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라도 좋다, 염치와 상식을 보여라 / 박대우 |
| 2021년 08월 26일(목) 19:29 |
|
지난 23일 국민권익위원회 부동산거래특별조사단은 국민의힘과 비교섭단체 5당 소속 국회의원 및 그 가족의 부동산거래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본인과 그 가족의 법령위반 의혹의 소지가 있는 국민의힘 의원 12명, 열린민주당 의원 1명을 발견했고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 송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 중 윤 의원과 관련한 것은 부친이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었다. 이에 대해 당 지도부는 바로 다음 날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기에 의원직 사퇴는 일반적인 예상을 벗어난 강수라고 할 수 있다.
윤 의원은 회견에 앞서 국회의원 사직서를 제출했다. 국회법상 회기 중에는 본회의에서 의결해야 의원직에서 물러날 수 있다. 투표는 무기명으로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재석 의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특히 12월까지는 정기국회가 이어지기 때문에, 본인이 원한다고 당장 국회의원을 그만둘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일부에서 사퇴 운운하며 쇼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과 부친 의혹부터 명확하게 해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이번 사건의 파장은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이미 당 지도부로부터 면죄부를 받았음에도 스스로 의원직을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이미 문제가 불거져 탈당을 요구받고 있는 다른 의원들은 커다란 압박감을 느낄 것이다. 특히 탈당 권유만 하고 사실상 방치상태인 여당은 더욱 엄청난 부담에 짓눌릴 것이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가 진행한 같은 조사에서 의혹 명단에 올랐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2명은 현재까지 모두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당장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겠다는 의원도 없고, 그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거듭 강조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실수할 수도, 때로는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더구나 공직자라는 이유로 일반인에 비해 훨씬 가혹한 검증과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 때로는 법적 처벌도 받아야 한다. 만약 본인의 행동이나 결정과 상관없이 주변으로 인한 것이라면 더 할 나위 없이 억울할 것이다. 어떤 상황에 대해 누군가는 소명을 하고, 누군가는 변명을 하고, 누군가는 거짓을 선택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아내의 탓으로 돌리며 스스로를 남루하게 만드는 모습까지 보인다. 지금은 여론이 펄펄 끓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혀 지겠거니 하는 낯 두꺼움을 넘어 본인을 보호하는 법률까지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정치인이나 공직자 대부분은 실망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누군가는 자신을 지지하는 무리 속으로 들어가 기이한 논리로 적을 만들어내고 이에 따라 파생되는 대립과 갈등을 재기의 발판으로 삼으려 했다. 실낱같은 희망으로 호흡을 이어가고 있는 국민들에게 편을 가르고 마지막 순간까지 상대를 이겨야 한다는 진영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심지어 윤 의원의 사퇴를 두고 ‘쇼’라 폄훼하고, 그 효과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치졸함까지 내보이고 있다.
부동산 투기의 본질적 사안은 수사기관에 맡겨놓으면 된다.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지고 사법처리 대상이라면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았기 때문에 방탄 국회의 염려도 사라지게 된다. 수사와 처벌을 주장한다면 오히려 의원직 사퇴를 주장하고 환영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국회의원에서 물러나겠다는 것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큰소리로 호통을 치고 싶다.
“이보시게, 정치가 웃음거리로 전락한지가 이미 십수 년일세. 제발 쇼라도 좋으니까 국회의원직을 내던지는 모습이라도 보여주시게. 그럴 용기도 없이 끝끝내 버티고 있는 당신들의 모습이 오히려 형편없는 쇼라는 것을 아직도 모르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