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들의 허언…김영록 지사의 실천

김재정 지역특집부장

2021년 07월 29일(목) 19:52
김재정 지역특집부장
언총(言塚). 경북 예천군 지보면 대죽리 한대마을에 있는 ‘말무덤’이다. 400-500년 전에 만들어진 말(馬)이 아닌, 말(言)을 묻는 무덤이다.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에도 언급된다. “언총은 한마디로 침묵의 상징이다. 마을이 흉흉한 일에 휩싸일 때마다 여러 문중 사람이 언총에 모여 ‘기분 나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으로 시작하는 쓸데 없는 말과 ‘그쪽 걱정돼서 하는 얘기인데요…’처럼 이웃을 함부로 비난하는 말을 한데 모아 구덩이에 파묻었다. 말 장례를 치르는 셈인데, 그러면 신기하게도 다툼질과 언쟁이 수그러들었다고 한다.”

-‘말’만 난무하는 대선판-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까지 7개월여 남은 시점.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대권 주자들이 전국 각지를 돌며 지지를 호소한다. 더불어민주당이건 국민의힘이건 여야를 막론하곤 그들이 쏟아내는 말에는 국가 비전도, 정책도, 정치철학도 잘 보이질 않는다. 양상은 바뀔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상황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검증이라는 명목으로 마타도어가 난무한다. 지역주의 조장 발언도 들린다. 해당 대권 주자들의 설명과 해명에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적지 않다.

정치인의 최대 무기 중 하나가 말이란 건 부인할 수 없다. 말의 무게를 감당하는 것 역시 정치인의 몫이다. 특히 대권 주자라면 말에 정치 철학, 국가 비전이 담겨 있어야 한다. 자신들이 꿈 꾸는 ‘정치’를 하기 위한 자격이자 품격이다.

정치가 보이질 않는다. 진영 논리만 있다. 모든 사안이 진보-보수의 프레임 속에 갇혀 있다. 어찌 보면 준비 부족이다. 불필요한 말이 많아지고, 예기치 않은 논란을 자초한다. 말이란 게 그래서 무섭다. 주워 담을 수도, 바로 잡을 수도 없는 부메랑이 된다. 언총에 버려야 할 말들이 넘쳐난다.

지금 그들이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는 정말 중요하다.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자천타천 대통령 후보들 아닌가. 지역에 찾아와 거시적인 계획을 늘어놓는다. 허나 거창한 구상, 뜬구름 잡는 이야기 뿐이다. 핵심인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도통 잘 모르겠다. 솜털처럼 가볍디 가벼운, 무의미한 ‘말의 성찬’이다.

대선판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특히 ‘촛불’ 이후 현실 정치에 주목했던 20-30대의 시선이 궁금하다. 검증을 빙자한 비난·비방이 판치는 대선판 속에 정치 혐오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앞선다.

-‘진짜 정치’는 말이 아닌 행동-
대선이라는 대형 정치 이슈에서 살짝 벗어나 최근 김영록 전남지사가 보여준 ‘행동’에 주목하고 싶다. ‘관료’ 출신인 김 지사는 재선 국회의원, 문재인정부 초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거쳐 2018년 전남지사에 당선됐다.

지난 5-6일 전남지역엔 최고 600㎜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1천여명의 이재민과 1천130억원의 피해, 자연재해는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답답한 상황에 도백(道伯)의 역할은 빛을 발했다.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촉구하는 것은 행정기관 수장으로서 당연지사. 그런데 김 지사는 7월 6일부터 7월 24일까지, 채 스무 날도 되지 않은 기간 광양·해남·진도·장흥·강진·영암 등 집중호우 피해 현장을 총 14차례 찾았다. 생채기가 난 도민들의 마음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위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전남 4개 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틀 뒤인 지난 24일 휴일에도 김 지사는 진도읍 청룡어촌계 수산양식 피해 현장에서 어민들과 만났다. 지금도 김 지사는 중앙부처 관계자와 정치인을 만날 때마다 수산물 재해 복구 단가·보상 현실화 등을 건의(言)한다. 특별재난지역은 시작일 뿐, 이 참에 잘못된 제도를 뜯어 고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결국 행동과 실천은 ‘정치인’ 김영록의 말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상처를 보듬는 게 진짜 정치, 민생이다. 대선 정국에서 대권 주자들이 보여줘야 할 정치 또한 민생이다. 남은 7개월, 말과 행동 사이에서 그들의 줄타기가 이어질 것이다. 현답(賢答)은 어디에 있을까. 지켜 볼 일이다.
이 기사는 광주매일신문 홈페이지(kjdaily.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kjdaily.com/1627555924552547013
프린트 시간 : 2021년 12월 06일 19:4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