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청산도 슬로길 5-7코스

느리게 걸을수록 아름다운 섬길

2021년 07월 13일(화) 19:23
섬 전체가 숲으로 덮여있는 목섬은 동쪽 끄트머리에 천하절경을 이룬 ‘새목아지’라 불리는 기암괴석이 신비로운 풍경을 선물해준다. 동쪽으로 뻗어나간 기암괴석의 모습은 마치 새의 긴 목 같다.
산길을 걷다가 내려다보면 수십 미터 높이의 기암절벽은 오랜 세월 동안 침식돼 칼로 베어낸 듯이 안쪽으로 좁게 파여 한층 아름답게 바라보인다.

청산도 슬로길 5코스가 시작되는 권덕리마을에 도착하니 작은 섬마을이 소박하다. 마을 옆 산비탈에는 다랑논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그 아래로 에메랄드빛 바다가 드넓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아 누가 더 푸르나 경쟁한다. 길은 해변 언덕 위로 이어져 말탄바위, 범바위를 향해 고도를 높여간다.

수십 미터 높이의 기암절벽은 오랜 세월 동안 침식돼 칼로 베어낸 듯이 안쪽으로 좁게 파여 한층 아름다워졌다.

말탄바위는 이름 그대로 해변에 우뚝 선 바위가 고개를 쳐든 말 같다. 바다를 향하고 있는 말탄바위는 30㎞ 정도 떨어진 여서도를 향하여 달려가는 기세다.

범바위를 정면에 두고 산길을 따라 오른다. 범이 웅크린 모습을 닮았다는 범바위에 올랐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바위틈을 지나면서 호랑이 우는 소리가 난다고 하여 범바위라 불렀다고 한다. 청산도에 살던 호랑이가 바위를 향해 포효했는데 이 바위에서 울리는 소리가 더 커서 호랑이가 도망갔다는 전설도 가지고 있다.

범바위는 바위 자체도 아름답지만 주변 조망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청산도 남쪽해안은 수많은 곡선을 그리며 에메랄드빛 바다와 어울린다. 대모도 소모도 소안도 보길도 같은 섬들이 원경을 이루며 청산도의 그림을 풍요롭게 해준다. 아주 화창한 날에는 여서도 뒤로 제주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범바위 위쪽에는 1년 후에 배달되는 ‘느림우체통’이 서 있다.

범바위 위쪽에는 1년 후에 배달되는 ‘느림우체통’이 서 있다. 이처럼 청산도 슬로길에는 느림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슬로길은 칼바위 방향으로 향한다. 칼처럼 날카롭게 생겨서 칼바위라는 이름을 얻었다. 칼바위에서는 작은 바위섬 상도와 멀리 여서도가 푸른 바다에 떠 있는 모습이 정답게 바라보인다.
장기미해변. 공룡알 크기의 반들반들한 몽돌이 해변을 장식하고 있어 공룡알해변이라고도 부른다.

장기미해변으로 내려선다. 공룡알 크기의 반들반들한 몽돌은 100m 길이로 해변을 장식하고 있다. 그래서 장기미해변을 공룡알해변이라고도 부른다.

공룡알해변 양옆 바위지대는 수직으로 주상절리를 이루어 절경을 이룬다. 앞바다에는 상도가 손에 잡힐 듯하고, 상도 뒤로 여서도가 먼 바다에서 아스라이 다가온다. 에메랄드빛 바다는 청량하고, 파도는 조심스럽게 다가와 매끈한 몽돌과 부딪치면서 하얀 물보라를 만들어낸다.
청산도의 지붕을 이루는 대봉산 보적산 매봉산으로 둘러싸인 청계리와 신풍리, 부흥리, 양지리 마을과 다랑논.

보적산과 매봉산 사이 골짜기를 따라 형성된 다랑논을 지나 청계리로 향한다. 높지 않은 고개를 넘자 청계리와 신풍리, 부흥리, 양지리 마을과 다랑논들이 발 아래로 펼쳐진다. 이들 마을과 주변 들판은 청산도의 지붕을 이루는 대봉산 보적산 매봉산으로 둘러싸여있다.

울긋불긋한 지붕과 높은 돌담길을 지나 청계리 마을 중촌들샘을 만난다. 청계리 마을에서부터 상서마을까지의 슬로길 6코스는 주로 마을과 마을을 잇는 농로로 이뤄져 있다. 구불구불한 논두렁을 따라 다랑논들이 서로의 얼굴을 맞댄다.
상서리 돌담길. 처마 높이까지 쌓아올린 돌담은 구불구불한 골목을 따라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양지리 마을 앞 논에는 ‘구들장논 체험장’이 있다. 청산도 구들장논은 논바닥에 돌을 구들처럼 깔고 그 위에 흙을 부어 만든 논으로 논 가장자리에 통수로를 만들어 용수과 배수를 조절하도록 했다.

