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운치 않은 학동 붕괴참사 중간수사 발표

2021년 07월 29일(목) 19:52

광주경찰청 수사본부가 모두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 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지 내 철거건물 참사와 관련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고 원인은 역시 안전불감증에서 기인한 총체적 인재로 밝혀졌다. 불법 공사로 불안정해진 건물에 성토층과 지하층이 붕괴로 미는 힘이 작용한 탓으로 분석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시작부터 해체계획서를 따르지 않고 적절한 구조 검토 없이 철거가 진행됐고 횡하중에 의해 무너진 것으로 감정했다.

부실 공사의 배경으로는 재하도급과 함께 지분 따먹기 행위를 지목했다. 공동 수급자로 계약을 체결하고도 실제론 참여하지 않고 수익 지분만 챙기는 이른바 ‘지분 따먹기’가 관행적으로 자행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제 수사는 업체 선정·재개발 사업 비위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현재까지 수주 업체와 브로커 사이에 수억원대의 금품이 오갔고 입찰 담합 등 불법행위가 이뤄진 정황을 일부 확인한 상황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 수사 발표는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당한 사회적 재난에 대한 국민적 관심에 비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 같다. 특히 재하도급을 인지하고도 묵인한 원청업체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경찰은 시공사인 HDC 현대사업개발에 대해 관할 행정관청에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사실을 통보해 과태료나 행정처분만을 받도록 했을 뿐이다. 근본적인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도 엄정한 법 집행과는 다소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꼬리 자르기식 해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에 50억7천만원으로 책정된 공사는 대략 30억원에 하청업체로 넘겨졌고 재하청을 받은 업체는 불과 12억원에 철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서가 형식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기간 단축과 비용 때문인데 현장 관계자들만 입건, 구속했다. 결국, 경찰은 원청업체가 큰 관련이 없다고 봤다. 그러나 이는 지나치게 안이한 판단으로 여겨진다.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난 대형 참극의 이면에는 부당한 거래가 있어서다. 앞으로 단 한 점의 의혹이라도 없도록 경찰은 수사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공명정대한 마무리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