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학동 붕괴참사 현장 희생자 추모제]“함께하지 못한 첫 명절” 유가족 눈물바다 김종효 부시장·동구청장·정치인 등 함께 자리 협의회, 책임자 처벌·재발 방지 대책 마련 촉구 최명진 기자

2021년 09월 22일(수) 19:29

추석인 21일 오전 광주 동구 학동 철거건물 붕괴참사 현장에서 열린 희생자 추모제에서 유가족들이 헌화하고 있다./김애리 기자

“어찌 몇몇 문자와 문장으로 이분들에 대한 그리움을 대신할 수 있겠습니까.”

추석 당일인 지난 21일 광주 학동 붕괴 참사 현장에서 희생자 추모제가 열렸다.

이날 추모제에는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을 비롯해 김종효 광주시 행정부시장, 임택 동구청장, 이병훈·조오섭·이형석·민형배 의원 등 단체장과 정치인들이 함께 자리했다.

추모제는 묵념으로 시작해 추모사와 애도사, 헌화·분향, 유족 발언 순으로 진행됐다.

이진의 유족협의회장의 추모사가 시작되자 곳곳에서 유가족들의 울음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태어날 손주의 초음파 사진을 꺼내들며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만삭의 딸, 아들을 잃고도 아직 떠나 보내지 못한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를 보내고 고통 속에 사는 남편 등 유가족들의 가슴 절절한 사연이 하나 둘 울려 퍼졌다.

함께 걸었던 산책로에서 어머니의 부재를 실감하는 아들, 고인이 된 어머니 핸드폰에 전화를 걸어보는 딸, 아직 고등학생인 막내를 떠올리며 눈물 흘리는 가족들의 이야기에 추모객들의 눈시울도 금세 붉어졌다.

이 회장은 “오늘은 그들 없이 보내는 첫 번째 추석이다. 이유도 모른 채 죽음을 맞이한 고인들을 위해 추모의 시간을 마련했다”며 “어쩌면 우리는 세상 사람들이 이제 없다고 말하는 그분들을 보낼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희생자들을 참사의 제물로만 기억하면서 분노와 고통을 삭힐 순 없다”며 “남은 아홉 가족들은 고인들을 단순한 희생자로 만들지도 않겠다”고 덧붙였다.

유족 한성은씨는 “우리 가족은 사고 현장을 지나거나, 운림 54번 버스를 마주할 때마다 여전히 울고 있다”며 “사랑하는 가족을 한순간에 잃은 슬픔은 어디에도 견줄 수가 없다”고 흐느꼈다.

한씨는 “적폐인 불법 재하도급을 방치한 정부, 돈에 눈먼 살인기업 현대산업개발, 학동4구역 재개발조합 비리 관련자들, 관리감독책임을 내팽개친 광주시와 동구청, 돈 때문에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건물을 쓰러뜨린 현장 관계자들은 고인들이 느낀 그 공포와 끔찍한 고통의 책임을 똑똑히 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살아가려면 안전은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절대가치임을 모든 국민이 공감하고 일상에서 실천하는 사회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효 광주시 행정부시장은 희생자를 애도하며 철저한 진상규명·책임자 처벌과 함께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조했다.

김 부시장은 “안타깝게 돌아가신 희생자분들께 깊은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며 “이번 사고는 절대 일어나선 안 될 인재였다. 법 개정과 제도 개선만이 희생자들의 한을 풀고 유족의 눈물을 닦는 길이다”고 언급했다.

이어 “광주시는 유족들과 끝까지 뜻을 함께하면서 시민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더이상 무고한 시민이 희생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