청산도 구들장논은 2014년 4월 국내 최초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주관하는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상서리에서 슬로길 7코스가 시작된다. 청산도 어느 마을에나 돌담이 있지만 상서리에는 시멘트 담이 전혀 없고 모두가 돌담이다. 처마 높이까지 쌓아올린 돌담은 구불구불한 골목을 따라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작은 돌만 가지고 층층이 쌓아올린 돌담을 보고 있노라면 그 기술과 정성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상서마을 돌담장은 2006년 문화재청으로부터 등록문화재 제279호로 지정됐다.

상서리 뒤편 밭길을 따라 올라가니 상서마을 포토존이 설치돼 있다. 포토존에 설치된 액자 속에 상서마을과 대봉산 자락에 둥지를 튼 마을과 다랑논이 한 장의 사진으로 담겨진다.

길은 동촌리 마을로 이어진다. 동촌마을 아래로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마을 돌담길을 따라가니 마을 뒤편에 300-400년 된 느티나무와 팽나무가 서있다. 동촌리 사람들의 쉼터 역할을 해주고 있는 이 나무들을 마을 사람들은 ‘할머니 나무’라 부른다.

동촌마을에서 밭길을 따라 내려가니 신흥리 해변에 닿는다.

청산도 동쪽에 위치한 신흥리해수욕장은 마침 썰물 때라 부드러운 모래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신흥리해수욕장은 밀물 때는 완전히 바닷물에 잠기지만 물이 빠지면 모래바닥이 2㎞나 드러난다. 동쪽 바다 멀리 생일도와 평일도, 신지도와 약산도가 붕긋붕긋 솟아 그리움을 가져다준다.
신흥리해수욕장은 밀물 때는 완전히 바닷물에 잠기지만 물이 빠지면 모래바닥이 2㎞나 드러난다.

신흥리에서 1차선 해변도로를 따라 1㎞ 쯤 걸어가 외딴 섬 목섬 앞에 선다. 목섬은 물이 빠지면 청산도와 연결되고, 밀물 때면 독립된 섬으로 돌아간다. 요즘은 목섬과 청산도를 연결한 제방이 설치돼 있어 물때와 관계없이 드나들 수 있다.

목섬으로 들어가 하늘을 가린 숲길을 따라 걷는다. 목섬은 슬로길이 지나기 전까지만 해도 사람의 통행이 없어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해 온 청산도의 보물섬 같은 곳이었다. 섬 전체가 숲으로 덮여있는 목섬은 동쪽 끄트머리에 천하절경을 이룬 ‘새목아지’라 불리는 기암괴석이 신비로운 풍경을 선물해준다.

동쪽으로 뻗어나간 기암괴석의 모습은 마치 새의 긴 목 같다. 푸른 바다에 둘러싸인 새목아지가 바다로 날아가는 새처럼 느껴진다. 새목아지에 서 있으니 멀리 생일도 평일도, 덕우도, 형제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손짓한다. 바다 위를 맴도는 갈매기가 자유를 만끽한다.

목섬에서 신흥리해수욕장으로 되돌아와 이틀에 걸친 청산도 슬로길 걷기를 마친다. 슬로길 나머지 코스(8-11코스)는 드라이브로 대체한다.

진리갯돌해변도 잠시 만나고, 단풍나무 가로수 울창한 단풍길도 달려간다. 남은 배 시간 동안 청산도에서 가장 큰 해수욕장인 지리해수욕장을 거닐기도 한다.

완도행 배에 오른다. 청산도는 점점 멀어져가고,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일상 속에서도 청산도가 가르쳐준 ‘느리게 살기’를 다짐해 보지만 제대로 실천이 될지 모르겠다. 배는 어느새 완도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해 있다.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청산도 슬로길 5코스는 범바위와 장기미해변에서 보는 풍광이 절경이고, 6코스와 7코스에는 구들장논과 돌담길 등 청산도의 옛 정취가 남아 있다. 7코스 목섬 새목아지는 기암괴석이 신비감을 자아낸다.
▶5코스 : 권덕리마을회관→말탄바위→범바위→칼바위→장기미해변→청계리중촌들샘 (5.54㎞, 2시간 소요)
▶6코스 : 청계리중촌들샘→신풍리마을회관→부흥리 숭모사→양지리 구들장논체험장→뚝방길→원동리 마을회관→상서돌담마을 (5.11㎞, 1시간 20분 소요)
▶7코스 : 상서돌담마을→동촌리할머니나무→신흥리해수욕장 쉼터→목섬연도제방→목섬 새목아지→목섬 연도제방→신흥리해수욕장 (6.21㎞, 2시간 10분 소요)
※완도여객선터미널에서 청산도 가는 배가 하루 6회 운항한다. 07:00, 08:30, 11:00, 13:00, 14:30, 18:00. 50분 소요 (여객선 운항정보 문의 1666-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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