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조치 미흡했던 광양 산사태 역시 ‘인재’

2021년 07월 07일(수) 19:41

장대비가 휩쓸고 간 전남에서 소중한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광양 산사태의 경우는 ‘예견된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한숨짓게 만든다. 수백 ㎜ 이상 집중호우가 사전에 예보됐던 만큼 철저히 점검하고 대비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있어선 안될 일이 또 발생했다.

폭우가 쏟아진 광양시 진상면 야산에서 산사태가 일어나 80대 여성이 숨졌다. 주민들에 따르면 토사가 무너져내릴 위험이 있다며 4차례에 걸쳐 광양시에 진정을 제기했으나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산사태가 난 지점 위쪽에서는 2년여 동안 전원주택 건축을 위한 토목 공사가 이뤄졌고 올해 1월 평탄화 작업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장 아래에는 10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그동안 비가 오면 토사가 밀려오고 돌이 수시로 굴러와 평소에도 붕괴 위험을 느꼈다고 주민들은 분통해 했다. 광양시는 업체를 상대로 사면 안전성 검사를 받을 것을 제안했지만 업체가 ‘법적 의무가 아니다’며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경찰은 절개지 쪽 토사·석축이 부실한 관리로 무너졌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하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늦은 장마로 기상특보가 이어지고 있다. 남해안에 최대 500㎜ 이상의 비가 내렸으며, 해남과 강진 일부 지역엔 시간당 70㎜ 이상의 기록적인 물폭탄이 터져 침수 등이 잇따랐다. 전남도는 산사태·급경사지 등 붕괴 우려 지역에 대한 예찰을 강화하면서 해안가 저지대 침수, 하천 범람 등에 대비하고 있다. 도로, 주택, 농경지 등 주민 생활과 직결되는 시설을 중심으로 피해가 신속히 복구되도록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초반부터 그 기세가 사나운 장맛비는 이번주 내내 계속될 전망이다. 그래서 광양의 산사태 처럼 지반이 매우 약해진 지역을 재차 검점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재해 취약지 주민들이 이상 징후를 잘 살펴 마을회관 등 지정된 장소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소 잃고 나서 외양간 고쳐선 안된다. 사후약방문, 더 되풀이해서는 안되겠다. 안전이 가장 우선이다. 지나칠 정도로 조치하고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