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학동 건물붕괴 재판 정의 구현의 계기로

2021년 08월 16일(월) 19:21

지난 6월 광주시 학동4구역 철거과정에서 5층 건물이 무너져 모두 17명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와 관련, 현장검증을 시작으로 재판이 본격화된다. 불법 재하도급 업체 대표인 굴착기 기사, 일반 건축물 철거 하도급 업체 현장소장은 다단계 하도급, 해체계획서 미준수 등 법규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했으며, 감리자는 주요 해체 공정 당일 자리를 비우고 평소 일지도 작성하지 않는 등 안전 점검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를 기소돼 법정에 선다.

경찰의 조사 대상은 45명에 이르며 현재까지 6명이 구속된 상황이다. 철거 업체 계약 브로커, 석면 철거 하도급 업체 현장소장, 원청인 HDC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등 3명도 조만간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참사 원인과 책임자 규명을 마친 경찰은 업체 선정·재개발 비위 분야 수사에 집중하면서 18명을 입건(구속 1명)했다. 미국으로 도피한 문흥식 전 5·18 구속부상자회장 등 브로커들이 알선을 대가로 금품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고 원청과 조합 측이 관여했는지 압수수색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학동 붕괴 참사는 경찰 수사와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안전 불감증과 재하도급이라는 고질적인 건설업계의 병폐로 인한 ‘인재(人災)’로 드러나면서 성역 없는 수사와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유족들은 원청 경영자·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국회와 정부가 나서 건설 현장 곳곳에서 일어나는 불법 재하도급 문제를 뿌리뽑기 위한 근본적인 개선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재개발을 둘러싼 각종 비리가 이참에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는 호소다.

다시는 비슷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무리한 불법 철거에 대한 묵인과 방치가 계속된다면 또 참혹한 사태를 만들게 뻔하다. 일각의 우려대로 꼬리자르기식 마무리는 절대 안된다는 것이다. 한 점의 의혹도 있어선 곤란하다. 진상 규명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지엄한 법의 심판을 통해 경종을 울려야 한다. 관련 있는 기관들의 책임 있는 사과도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공정과 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한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야 하는 시기다. 앞으로의 재판을 지켜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