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인터뷰]김영록 전남지사 “수도권 중심 정책 참을 수 없는 분노 치민다” 대한민국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 균형 발전 김재정 기자 |
| 2021년 08월 30일(월) 20:59 |
|
▲취임 후 최대 성과 3개를 꼽는다면.
-한전에너지공대, 블루이코노미, SOC다. 대통령 공약인 한전공대는 마스터플랜 수립,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내년 3월 정상 개교를 할 수 있게 됐다. 세계적인 공과대학이 돼 에너지산업을 선도하면 지역에 에너지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해 지역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다. 광주·전남 모두 혜택을 볼 수 있다.
블루이코노미 비전 선포 이후 전남도가 그린뉴딜을 준비하고 관련 사업을 선점해 추진하고 있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모시고 블루이코노미 비전을 선포했는데 전남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 정책을 선도하고 미리 준비해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정부의 그린뉴딜 프로젝트의 하나로 해상풍력이 들어간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마지막으로 획기적인 SOC 변화다. 철도 르네상스 시대에 맞게 경전선 뿐만 아니라, 남해안철도도 전 구간이 전철화됨으로써 목포에서 부산까지, 광주에서 부산까지 기본 SOC가 갖춰졌다. 여수 화태-백야간 연륙교, 목포 달리도, 해남 화원까지 1조원 해안 관광사업이 국가 예타 면제사업으로 확정됐다.
▲관료 생활을 거쳐 정치인으로 변신한 지 13년 됐다. ‘행정가’ 김영록과 ‘정치인’ 김영록의 차이는.
-행정은 합리성을 추구한다. 목표는 이미 국가적 과제로 주어진 것이고 그 안에서 작은 목표를 설정하며 합리성을 가져가는 과정이다. 일을 합리적으로 잘 추진하기 위한 목표다. 그런데 정치인은 목표 설정부터 해야 된다. 목표 설정이 사실상 정치인의 역할이다. 결국 현장의 많은 분들의 목소리를 듣고, 무엇을 진짜 원하는지 그런 것들을 토대로 해야 한다. 목표 설정이 잘못됐다면 목표도 바꿔야 한다. 정치인은 근본에 문제가 있으면 근본을 바꾸는 것부터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하는 역할은 좀 더 근본적이고, 또 현장 지향적이다. 합리성 만을 갖고 추구하는 게 아니다. 공무원 시절 국민들에게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인가를 염두에 뒀다. 항상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 어떤 혜택이 주어질 것인지 생각했다. 솔직히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정치인이 되고 나니 온실 속에서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정치인이 된 뒤엔 현장에서 문제점을 찾았다. 현장에 가면 책에 나오지 않는, 멋진 보고서에 나오지 않은 문제점이 많이 있다. 그런 문제점들을 잘 발굴하고 청취하고, 또 의견을 듣고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게 정치인이 해야 하는 역할이다.
▲최근 현장 행정이 눈에 띈다.
-결국 문제는 현장에 가봐야 알 수 있다. 법은 최소한의 것을 규정하고 행정은 그보다 더 많이 나가지만 행정의 보고서라는 게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예시할 수 없다. 현장에 가면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점들이 많이 있다. 그런 점들을 바로 잡아야 한다.
예를 들어 에너지 전환시대에 재생에너지 허가권의 경우 1㎿ 이하는 시장·군수, 3㎿까지는 도지사, 3㎿ 이상은 산자부 전기위원회가 갖는다. 이론적으로 보면 그럴싸해 보인다. 그런데 해상풍력을 하려다 보니 바로 문제가 생긴다. 풍력발전기 하나가 8㎿ 정도 된다. 도지사가 해상풍력발전기 하나도 허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 문제점이 바로 나온다. 중앙에서도 답변을 못한다.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만 한다. 이론적으로 1㎿, 3㎿로 나눠 놓고 보면 문제점을 모르는데 현장에 가면 드러난다.
일상적인 현장 역시 가보면 문제점이나, 이런 것은 미처 몰랐구나 했던 사안이 나온다. 그래서 꼭 현장을 가보라고 한다. 국회의원 시절에도 농어민들과 대화하고 현장에 있던 문제점들을 갖고 의정활동을 했다.
▲코로나19로 도민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 아쉬울 듯 한데.
-공적 활동 위주로 할 수밖에 없다. 규모도 줄여야 한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행사를 못한다. 만나는 사람의 숫자가 제한적이다. 도민들을 많이 만날 수 없고 공식행사가 아니면 사적모임은 자제하는 편이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없다.
지역에 가면 도지사 얼굴 보기 힘들다 이렇게 말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런 말을 들으면 굉장히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도민과의 대화를 현장 인원을 최소화하고 영상 비대면 회의로 했는데 굉장히 좋아하시더라. 코로나19가 심해진 뒤에는 그마저도 못하고 있다. 아예 소수만 참석해 ‘줌(Zoom)’으로 하는 영상회의라도 해야겠다 생각하고 있다.
직원들과의 소통 역시 코로나 이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래서 줌 회의로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
▲상징적으로 200만 도민 이야기를 하지만 이미 180만명이 무너진 지 오래다. 해결책이 잘 보이지 않아 더 큰 문제다.
-국가가 해야 한다. 국가가 인구 문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인구청을 만들어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사느냐 죽느냐의 심각한 문제다.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심각하게 못 느끼고 있을 뿐이다.
