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광주 붕괴장면 사용 잘못됐다

2021년 09월 06일(월) 19:54

광주 시민들이 현재까지도 트라우마로 힘든 상황이다. 지난 6월9일 오후 4시22분.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광주시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 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짜리 건물이 통째로 무너지면서 바로 앞 도로 변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 1대가 매몰됐다. 짓눌린 버스 안에 갇힌 17명 가운데 9명이 숨지고 8명은 다쳤다.

유가족과 부상자의 아픔과 상처는 아직 그대로인데, 지상파 방송에서 당시의 참사 화면이 사용돼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문제의 장면은 지난 3일 SBS TV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등장했다. 극 중 인물들이 거주하던 주상복합 건물의 붕괴 소식을 전하는 뉴스 보도에 실제 광주 철거건물 붕괴와 포항 지진 당시 영상이 담겼다. 논란이 확산하자 제작진은 공개 사과했고, 다시보기는 중단됐다.

참으로 상식선을 넘어서 부적절했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됐다는 것, 비난받아 마땅하다. 유족들은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울먹였다. 거액의 합의금을 받았고, 심지어는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아파트까지 받았다는 근거 없는 악의적인 유언비어가 퍼지는 가운데 2차 피해를 호소했다. 고인 및 피해자 가족들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하는 행태에 광주시도 입장문을 내고 단순한 방송실수로 보기 어렵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사고 원인과 진상 규명을 위한 수사, 관련자 처벌을 위한 재판이 시작됐다. 후진국형 인재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논의도 활발하다. 현재진행형 재난에서 이번 SBS 드라마 사태는 용납되기 힘들 것 같다. 분노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제작진은 철저한 내부조사를 통해 경위를 파악해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광주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학동 철거건물 붕괴로 안전이 우리 사회의 여전한 화두라는 사실이 재차 확인됐다.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아쉬움이 큰데도 2차 피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유족들의 슬픔과 고통을 더 외면해선 안된다. 배려하고 함께 나눠야 할 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