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노의웅 作 ‘경양방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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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년대 서방국민학교(현 효동초교)는 태봉산 근처 들판에 자리했다. 내가 친구들과 놀던 놀이터는 말바우에서부터 경양방죽 그리고 태봉산이었다. 학교가 끝나면 북동 천주교까지 1시간30분을 걸어갔다. 그곳에서 수녀님의 가르침을 받아 교리를 공부했다. 돌아오는 길이면 어김없이 어두워졌다. 경양방죽 뚝방을 지나야 하는 무서움에 소름이 돋았다. 뚝방 양쪽으로 느티나무가 우거져 괴기스러웠다. 성당에서 구호물자로 나눠준 크고 무거운 코트를 둘러싸 가지고 돌아왔던 기억이 바로 엊그제 같다. 눈만 보이도록 감싸고 뚝방을 지날때면 나의 머리카락은 고슴도치 털이 되는, 괴기스러운 뚝방 길이었다.
여름이면 광주의 멋쟁이 형, 누나들이 보트를 타고, 겨울이면 잘 생긴 형들이 스케이트를 지치며 지나는 모습이 어린 내가 보기에도 참으로 좋아 보였다. 경양방죽에서 태봉산 옆으로 흐르는 개천을 ‘홍그랑또랑’이라 불렀다. 여기서 붕어와 미꾸라지를 대나무 바구니로 많이 잡았다. 봄에 모를 심기 위해 그 많은 논에 물을 채우고 나면 방죽 물이 바닥났다. 그러면 광주시민 모두 바구니와 바게스를 들고 나와 고기를 잡곤 했다. 그야말로 ‘물반 고기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기가 많았었다.
1960년대에 경양방죽을 매립했다. 태봉산을 헐어서 메웠고 나머지는 광주상고에서 계림국민학교까지 이어졌던 큰 흙산으로 메웠다. 경양방죽, 태봉산, 말바우가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됐다면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관광지가 됐을 거다. 그걸 지키지 못한 게 너무 가슴 아프다. 그리고 그 시절이 한없이 그립다.
<노의웅 미술관장·전 호남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