균형 발전이 필요하다. 서울·수도권으로 사람이 모일 수 밖에 없는 경제·정치·행정 구조가 짜여져 있기 때문에 시·도지사가 책임지겠다 해도 살 길을 찾아 서울로 간다. 그래서 균형 발전을 해야 한다. 어느 지역에 살아도 내 삶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여기 있으면 안돼’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주고 있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올라가는 것만 봐도 국민들에게 그런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이다.
균형 발전 없이 근본적으로 인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균형 발전이 돼야 지역에 일자리도 만들어진다. 좋은 일자리를 찾아 젊은이들이 많이 빠져 나간다.
도(道) 단위도 노력해야겠지만 국가 차원의 근본 대책이 나와야 한다. 대선 후보들이 그런 점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수도권 경쟁력만 갖고 나라를 살리겠다는 것은 10년, 20년은 버티겠지만 그 이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서 그런 문제의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전남의 경우 차선책으로 관광객을 많이 유입시켜 상주 인구를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관광객이 전남에 많이 오면 경제가 활성화된다. 체류형 관광을 확대하겠다는 것도 사실 인구 감소 차선책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관광 활성화는 지역 경제를 살리고 간접적으로 인구 대책도 될 수 있다.
▲정치인 도백(道伯) 김영록의 가장 큰 고민은.
-전남이 낙후되고 국토의 끝에 있다 보니 어떤 일을 하는 데 힘이 많이 든다. 지리적 여건을 극복하는 게 힘들다. 전남이 참 좋은 여건을 갖고 있는데도 중앙 정부의 시각은 항상 수도권 위주 정책 만을 펴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그런 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가장 어려운 과제다. 한전공대 할 때도 전남에 만들어서 국가 전체적으로 얼마나 득이 되겠느냐 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방사광가속기는 결국 실패하지 않았나.
서울에서 나주는 매우 가까운 거리임에도 서울만 벗어나면 지방이고 낙후됐다는 인식 때문에 정말 일하기 어렵다. 이런 점을 중앙에 가서 토로하는데 울분이 날 때도 있다. 중앙에 가면 인구 소멸 대책, 재정분권, 균형발전 등 목소리를 높일 때가 많다. 억울한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 예를 들어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 결국 지방은 가만히 앉아 손해보는 것 아니냐. 울분이 날 수밖에 없다. 도민들은 어쩌겠나.
우리나라가 너무 중앙, 수도권 위주로 가는 것에 대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 때가 있다. 그럼에도 중앙에 있는 분들은 당연한 것으로 느낀다. 그런 분들은 크게 인식을 못한다. 다들 중앙집권적 사고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지방 실정을 모른다. 그럴 때 참 답답하다.
▲결국 균형 발전이 답이라는 이야기 같은데.
-그렇다. 균형 발전이 돼야 한다. 참여정부 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균형 발전 하면서 혁신도시를 만들었다. 그땐 그게 어려운지 몰랐는데 지금 보니 정말 어려운 일을 한 것이다. 그때도 약간 강제력을 동원했다. 그렇게라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뒤로는 균형 발전이 너무 어렵다. 정책을 해도 지방이 바로 좋아질 수 없고 정책 효과가 높다고 볼 수도 없기 때문에 안하는 것이다.
중앙부처도 사실 균형 발전에 관심이 없고 효율성만 따지면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 수도권에 (무엇이든) 해야 된다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다. 그래서 균형 발전이 앞으로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정책 과제라고 생각한다. 경쟁력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다 보면 서울·수도권만 계속 좋아진다.
이제 지방도 고루 발전해야 나라가 화합이 되고 국민 통합이 된다. 지방이라는 이유로 그냥 맑은 공기, 깨끗한 땅에서 사는 걸 만족하고 살겠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삶의 질을 높이면서 지역 발전도 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년 대선이 중요하다. 대한민국엔 어떤 리더가 필요한가.
-첫째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대통합의 정신을 갖고 국민을 통합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의 자질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균형 감각과 혁신이라고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말씀에 동의한다. 균형 감각은 사회를 고루 발전시키고 보듬어줘야 하기 때문에 맞는 이야기다. 또 미래 비전을 갖고 새롭게 진취적으로 나가려면 혁신이 필요하다. 현재 상황에서 누구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대선 후보 중 그런 분이 보인다.
▲빼곡한 일정에 업무량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평소 스트레스 해소는 어떻게 하나.
-스트레스를 받기는 하는데 비교적 빨리 잊는 편이다. 자연 속에서 걸으면서 스트레스 해소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더라. 한적한 마음으로 걸으면서 생각하면 이 세상에 스트레스가 별 것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주로 걷는데 가끔 아무 생각없이 멍을 때리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그동안 제1의 과제가 코로나19 극복이었는데 청정 전남의 명성을 지킬 수 있도록 도민들이 잘 협조해줘 감사드린다.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9월까지 코로나19를 막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덜어줘야 하기 때문에 현재 4명으로 제한하고 있는 사적모임을 최대한 빨리 8명으로 완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코로나가 극복되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데 주력할 생각이다.
특히 내년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다. 의견을 잘 모아 전남 미래 전략산업, 핵심 SOC를 추가 확충하는 데 적극 활용하는 기회로 삼겠다. 한전공대 역시 대통령 공약이었기 때문에 지금의 성과가 이뤄진 것이다. 대통령 공약 발굴이 중요한 만큼 도민, 정치인, 국회의원 의견을 다방면으로 모아 안을 만들었다. 대선주자와 정치권에 전달해 채택되도록 노력하겠다.
/김재정 기자
김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