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미술관’ 광주시의 예견된 유치 실패

2021년 07월 08일(목) 19:48

이른바 ‘이건희 미술관’ 후보지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송현동 부지로 압축되면서 광주시가 난감해하고 있다. 세계적인 축제로 2년 주기로 열리는 광주비엔날레,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포함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 등 문화적 자산의 우위를 내세우며 조용한 유치전에 나섰던 터였는데 결과적으로 전략적인 실패였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이 선보인 이건희 컬렉션 30점에 대해 지방에서 볼 수 없는 대가들의 수준높은 작품이라며 뜨거운 열기를 나타낸 시민들은 크게 낙담한 모습이다. 당초부터 광주시의 수동적인 태도에서 충분히 예견된 결과라는 반응이다. 시의회에서도 적극 행정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른 광역·기초단체가 유치 선언을 하는 모양이 안 좋아 물밑작업만 하는 자세로 일관해서는 안된다며 보다 열정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경쟁에 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고(故)이건희 회장의 유족이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기증한 문화재와 미술품 2만3천181점에는 국보급이 다수 포함돼 있을 뿐만 아니라 시대별·장르별 스펙트럼이 매우 넓어 비수도권의 문화주권 회복에 큰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시민들은 명실상부 ‘문화수도’로 발전하기 위한 호기를 박탈당한 상실감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스페인의 ‘빌바오미술관’을 비롯해 영국 리버플의 테이트미술관, 게이츠헤드의 발틱현대미술관 등은 지역에 건립돼 수많은 관광객이 즐겨찾는 명소로 발돋움했으며 성장을 견인하는 동력으로 역할하고 있다. 이번 정부 결정 역시 유감스런 이유다. 그동안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국정과제로 표방하면서도 스스로 부정한 셈이 됐다. 일각의 주장처럼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즉각적 철회까지 검토해야 한다.

광주시는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서 사실상 ‘뒷짐’만 졌다. 여타의 자자체들과 여실히 다른 행보여서 앞으로 정부가 혹시 후보지 선정을 뒤집는다고 해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적인 문화예술도시로 나아갈 탄탄한 기반이 형성될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지고 말았다. 잔뜩 기대가 컸던 만큼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