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두 손 / 박대우 |
| 2021년 07월 22일(목) 19: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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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가장 놀라운 부분은 중국을 겨냥한 외교적 포석이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은 명분과 실리를 한꺼번에 얻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정부에서 나타났던 즉흥적이고 독단적인 모순과 빈틈을 찾기가 쉽지 않다. 관계국들과의 우호적인 정책으로 견고한 응집력을 갖추어가고 있다. 그야말로 국제사회의 중심으로 미국이 돌아온 것이다.
20년 동안 소모적인 전쟁을 치렀던 아프간에서 철수하는 과정에서도 확연히 나타난다. ‘아프간의 미래는 아프간 국민의 책임’이라는 발언이 갖는 단호함에 국제사회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당연히 가장 충격을 받은 국가는 중국이다. 그동안 미군의 아프간 주둔을 비난해왔던 중국이 파키스탄에서 자국인에 대한 테러가 발생하자 이제는 오히려 “미국이 무질서를 방치하고 떠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아프간에서 미군이 철수하면 당장 중국의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된다.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탄압과 학살에 저항하는 무슬림 무장 세력의 등장이 예견되기 때문이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아프간의 혼란은 신장위구르의 독립 운동에 불을 지피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중국 내 소수민족의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수순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아프간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개입이 필요한데 이미 소련과 미국 등 강대국조차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물러난 아프간에 발을 들이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와 함께 홍콩에서도 일국양제와 자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국제사회에서 대만의 독립까지 실현된다면 말 그대로 중국은 종이호랑이로 전락하게 된다. 이처럼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전략은 서방 국가들과의 긴밀한 공조와 협력을 바탕으로 다각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때로는 전광석화처럼 빠르기도 하고 때로는 느리거나 물러서는 등 중국으로서는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5일 오키나와 기지에서 출발한 미 공군의 수송기가 대만 공항에 착륙하는 일이 있었다. 이미 6월에도 상원의원 3명을 태운 수송기의 착륙이 있었던 터라 중국은 즉각 강하게 반발했다. 외국 군용기는 격추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데 그치지 않고 군용기 28대를 대만 방공식별구역까지 투입해 역대 최대 규모의 무력시위를 벌였다. 더 나아가 대만 동부해안까지 훈련 범위를 확대하는 실전 훈련을 통해 ‘대만은 양도할 수 없는 중국의 일부’라는 의지를 내보였다. 대만 역시 고고도 지대공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는 등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연함을 내비쳤다. 그 결연함 뒤에는 당연히 미국이 자리하고 있다.
이제는 홍콩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영국까지 나서고 있다. 영국이 아시아 해역에 군함 2척을 연말부터 상시 배치하기로 한 것이다. 명분은 일본과의 해상안보를 강화하는 협력의 일환이라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미국, 영국, 일본의 합동작전으로 해석해야 한다. 여기에 쿼드와 쿼드플러스까지 더해진다면 중국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위협이 될 것이다.
이처럼 경제에 이어 군사적으로도 위기에 몰리고 있는 중국에게 또 하나의 강펀치가 날아들었다. 백악관에서 인도태평양의 외교정책을 담당하는 커트 캠벨 조정관의 발언이 그것이다. ‘미국이 지지하는 것은 대만과의 강력한 비공식적 관계일 뿐이며 중국이 우려하는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라는 유화책으로 중국의 대응의지를 꺾어버린 것이다. 한 손에는 총을 들고 남은 한손으로 악수를 청하는 미국의 전략을 읽을 수 있다.
힘보다 더 강한 것은 지혜라는 말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노련함도 그렇지만 중국을 상대로 두 손을 다르게 사용하는 미국이 참으로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