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경남 진양호 ‘양마산 물빛길’

산·호수 아름답게 어울린 호반 숲길을 따라 걷다

2021년 07월 27일(화) 19:54
진양호전망대에서 서면 수 많은 산봉우리들은 첩첩하게 산 그림을 그려주고, 가장 뒤편에서 지리산 주능선이 유장하게 펼쳐진다. 진양호를 앞에 두고 여러 산봉우리들이 겹치면서 호수의 평온함과 산의 깊이를 한꺼번에 느끼게 해준다.
경호강을 따라 달리는 여정은 언제가도 아름답다. 광주-대구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대전-통영고속도로로 접어들자 경호강이 유유히 흘러간다. 고속도로는 산자락을 따라 굽이굽이 흘러가는 경호강과 나란히 달려간다. 차창 너머로 강줄기가 유연하게 다가온다. 산과 마을, 강과 들판이 어울린 풍경을 바라보며 달리는 드라이브가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

경호강은 경남 함양군 서상면 남덕유산에서 발원해 여러 마을과 들판을 적시며 흐르다가 산청군 생초면 어서리에서 지리산 북쪽 골짜기를 타고 흘러온 물줄기가 모인 엄천강과 만나 강다운 위용을 갖춘다. 산청읍을 지나자 웅석봉과 둔철산이 경호강을 호위한다. 진양호에 도착한 경호강은 강폭이 넓어지고, 물 흐름이 정체된다.
진양호는 경호강과 덕천강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인공호수다. 1970년 준공되고, 1999년 10월 남강댐 보강공사로 3억 1천만 t 규모의 저수용량을 갖췄다.

한편 지리산 천왕봉 남쪽에서 발원한 덕천강은 산청군 시천면 단성면과 하동군 옥종면, 사천시 곤명면을 지나 진양호에서 경호강을 만난다. 골짜기를 굽이돌며 호수를 이룬 진양호에 머물렀던 강물은 남강이라는 이름으로 진주 시내를 관통해 흐른 후 경남 함안군 대산면에서 낙동강에 합류한다.

서진주IC를 빠져나와 진양호공원으로 들어선다. 일주문 형태로 세워진 진양호공원 정문이 길손을 맞이한다. 정문 옆 시내버스 종점에 주차를 해놓고 ‘양마산 물빛길’을 걷기 시작한다. 주변에는 충혼탑이 세워져 있고, 아래쪽에 망향비가 서 있다. 남강댐이 건설되면서 강변 마을과 농경지가 물에 잠겨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실향민들이 생겼다. 이들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망향비가 세워졌다.
진양호 망향비. 남강댐이 건설되면서 강변 마을과 농경지가 물에 잠겨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실향민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세워졌다.

솔숲 울창한 호반을 따라 걷다보면 나무 사이로 잔잔한 호수가 평온하게 다가온다. 남인수 동상을 지나 ‘일년계단’을 따라 오른다. 365개 계단으로 이뤄져 ‘일년계단’으로 부르는데, 이 365계단을 오르면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이뤄진다고 한다. 그래서 ‘일년계단’을 소원계단으로도 부른다. 일년계단을 오르면 2003년 1월 준공된 진양호전망대에 이른다. 3층 전망대에 오르니 진양호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진양호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진양호전망대

진양호전망대 바로 앞쪽에서 북쪽에서 흘러온 경호강줄기와 서쪽의 덕천강줄기가 만난다. 두 강줄기는 남강댐 건설로 호수가 돼 강의 흐름을 느낄 수는 없지만 두 강을 에워싸고 있던 산봉우리들이 길게 이어져 거대한 강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진양호전망대 바로 앞쪽에서 북쪽에서 흘러온 경호강 줄기와 서쪽의 덕천강 줄기가 만난다.

경호강 방향으로 보이는 수많은 산봉우리들은 첩첩하게 산 그림을 그려주고, 가장 뒤편에서 지리산 주능선이 유장하게 펼쳐진다. 진양호를 앞에 두고 여러 산봉우리들이 겹치면서 호수의 평온함과 산의 깊이를 한꺼번에 느끼게 해준다. 산이 양이라면 물은 음이어서 호수와 산이 음양의 조화를 이룬 모습을 가장 실감나게 볼 수 있는 곳도 이곳 전망대다.

수많은 지리산 골짜기에서 흘러나온 물줄기는 구례에서 하동 방향으로 흐르는 섬진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경호강과 덕천강을 따라 흘러 이곳 진양호에서 모인다. 지리산은 자신이 뿜어낸 물이 모여 거대한 호수가 된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면서 뿌듯해 할 것 같다.

