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워드로 보는 명화이야기]보석(jewel) 화가 앵그르와 보석이야기 예술작품 속 패션·이미지 메이킹 ‘화룡점정’ |
| 2021년 07월 08일(목) 19: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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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모든 것을 초탈한 혹자가 그저 여느 돌멩이와 다를바 없다라고 욕심 없이 언급할 수도 있겠지만, 매력적인 생김새와 그보다 더 강렬한 ‘희귀성’이라는 조건은 그 가치를 높여놓고야 만다.
그렇다면 보석 중에 가장 비싼 보석은 무엇일까?
보석 중의 보석은 누가 뭐래도 보석의 여왕 다이아몬드라 하겠다. 물론 세상에서 가장 비싼 보석이 다이아몬드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흔히 알던 투명 다이아몬드가 아닌 강렬한 ‘레드 다이아몬드’이다.
일반적으로 다이아몬드는 유리처럼 투명한 것만 존재할 거라고 여기지만 빨강, 노랑, 주황 등으로 다양할뿐더러 검정색 다이아몬드까지도 존재한다. 오히려 색이 있는 보석일수록 희소성 때문에 가치가 더 올라가기도 한단다.
레드 다이몬드의 가격은 1캐럿당 12억원이며 세상에 존재하는 개수도 채 30여 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보석들이 구성하는 원소가 밝혀졌다지만 ‘붉은 방패’라는 별명을 가진 레드 다이아몬드는 아직도 어떤 원소가 결합돼 있는지 모른다고 하니 희귀함을 더해주는 요소라 하겠다.
그림 속에서도 보석들을 종종 찾아볼 수가 있다.
독자들은 그림 속 보석을 눈여겨 본적이 있을까?
보석에 특별하게 관심이 있지 않은 이상 일부러 살피지는 않았을 것인데, 화면 정중앙에서 커다랗게 반짝이던 진주 귀걸이가 인상적인 작품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너무 유명해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북유럽의 모나리자라고 불리는 이 작품은 네덜란드의 국가적인 보배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국적인 파란색 터번에 빗댄 흰색 진주의 아름다움은 화가 퍼미어와 주인공 소녀의 이야기만큼이나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외에도 찾아보면 의외로 여러 작품 속에서 종종 보석을 발견해낼 수가 있다.
특별히 보석을 그림 속에 자주 그려 넣은 화가로는 관능적이고 우아미 넘치게 여성과 보석을 묘사했던 화가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를 들 수 있다.
화가이자 조각가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림을 그리게 된 앵그르는 신고전주의 화가이다.
신고전주의란 말 그대로 이상미를 추구하던 예전 화풍으로 다시 돌아가 마치 그리스 조각상과 같은 완벽한 아름다움을 그림에 표현하고자 했던 사조이다. 이런 ‘궁극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했던 신고전주의의 대표 화가로는 나폴레옹의 궁정화가이자 앵그르의 스승이었던 다비드와 이를 이어받아 신고전주의를 확장 시켜낸 앵그르를 들 수 있다.
앵그르 작품은 다비드의 제자답게 일반적인 작품들에서 대부분 균형미와 탄탄한 비례미가 돋보이지만 유독 여성의 나체 등을 포함한 초상화에서 만큼은 왜곡한 흔적이 보여 조금 의아스러운 점이 느껴진다.
이는 여타의 신고전주의 화가들과 차이점이라 할 수 있는데 포인트는 ‘관능적인 우아미’이다.
그리스 조각상 같은 매끈한 피부표현과 세밀한 묘사 그리고 아름다움을 강조하기 위해서 인체 해부학적 비례를 일부러 무시해 그린 경향도 포함된다.
스승 다비드를 따라 역사화나 대작을 좋아했으며 이로써 성공하기를 원했던 앵그르였지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고 후일 사람들이 기억하는 작품들 대부분이 초상화다. 그의 초상화에는 유독 여인의 모습이 많은데 신고전주의 화파답게 등장하는 여인과 거기에 딸려있는 보석들 모두가 실물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그의 그림을 보면 당시 유행하던 패션의 흐름이 한눈에 파악이 가능하다.
