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지역 공공의료는 어떻게 가야 하나 / 전경선
2021년 09월 22일(수) 18:50
전경선 전남도의회 운영위원장
정부는 지난 6월 초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앞으로 5년 동안 총 4조7천억원을 투입하여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필요한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이다.

반면에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8월 더 이상 못 버티겠다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국민의 여론은 4차 유행 상황에서 파업을 예고한 노조를 탓하기보다는 “얼마나 힘들었길래 지금 같은 때 파업을 하겠느냐”며 공감하는 쪽이다. 아마도 그건 우리 국민이 코로나 대응의 현장 일선에서 헌신해온 보건 의료인들의 고충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도민을 대표하는 도의회 의원으로서 공공의료 확대를 힘껏 지지하고 응원한다. 공공의료 확대가 과중한 의료비 부담과 섬 지역 등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해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진정한 의료복지 국가를 향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의료현실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걸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포스트 코로나라는 희망 섞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위드 코로나’라는 현실을 먼저 직시했으면 좋겠다.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을 지켜온 그들이다. 그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본질은 무엇인가?

바로 공공의료다. 공공의료에 대한 실질적 확충 없이는 우리 사회가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그들은 분명히 호소하고 있다.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을 다시 한번 꼼꼼히 들여다보았다. 사실 대답은 굉장히 난센스다. 필자가 보기엔 이번 발표는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의지가 확고해 보이지 않았다.

일단 공공의료의 상당한 책임을 지방정부가 담당하도록 했다. 지역별 재정자립도에 대한 구체적 대안없이 그저 지역이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명분만으로는 해법 자체가 매우 모호해 보였다. 지역 공공의료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결국 의료인력일텐데 이 인력 부족에 대한 정확한 해법 역시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35개 지방의료원 현황을 통해 우리 의료인력의 현실을 살펴보자. 정원에 비해 의사 140명, 간호사 760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의료진 이직률은 15.4%나 되었다. 또한 2019년 기준 인구 1천 명당 활동 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6명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2.5명에 불과했다. 더 심각한 건 우리나라 의사 수를 집계할 때는 보건의료 인력에 해당하는 임상의사 기준으로 한의사 숫자까지 포함한다고 하니 의료인력의 부족은 매우 참담한 지경이었다.

이를 지역으로 확대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인구 1천 명 대비 활동 의사 숫자가 서울은 3.1명, 전남은 1.7명이 나오는데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지역에서 직접 의료를 감당하라고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격차의 확대는 불 보듯 뻔한 것이며 수도권과 민간 대형병원으로 환자는 더욱 몰리게 될 것이다. 지역 간 기대수명이 다르다는 자조 섞인 농담이 수시로 나오는 이유다.

사실 시·도 지방정부와 권역 책임의료기관인 국립대 병원, 지역 책임의료기관인 지방의료원은 공공의료를 떠받치는 3개의 핵심축이자 실질적인 수행 주체들이라 할 수 있다. 국립대 병원과 지방의료원이 각각 광역 시도 및 시군구 지역 단위의 감염병 대응과 공공의료를 일선 현장에서 책임지고 있다면, 지방정부는 필요한 예산과 자원, 인력을 공급하고 정책과 행정 서비스를 통해 공공의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나누어 맡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모델이다. 비유하자면 병원들이 공공의료의 최일선에서 뛰는 야전 군인이라면, 지방정부는 효율적인 작전 기획과 후방지원, 그리고 병참을 담당하는 사령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전남은 현재 3개의 핵심축이라는 구조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의료라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를 제대로 준비나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지금껏 공평한 의료서비스를 주장하며 30년간 전남 의과대학 유치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사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의과대학이 유일하게 없고 중증질환 치료를 위한 전문 병원이 없기에 우리의 명분은 충분해 보였지만 이제 그것만으로는 문제 해결의 확장성이 부족하다.

공공의료의 핵심은 무엇인가? 각 지역의 주민들에게 필수 의료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제공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는 곳이 다르다는 이유로 목숨값이 달라서는 안 된다. 당연히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는 공공의료에 대한 국가의 의무로서 추진돼야 할 시대적 과제가 맞다. 결국 공공의대 설립의 방향은 의대 없는 지역에는 의대를 신설해 주어 필수·공공 의료인력 확보를 추진하는데 핵심을 두는 것이 마땅한 명분일 것이다.

현재 우리는 많은 위기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역 불균형 발전을 극복하기 위한 논의의 첫 단추가 바로 ‘공공의료’다. 그 문제를 깊게 들여다볼수록 종국적으로 주거와 교육, 일자리, 문화 등 한 개인의 삶을 결정하는 요인들과 연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지역의 공공의료가 외면받지 않도록, 우리 전남이 시대적 과제인 공공의료에 더욱 선도적으로 앞장서야 한다.

이는 바로 지역소멸과 마주하는 지혜와 다름없을 것이며 우리의 숙원이었던 의대 유치가 단순히 지역의 이기주의로 비치는 것이 아닌 비로소 공공의 시대적 과제로 거듭나게 되는 하나의 도약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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