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몇 마디 - 김종 시인

2021년 07월 05일(월) 19:23

▲시 ‘억새의 춤’은 가을 억새를 통해 깨달음의 경지를 노래한다. 가을이면 영산강변을 따라 광주에서 목포까지 억새의 바다가 출렁거린다. 화자는 그 억새를 보며 “수많은 강물이 몰아치고/할퀴고 삼켜도 그대로 /주저앉을 수 없었던가”하고 의문과 영탄조의 이중화법을 통해 억새의 강인한 생명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아포리즘적인 시구 “인생이란 억새처럼/한 바탕 춤추는 生의 길”을 보여준다. 생의 순간마다 번뜩이는 에피파니(순간의 깨달음)에 도달했을 때 시인은 그 순간을 확 잡아챔으로써 한 편의 시가 탄생하는 것. 억새처럼 나래를 펴고 한바탕 춤을 추는 화자에 나에게도 날개가 솟는지 견갑골이 스멀거리는 느낌이다.

▲시 ‘시간’은 시간에 대한 시인의 명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지구가 한 번 자전을 하면 하루가 가고 한번 공전을 하면 1년이 간다. 그러나 지구에 사는 생물체는 자전과 공전의 형체를 인식할 수 없다. 그래서 과학이 발달하기 전에는 모든 천체가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고 생각했고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제 자연과 공전은 초등학생도 아는 과학적 사실이다. 시간이 지구를 돌리고 시간이 시냇물처럼 흘러 낮과 밤이 된다. 시간은 “하늘 높이 승천하여/비구름 만들었다 다시 흩어지”면서 “그 아픔 가누지 못해/안개 되어 서성이다/풀 섶에 내려앉아/이슬 되어 눈물 글썽이”고 있는 것이다.

▲시 ‘귀결’은 화자가 어떤 결론을 끄집어낼 것인지, 아니면 도달할 결과에 대한 시편일지가 궁금했다. “꼬리가 잘려 절절매기도 하고 더 검어지는/안경 속의 그들, 나는 물들어 있는가” 라고 전제된 그들과 화자의 관계는 “상체를 눕히고 다리를 모로 꼬고, 이웃의 /그림자를 밟고 허기의 배를 내밀며 부끄러운/과오 혹 있었는가”로 동일시된다. “아무도 그 자리에 남아있지 못하리. 두 눈 흘기며 /목청 돋구며 버티고 섰던 시간들이 돌아갔고/하늘하늘 운구차가 떠나는 날도 있었다”로 그들도 나도 피조물인 동시에 운명공동체인 것을 알 수 있다. “돌아올 수 있을까”라고 자문하면서 “그들도 나도 하나의 파이프에 입을 댄다.”로 결론 내린다.

▲수필 ‘반디가 사는 동네’는 마치 꿈속처럼 그리운 반딧불이가 주연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돌아보면 그리운 것들을 놓치고 살아도 당연한 것처럼 포기하고 있다. 마음잡고 먼 여행을 떠나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 반딧불이가 지척인 광주의 행암동에 산다는 일은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화자는 그런 반딧불이의 생태와 더불어 자연사랑을 꼼꼼하고 자세하게 ‘반디사랑’이라고 표현된 아저씨의 입을 통해 조간조간 들려주고 있다. 어서 가서 반딧불이를 만나고 싶은 충동이 인다. ‘한여름 밤의 꿈’처럼 사랑놀음을 하는 반딧불이들의 신혼방을 구멍 뽕뽕 뚫어가며 엿볼 생각을 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신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