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디지털’로 함께하는 사회 돼야

최명진
(사회부 기자)

2021년 09월 08일(수) 19:40

한 어르신이 터미널 매표소 무인발권기 앞을 몇 번이고 서성였다. 이것저것 눌러봤지만 도무지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지 않자 결국 지나가던 버스기사에 도움을 요청했다. 겨우 예매를 마친 어르신은 매표 창구를 대신해 늘어선 수십여대의 키오스크를 씁쓸히 바라봤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우리 사회는 점점 더 디지털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키오스크, 셀프 계산대, 무인상점 등 디지털 기기가 우리 주변 곳곳을 메웠다. 음식점, 영화관, 마트 등 대부분의 상권에도 무인화 바람이 불고 있다.

코로나19 상황과 함께 편리하다는 이유로 우후죽순 생겨난 디지털 기기는 모두에게 도움을 주진 못했다. 화면 속 깨알같이 작은 글씨, 수많은 선택지, 등 뒤로 늘어선 대기줄은 노인들에게 또 하나의 벽으로 다가왔다. 정보소외계층인 어르신들의 고민이 날이 갈수록 깊어지는 이유다.

정보화·무인화 환경에 따라 디지털 정보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현실이다. 이에 맞춰 광주지역 각 자치구들도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정보화교육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광주 동구는 ‘청소년 정보화 동행단’을 꾸려 어르신 등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스마트기기 지원활동을 시작했다. 스마트폰 앱 사용부터 온라인 배달 주문까지 일상 생활 속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들을 세심하게 살핀다. 서구의 경우, 전문 강사를 도서관으로 초빙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키오스크 등 디지털 기기 이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디지털 사회에 가까워지며 그에 따른 어려움도 커질 것은 분명하다. 단편적이고 일회성에 그치는 활동에서 나아가 근본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모두에게 편리해 보이는 환경이 누군가에게는 어려운 도전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누구나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성숙한 사회는 작은 배려에서 시작된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하는 따뜻한 디지털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고민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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