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문예회관장 개방형 직위 해제 재고해야

2021년 09월 06일(월) 19:54

광주시가 문화예술회관장을 민간 전문가가 아닌 내부 공무원으로 임명하기 위해 개방형 직위 해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지난 2019년 지역 문화계의 의견을 반영, 개방형 직위로 지정 후 공모를 거쳐 성현출 관장을 임용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을 표명함에 따라 후임 인선에 들어간 것이다.

문화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광주민족예술인단체총연합, 광주문화도시협의회 등은 행정 경험이 풍부한 공무원이 배치돼도 업무 기간이 짧아서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고, 내년 지방선거 일정을 감안하면 장고 끝에 악수를 두는 것이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들 단체는 문화행정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지역 인사들을 무시하는 행태라면서 즉각 사과하고 원상 복구할 것을 요구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당면 현안 해결 후 내년 상반기 개방형 직위로 재차 지정하겠다는 광주시의 입장이 진일보한 조치나 진정성 있는 해법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시는 대면공연이 축소된 기간 문예회관 대규모 리모델링, 공연작품과 연계된 관광 상품화를 위한 예산 확보 등을 위한 중요한 시기라며 과제로 제시했다. 광주시립극단 부조리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 광주청년유니온 등도 앞서 별도의 성명에서 어떠한 소통 없이 개방형 제도 도입과 결과에 대한 적절한 진단과 평가를 생략한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개방형 직위 도입 당시에 광주시는 이용섭 시장 선거캠프 출신 보은 인사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문화계는 당장 이번에도 과거 사례처럼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공무원들이 마지막으로 거쳐 가는 안식처 정도로 배치하려 한다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공신력이 크게 흔들리는 실정이다.

광주는 누가 뭐라해도 아시아문화중심도시다. 품격있는 문화행정을 실현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가 책임 있는 기관의 책임있는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광주시는 먼저 적극적으로 소통하길 바란다. 문화수도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협력부터 도모해야 한다. 혹시 의도와 다르게 오해의 빌미를 제공해서도 안된다. ‘한편의 잘 짜인 드라마 각본’, ‘농락당한 기분’이라며 불쾌해 하는 문화예술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