 마음 속 깊이 간직된 탐욕을 씻어준다.

읍리앞개에서 슬로길 3코스(고인돌길)가 시작된다. 바다를 등지고 마을로 가는 길이다. 개울가를 따라 걷는데, 주변 습지에서 갈대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당리마을에 들어서자 돌담길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돌담길을 따라가다 보니 ‘서편제’ 촬영 당시의 초가집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초가집 마루에서 유봉(김명곤)이 북을 치고, 송화(오정해)가 소리를 하는 장면이 상징물로 남아있다.

서편제 촬영가옥을 나와 골목길을 따라 걷다가 도로를 건넌다.

슬로길은 당리마을을 감싸고 있는 청산진성으로 올라간다. 청산진성은 1871년 축성 당시 높이 4.5m, 둘레 1.1㎞에 달했고, 동·서·남쪽에 세 개의 성문이 설치되었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무너져 내린 청산진성은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가고 싶은 섬’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성곽 일부가 복원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청산진성에서 내려와 읍리마을로 향한다.
읍리마을로 들어서자 옛 창고를 활용한 ‘읍리향토문화예술관’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읍리마을로 들어서자 옛 창고를 활용한 ‘읍리향토문화예술관’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예술관에는 주민들이 사용하던 농기구 80여점이 전시돼 있다. 마을안길 시멘트벽에 그려진 벽화가 정답다. 읍리마을 근처에는 20여 기의 고인돌이 남아있다. 청동기시대에 상당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읍리고인돌공원에는 하마비(下馬碑)도 남아 있다.

다시 읍리해변으로 내려오니 에메랄드빛 바다가 반갑게 맞이한다.

맑고 깨끗한 바닷물은 깔끔하게 깎인 몽돌과 사랑을 속삭인다. 읍리방파제 앞 정자 앞에서 슬로길 4코스(낭길)를 알리는 이정표가 길 안내를 해준다.

길은 기암절벽 위 숲길을 따라 이어진다. 아래쪽은 낭떠러지이지만 길은 비교적 완만하게 이어진다. 길을 걷다가 아래를 내려다보면 억겁의 세월 동안 파도가 빚어놓은 아기자기한 조각품들이 진열돼 있다.

해변 낭길을 몇 굽이 돌아가자 권덕리해변이 모습을 드러낸다. 작은 포구가 있는 권덕리마을은 해변에 몇 개의 펜션이 자리하고, 마을 안쪽에는 토착주민들이 살고 있다.

해변 정자에 앉아 준비해간 과일을 먹으며 바다를 바라본다. 바닷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씻어준다.

※여행쪽지
▶청산도 슬로길은 청산도의 해변길과 마을길, 들길, 산길을 잇는 11개 코스(42.195㎞)의 걷기여행길이다. 풍경이 좋아 저절로 느려진다는 뜻으로 ‘슬로길’이라 이름 지었다.
-1코스 : 도청항→도락리→‘서편제’촬영지→‘봄의 왈츠’촬영지→화랑포전망대→연애바위 입구(5.71㎞, 1시간 30분 소요)
-2코스 : 연애바위 입구→당리재→읍리앞개(2.1㎞, 45분 소요)
-3코스 : 읍리앞개→당리 서편제촬영가옥→청산진성→읍리마을→고인돌공원→읍리해변방파제(4.54㎞, 1시간 20분 소요)
-4코스 : 읍리해변방파제→권덕리해변→권덕리마을회관(1.8㎞, 40분 소요)
※완도여객선터미널에서 청산도 가는 배가 하루 6회 운항한다. 07:00, 08:30, 11:00, 13:00, 14:30, 18:00. 50분 소요 (여객선 운항정보 문의 1666-0950). 승용차 도선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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