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만 부른 광주 자치구 점심시간 휴무

2021년 07월 04일(일) 19:25

광주지역 5개 구청 민원실과 동 행정복지센터가 민원업무 점심 휴무제를 본격 시행하고 나섰다. 낮 12시 직원들은 내부 조명을 끈 뒤 출입문을 잠그고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영문을 모른 민원인들은 어리둥절해 했다. 점심 휴무제는 공무원의 근무시간을 정하는 복무규정 제2조 제2항 정오부터 1시간 동안 휴식권 보장이 근거가 됐다. 지난 두 달 계도기간을 거치면서 100여 종의 서류를 발행하는 무인민원발급기를 확대 설치했다지만 실제 효과는 못미쳤다.

공무원노조는 적절한 휴식이 업무 효율을 높여 양질의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작 광주시 본청은 동참하지 않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전국 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일제 시행하면서도 예상되는 초기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본보 취재 결과, 무인민원발급기는 일부 오류가 발생했고 한국어만 지원되는 탓에 외국인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주민등록 등·초본, 가족관계등록부, 여권, 차량 등 기본적 서류만 가능해 인감증명 발급, 복지상담, 전입신고 등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점도 여실히 드러났다.

민원기기 사용이 서툰 어르신, 결혼이주여성 등 외국인들은 점심시간 휴무 현수막과 공고문이 낯설기만 하다. 일과 중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은 또 어떤가. 상당수 시민들은 전 직원이 점심에 같이 밥 먹으러 간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지금까지 처럼 순차 근무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 어떤 경우라도 시민 편의가 우선인 공직자의 도리라면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점심 휴무제 시행을 미처 알지 못해 벌어졌다고 탓할 바는 결코 아니다. 점심시간 전에 도착하려고 급하게 뛰어야 하고, 하릴없이 텅 빈 민원창구를 맴도는 그 애타는 마음을 헤아렸어야 한다. 민원인을 남겨두고 식당으로 떠나는 공무원도 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당초에 제기됐던 일각의 우려가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민원인들에게 불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현실은 사뭇 다르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