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온 휴대폰 / 퇴허자 |
| 2021년 06월 30일(수) 1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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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며칠 전 자칭 보물1호라고 여기는 휴대폰을 분실하였다. 인근 표선우체국에서 미국으로 보내는 칼럼집 몇 권을 택배로 탁송하기 위해 갔다가 잠시 탁자위에 놓아둔 휴대폰을 잃어버린 것이다. 조금 전 까지도 미국 지인의 전화번호를 휴대폰에서 찾아 택배 주소에 써넣기도 했는데 잠간 사이에 그만 사라져 버렸다.
참으로 황당하고 기가 막혔다. 당시 우체국 안에는 나를 비롯해 몇몇 사람들이 함께 있었지만 설마 곁에 놔둔 휴대폰을 누군가가 가져갈 것이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휴대폰 안에는 1만 여명이 넘는 지인들의 연락처와 소중한 정보들이 함께 들어 있어서 그것들은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참으로 소중한 것들인데 일순간 방심한 것이 큰 화근이 되었다. 이를 지켜본 우체국 직원도 황망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 역시 별 도리 없는 일이었다.
돌이켜 보면 나의 이러한 건망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맨 처음엔 광주 대각사 약수터에서 지갑을 잃었다가 기연(奇緣)으로 돌아온 적이 있었으며 두 번째는 만(卍)자 반지를 잃었다가 명상원 주차장 자갈밭에서 참으로 우연치 않게 눈에 띄여 다시 돌아온 묘연(妙緣)도 있었다. 하도 신기해서 ‘돌아온 지갑’이라는 제목과 ‘돌아온 반지’라는 이름으로 신문 칼럼을 써서 발표하기도 했었다. 그때 잃었다가 돌아온 지갑과 반지는 특별대우를 받으며 현재 나와 함께 밀월여행 중이다. 허참 인생사 요지경 들여다볼수록 신기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말이다. 최근 내게는 또 다시 신통방통한 일이 발생하였다. 내 곁을 무단가출했던 그 휴대폰이 다시 또 돌아온 것이다. 휴대폰을 잃어버린 즉시 표선파출소에 분실신고를 내기도 했고, 휴대폰 매장을 찾아가 소위 ‘위치추적’(이번에야 알게 됐지만)을 하기도 했는데 이 ‘위치추적’이 기적을 일으킬 줄이야 꿈에도 생각지 못하였다. 현대과학문명의 신(神)이 인공위성을 통해서 분실한 핸드폰의 위치를 깜빡거리며 구원의 손짓을 보내왔다. 묘하게도 위치는 내가 살고 있는 성산읍 신풍리 입구를 가르키고 있었고 근방에 도착해 전화를 한 결과 도로변 풀밭에서 ‘윙!~~’하는 진동소리가 들려왔다. 와! 얼마나 반갑던지 두 손으로 품어 안았다.
역사는 기록이 아니라 기적이다. 어떻게 우체국에서 잃어버린 휴대폰이 예까지 날아올 수 있었단 말인가? 나는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오늘 이 순간의 역사는 기록이 아니라 기적이다!”라고. 어쩌면 우리 인생의 모든 삶은 나날이 이와 같은 기적이 연출되고 있지 않을까. 뜻하지 않은 곳에서 전혀 예기치 못하는 일들이 전개되는 이 모든 삶의 역사는 기적(奇蹟)이 아니고는 설명할 말이 따로 없을 것 같다. 이번에 ‘돌아온 휴대폰’ 사건을 몸소 체험하면서 누군가 그는 순간의 탐욕 때문에 핸드폰을 가져갔다가 자신의 후회와 함께 훔친 휴대폰을 버렸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 용기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한다. “이젠 그러지 마세요!”
우리가 살다보면 잃어버리거나 놓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중요한 것일수록 다이어리에 써놓기도 하지만 막상 현실에 부딪치면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일이나 부모님의 기일까지도 앗차 하는 일이 생겨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과 존경심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건망증이나 망각이 심하면 치매검사를 받아보라고 하는데 그것 역시 선뜻 마음이 허락지 않는다.
때로 망각이 보약일 수도 있다. 수많은 아픈 기억들을 내려놓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이들을 볼 때면 나처럼 차라리 쉽게 잊고 잃어버리는 건망증후군이 다행일 수도 있다는 억측을 해본다. 하지만 가끔은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기회를 갖는 것은 위대한 일이다. 그래서 본래모습대로 ‘돌아온 나’를 찾는다면 말이다. 측근의 한 사람이 강진의 정수사로 ‘단기출가’를 떠나기 위해 내게 삭발(削髮)을 청탁해 왔다. 그의 온몸에서 아우라(Aura)의 빛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