진양호전망대에서 바라보면 지리산뿐만 아니라 경상남도 하동, 남해, 사천지역의 산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가온다. 하동 금오산 봉명산, 남해 금산 망운산, 사천 와룡산 등 알려진 산만 해도 금방 헤아려진다. 진양호를 만들어준 남강댐이 건너편 물문화관과 함께 바라보이고, 댐 아래에서는 진주시내의 아파트들이 빌딩숲을 이루고 있다. 진주시내와 인접해 있는 진양호를 바라보며 아름다운 산수를 즐기며 살아가는 진주시민을 부러워한다.

물은 모양과 색깔이 없다. 강을 만나면 강물이 되고, 호수를 만나면 호수물이 된다. 주변의 색깔에 따라 햇빛의 방향에 따라 색상이 달라진다. 자기모양과 자기색깔을 갖지 않으면서도 물이라는 본질을 잃은 적이 없다. 타협과 공존이 사라져가는 우리사회가 물과 같이 유연하고 화합하는 사회로 승화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진양호전망대에서 내려와 ‘양마산 가는 길’ 이정표를 따라 걷는다. 전망대 근처 울창한 편백숲을 지나자 솔숲이 이어진다. 고즈넉한 오솔길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숲길 아래로 진양호가 바라보인다. 숲길을 걷다보면 가끔씩 진양호와 주변의 산봉우리들이 멋진 그림을 그려준다. 호반에 서 있는 돌탑은 진양호를 바라보며 의젓해한다. 호수주변 산봉우리들은 잔잔한 호수위에 자신의 그림자를 조용히 내려놓았다.

양마산 정상(150m)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팔각정이 있다. 이곳 팔각정은 중간 휴식처로 제격이다. 우리는 간식도 먹고 물도 마시면서 휴식을 취한다. 양마산 물빛길은 수변탐조대 방향으로 이어진다. 울창한 활엽수림이 무더운 날씨를 이겨낼 수 있는 청량한 기운을 뿜어내준다. 상쾌한 숲속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노랫가락이 귀를 맑게 해준다.

수변탐조대 주변은 아기자기한 바위들이 호숫가를 장식하고 있다. 멀리 남강댐도 바라보이고, 경호강 방면의 진양호 상류가 주변의 산과 아름답게 어울린 모습도 여전하다.

호수에는 벚꽃 피는 봄이면 벚꽃이 피고, 단풍 든 가을에는 단풍이 든다. 산봉우리에 눈이 쌓이면 호수에 하얀 산이 그려진다. 진양호에는 계절에 따라 각기 다른 색상의 그림이 그려진다. 호수는 어떤 색상이나 모양이 그려질 수 있는 거대한 캔버스다. 진양호라는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은 물빛으로 드러난다.

수변탐조대를 지나면서부터 호수 옆 숲길을 따라 걷는다. 얕은 호수물이 차있는 골짜기 건너편으로 이어지는 양마산 물빛길이 실타래가 풀려지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잠시 대나무숲길을 걷는데, 마을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진양호가 생기기전에는 대나무 숲 아래로 마을이 있었을 것이다.

호수를 바라보며 걷는 길은 그윽하고 고요하다. 잘 가꿔진 숲과 잘 다듬어놓은 길이 천천히 걷기에 그지없이 좋다. 양마산 물빛길은 대나무숲길도 걷는다. 대나무숲 아래에는 진양호가 생기기전에는 마을이 있었을 것이다.

길을 걷다보면 나무사이로 푸른 호수가 잔잔하게 다가오고, 숲은 사람들을 포근하게 안아준다. 호수를 바라보며 걷는 길은 그윽하고 고요하다. 경사지를 올라갈 때는 약간 힘이 들기도 하지만 속도를 늦추면 될 일이다. 잘 가꿔진 숲과 잘 다듬어놓은 길이 천천히 걷기에 그지없이 좋다.

명석면 가화리로 가는 길과 진양호전망대로 가는 길이 갈리는 삼거리에서 우리는 진양호전망대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진양호전망대에 도착하여 다시 한 번 진양호 전경을 바라본다. 멀리서 다가오는 지리산은 여전히 장중하다. 진양호가 ‘산처럼 무겁고 물처럼 유연하라’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경호강과 덕천강이 만나는 곳에 자리한 진양호는 맑고 수려한 풍광을 지닌 인공호수다. ‘진양호 양마산 물빛길’은 산과 호수가 아름답게 어울린 진양호 호반숲길을 따라 걷는 길이다.
▶코스 : 진양호정문→진양호전망대→양마산 팔각정→수변탐조대→가화마을 갈림길→상락원 갈림길→양마산 팔각정→진양호전망대→진양호정문
▶거리, 소요시간 : 10.8㎞, 3시간 40분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진양호정문(진주시 남강로 1번길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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