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사죄해야 할 시기다

최명진
(사회부 기자)

2021년 08월 11일(수) 18:18

“미안하단 사과 한 마디 듣고 죽는 것이 내 소원이요.”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이 약 8개월 만에 광주에 모습을 드러냈다.

광주지방법원은 지난 9일 전씨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 항소심을 진행했다. 전씨의 이번 광주 방문은 재판부의 증거 신청 제한 등 경고에 따른 것이다. 불이익 우려로 마지못해 법정에 선 것일 뿐 진정성 있는 사죄를 위해서가 아니다.

이번에도 전씨는 미안한 기색 하나 없이 경호원의 부축을 받으며 등장했다. 오월 가족들은 다시 법원 앞에서 마주했다. ‘혹시라도 사죄하지 않을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일말의 기대를 품었지만, 그는 끝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거기에 불성실한 재판 태도 또한 여전했다.이전과 같이 재판 내내 꾸벅꾸벅 졸다가 깨기를 반복했다. 이후 전씨는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법원 출석 25분 만에 퇴정했다.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동석한 부인 이순자씨가 “식사를 못해 가슴이 답답한 것 같다”고 대신 답했다. 이날 공판 또한 곧바로 마무리됐다.

전씨는 “사죄하라”고 외치는 유족들의 절박함에 침묵으로 일관한 채 차에 올라탔다. 이번에도 사죄 한 마디 없이 떠난 그에게 오월단체와 시민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남편을 잃고,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오월어머니들은 “‘미안하다’ 사과 한 마디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이냐”고 울부짖었다.

5·18 당시 잔혹한 시민학살은 수많은 증언과 조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죄와 반성이다. 악행을 일삼고 거짓말하고 있는 그를 ‘민주주의의 눈’으로 심판해야 한다.

아직까지도 건강을 방패 삼아 광주시민들을 우롱하는 전씨가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길 바란다. 전두환은 눈을 감고 나서야 사죄할 것인가. 살아생전에 오월가족들과 광주시민들에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지금이 바로 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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