앵그르가 그린 보석 그림 중 유명한 것은 새빨간 루비가 화려하게 그려진 ‘로스차일드 남작 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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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설명했던 레드 다이아몬드의 별명 붉은 방패와 같은 이름을 가지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상징은 독일어 ‘줌 로텐 쉴트’(zum rothen Schild)를 영어식으로 바꾼 것으로 레드 다이아몬드의 별명과도 같다.
로스차일드가는 원래는 천민 출신이었지만 19세기 금융업 등으로 가문을 일으킨 후 현재까지도 부호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유대 자본과 정치 등에 연관돼 각종 음모론들 그리고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세력으로 주목받아 근대 초까지는 막강한 세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여전히 세계적인 부호인 것은 확실하다.
그림 속 주인공이 바로 로스차일드 가문의 남작 부인 베티다. 왕실의 파티에는 참석하지 않아도 이 여인의 초대장을 받고자 사람들이 매우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니 당시 그 기세를 짐작해 볼 수 있다.
핑크색 천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섬세하게 표현된 드레스와 정성스럽게 장식된 핑크색 리본이 달린 원피스는 매우 아름답다. 게다가 그녀가 착용한 보석들은 한마디로 화려함의 극치라 할 수 있는데, 목걸이, 반지, 팔찌, 부채를 포함해 특히나 가문을 상징하는 루비는 가장 압도적인 자태를 뽐낸다.
7월의 보석이기도 한 루비는 라틴어의 ‘빨갛다’는 뜻을 가진 ‘Rubrum’에서 차용됐는데 색감 때문에 열정적인 사랑, 정열 등을 의미한다. 강렬한 빨강색이 특징인 이 보석의 독특한 점은 희한하게도 자신의 색과는 정반대 색인 푸른색의 사파이어와 같은 돌에서 채굴된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사파이어보다는 루비가 희귀성이 조금 더 높다고 한다.
다음으로 볼 작품은 영롱한 비취색의 보석을 착용한 오송빌 백작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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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여인은 프랑스 낭만주의 문인 스탈 부인의 외손녀이자 낭만주의 시인 바이런의 전기 등 여러 권의 책을 쓴 지성인으로 당시 존경을 받던 여성이었다. 완벽주의자였던 화가 덕에 3년을 기다려 볼 수있었던 작품이지만 공개 당시 폭풍 같은 찬사를 받았다고도 전해진다.
그림 속에 그녀의 미모와 지성을 그대로 재현하고자 했던 앵그르는 바스락거리는 드레스의 재질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한 푸른색 벨벳 의상은 물론 살짝 머금은 미소 그리고 벽난로에 살짝 기댄 자세를 통해 그녀의 분위기를 은근히 표현해내고 있다.
여기에 화룡점정이 되는 보석 또한 한몫을 해내는데 이 그림에 담긴 보석은 푸른 빛의 터쿼이즈이다.
오송빌 백작 부인이 착용한 보석은 터키옥이라고도 불리는 터쿼이즈가 세팅된 뱀 모양의 금반지와 팔찌이다. 12월의 보석인 하늘빛 터쿼이즈는 그녀가 입은 드레스의 색과도 어울려, 의상과 보석을 함께 맞춰 코디한 센스가 돋보일뿐더러 당시 유행했던 패션의 종류가 그림으로 그대로 드러난다.
보석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야 물론 아름다운 생김새가 큰 이유겠지만 그보다 더한 조건은 앞에도 언급했다시피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희귀성’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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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모델이었던 여인들에게 존경심을 표현하기 위해 보석을 공들여 그렸다던 앵그르처럼 보석은 한 사람의 매력을 드러내 주는 요소로 활용될 만큼 가치 있는 소재이다.
이런 보석을 보며 드는 생각은 오직 하나뿐인 나의 삶을 더욱 아름답고 희소성 넘치게 가꿔가야 하겠다는 것이다.
독자분들도 모두 보석과 같은 시간을 보내시길 바라며 7월 한 달도 행복한 하루하루 되시길….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