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의 핵무장과 한반도 / 박대우 |
| 2021년 09월 22일(수) 18: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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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코로나19가 발생하자 미국 등 동맹국과 함께 코로나19 기원에 관한 국제조사를 요구하면서 중국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더 나아가 중국으로서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신장과 홍콩, 대만 문제 등에 대해서도 중국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중국은 즉각 무역보복에 나섰다. 호주의 주력 수출품목인 석탄과 목재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와 함께 와인과 바닷가재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 압박에 나섰지만 호주의 기세는 전혀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과의 군사적인 공동전선에까지 참여하고 있으니 미국입장에서는 얼마나 흐뭇하고 든든하겠는가. 미국은 63년 동안 열지 않았던 어마어마한 선물을 내놓았다.
미국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환율과 무역장벽으로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 확인된 이상 군사적, 외교적 고립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시진핑 주석의 퇴진과 장기적으로는 공산당 통치체제를 변화시키는 고강도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영국은 100년 동안 세계경제의 중심축으로 성장시켜 놓고 고스란히 중국에게 돌려주어야 했던 홍콩에 대한 영향력 복원이라는 목표가 있다. 이에 비해 호주의 강공책은 의외의 선택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무역보복으로 경제적 측면에서의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가 미국, 영국과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지리적 한계를 넘어서야할 절실함 때문이다. 힘의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중국의 헤게모니 독점이 굳어지고 있는 아시아를 벗어나 새로운 거점이 필요하고 경제적으로도 중국으로의 예속화를 벗어나기 위한 선택인 것이다. 호주의 핵추진잠수함 보유를 ‘미국의 졸개’가 되는 것이라고 비난하는 중국 공산당을 향해 ‘독일 나치’라고 강력하게 공격하고 나서는 것도 중국의 정치체제를 무너뜨리려는 미국의 심중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 표현이다. 문제는 현재의 상황이 머지않아 한반도에 다가올 미래라는 것이다.
호주의 핵추진잠수함 개발에 맞서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적극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북한의 핵잠수함 개발능력은 남한을 앞서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1년 1월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 연구가 끝났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이 결코 허언이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어차피 핵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과 유엔의 경제제재를 피하기 어렵다면 중국의 전폭적인 경제지원으로 돌파구를 모색할 것이다. 미국과의 갈등으로 유엔에 비협조적인 중국의 대외적인 환경도 여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남한과의 경색국면은 중국과 호흡을 맞춘 예후일 것이다.
북한에 비해 남한은 넘어야할 산이 너무 많다. 기술적인 부분을 떠나서 미국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20% 미만의 우라늄 농축이 불가능하다는 한·미 원자력 협정부터 해결해야 한다. 핵잠수함 개발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고 남한의 지속적인 현안이다. 북한의 핵무장을 전제로 한다면 남한의 핵보유는 전쟁억지력과 함께 남·북한 군사력 균형을 이루는데도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무장을 진행하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는 시점에 남한은 미국과의 협상에 얽매일 수밖에 없다. 핵잠수함 개발에 대해 정치권은 물론이고 국민적 요구가 높아지게 될 것이다.
우월적 입장에서 협상에 나서는 미국은 쿼드 가입과 함께 파이브아이스를 통한 절대적 동맹을 요구할 것이 자명하다. 지금까지의 모호함과 전략적 선택이 통하지도 않을 것이다. 다급한 남한이 호주처럼 선두에 서서 타도 중국을 외쳐달라고 요구하는 미국에 대해 어떤 답을 주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