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에서]정치의 계절

김종민 논설실장

2021년 07월 15일(목) 19:26
김종민 논설실장
제20대 대선 예비후보등록이 시작됐다. 역대 어느 선거보다 난립하는 각축전 양상이다. 으레껏 있는 일이지만 이번처럼 네거티브에 열중인 적도 없었다. 여론조사에서 번갈아 1, 2위를 다투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으로선 검증의 시간이기도 하다. 여기에 양강구도를 깨는 변화가 생기면서 사생결단의 승부로 치닫는 중이다. 정치권의 시계가 가파르게 돌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의 한복판에서 경선 일정 조정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주자들은 기간을 놓고 유불리를 따지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의 상승세에 대한 견제가 집중되면서는 ‘전략적 동지’관계에 틈이 벌어졌다. 안티에 또 안티연합, 심지어 여배우 스캔들 난타전, 집권당의 품격은 추락하고 있다. 주군을 쫓아 줄 서기에 분주한 국회의원들은 어떤가. 주류 친문 의원들도 본경선을 즈음해 진로를 정할 것 같다. 혼란스럽다. 상식 선의 넘지 말아야 할 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다.

국민의힘은 제1 야당의 존재감이 여전히 약하다. 지지율이 높은 링 밖의 선수들로 요동치는 상황이다. 야권에서 15명에 달하는 두자릿수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으나 정작 내부 인물의 입지가 미미하다. 조속한 합당과 입당 절차를 거쳐 흥행몰이를 노린다지만 유동적이다. 전격 합류를 선언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윤 전 총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장성민 전 의원, 그리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까지 끌어올리는 게임의 룰이 관건이 될 듯 싶다.

민주당은 컷오프를 통해 8인에서 6인 레이스로 재편됐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이 지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 전 대표, 박용진·김두관 의원(기호순) 으로 당초 예상에서 빗나가지 않았다. 향후 ‘이재명 대 反이재명 구도’가 뚜렷해질 조짐으로 이 전 대표의 주가가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당원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호남 출신인 이낙연-정세균 단일화가 성사될 지에 관심이 쏟아진다. 이해찬 전 대표의 묵시적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명추(이재명-추미애)연대’도 주시의 대상이다.

뜻하지 않는 변수로 인해 8월7일 대전·충남부터 시작해 9월5일 서울까지 모두 11차례 권역별 순회경선이 2-3주 정도 미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각 캠프는 표 계산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선거인단 1차 투표 결과 발표 ‘슈퍼위크’ 직후 광주·전남, 북의 선택이 승패를 가를 중대 변수란 관측 속에 더 공을 쏟는 모습이다. 현재의 1강에서 2강의 판세로 바뀐다면 파괴력이 커질 수 밖에 없어서다. 제2의 노풍(노무현바람)의 진원지로 떠오를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최근 대한민국은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로부터 선진국의 지위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UNCTAD는 개발도상국의 산업화와 국제 무역 참여 증진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유엔 산하 정부 간 기구로, 지난 1964년 설립된 이래 개도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를 변경한 것은 이번이 처음있는 일이다. 기념비적인 일대 사건으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대외적인 경제 위상과 마찬가지로 정치 수준 역시 선진국 범주에 들어야 하는데, 과연 그럴까.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민주주의 초석을 다졌고,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에 이르렀어도 의문이 든다. 새로운 비전과 정책으로 승부를 거는 성숙한 선거문화를 찾기 힘든 강대강 정당정치의 한계일 수 있다. 진보와 보수, 이념 논쟁으로 점철된 흑역사는 말할 가치조차 없다. 하지만 공정성의 가치, 실용을 우선하는 2030 MZ세대가 캐스팅보트를 쥘 게 분명하기에 앞으로의 선거는 많이 달라질 것이란 기대를 갖는다.

2022년 3월9일 대선일,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일 수도 있고 충분한 시간일 수도 있다. ‘위대한 대통령’이 될 만한 기본적인 자질 평가는 이제부터다. 코로나 이후를 대비하는 미래 지향적인 식견과 동북아시아 질서 재편을 주도하는 열린 사고를 보여줘야 한다. 혁신과 창조의 리더십이다. 도덕성도 뒤따라야 한다. 편협한 과거사에 매달리거나 극단의 편가르기는 안된다. ‘우리는 기회 균등의 나라인가’ 청년들의 물음에 차근차근 답해 나가야 한다.

유명을 달리한 방랑식객 임지호 셰프는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으로 짓고 진심으로 눌러 담아 정성껏 밥 한 상을 차려냈다. 잔디, 잡초, 이끼, 나뭇가지 등 자연을 재료 삼아 요리를 만드는 그는 길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에게 기꺼이 음식을 대접했다. ‘밥’으로 이어지는 모락모락 피어나는 ‘정’의 이야기다. 코로나의 엄중한 시기, 밥정의 소중함을 생각케 한다. 국민들이 사랑하는 사람과 따뜻한 집밥을 챙겨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기운을 낼 수 있도록 보듬어야 할 때인 것이다. 한탕 이벤트가 아니라 진정성이면 통한다. 진정성은 큰 감명과 위로를 준다.

호남이 대권으로 향하는 갈림길에 자리하고 있다. 민심은 급변하는 시대 흐름에 순응하고 국민을 존중할 줄 아는 겸손의 덕목을 갖춘 대통령깜(감)을 원한다. 코로나 사태는 너무나도 길고 고통스럽다. 평범한 일상의 회복을 위해 위기 관리에 탁월한 능력이 필요하다. 자신의 주변부터 돌아보는, 스스로에게 더 엄정한 지도자가 헌정의 새로운 역사를 써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여태까지와는 다르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국가경영 마인드를 철저 검증해야 한다. 바로 호남의 몫이다.

혼돈의 계절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사상 유래없는 폭염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올 여름은 기세가 아주 사나울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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