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전남의 행정통합, 이렇게 하자 / 이민원 |
| 2021년 09월 30일(목) 19: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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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행정체계에서 각자도생하던 지역들이 주변 자치단체들과 연합하여 상호협력하는 지역발전 전략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과 충청권(충남, 대전, 세종)의 메가시티 계획이 지역 정책에 충격을 주더니, 행정통합 논의도 꿈틀대기 시작했다. 2005년부터 시작된 대구와 경북의 통합논의가 2020년 들어 본격화되었고, 광주와 전남에서도 2020년부터 행정통합 논의를 시작했다.
아직은 대구·경북과 광주·전남 두 지역 모두 행정통합이 실제로 진행되지는 않고 있다.
대구·경북은 중장기 과제로 넘어갔고, 광주·전남은 아직 연구 중이다. 통합과 반대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서다. 따라서 찬성과 반대의 타당성을 자세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행정통합 주장의 이유는 ▲규모를 키워 효율화 ▲두 지역이 합쳐 기존과는 다른 새로움의 창조 ▲지역발전을 선도할 통합과제 추진 ▲지역갈등 해소로 지역발전 공동 대처 등을 들고 있다.
반면 행정통합 반대의 이유로 ▲두 지역은 경제활동 면에서 분리되어있지 않으므로 통합을 한다고 효율화가 나타나지 않음 ▲오히려 광역단체 하나가 소멸함으로 인해 국가지원이 감소하여 정부 과제의 축소가 예상됨 ▲광주 측에서 보면 광주의 재정이 전남으로 투입될 우려 ▲전남 측에서 보면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광주 인근으로 국책사업이나 산업이 집중될 가능성 등이다.
이 주장들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면 양측 주장의 ‘타당성’과 그 주장의 ‘이유’를 점검해 보아야 한다. 주장의 타당성 검증은 그 주장의 암묵적 가정이 성립하는지를 보면 된다.
행정통합을 하면 지역 사업의 규모를 키우고 갈등을 없애는 등의 효율화를 가져온다는 주장에는 행정통합은 규모의 경제를 가져온다는 가정이 전제되어있다.
따라서 행정통합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현재 분리되어있는 행정이 얼마나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는지, 통합을 하면 더 커진 행정단위가 어떤 면에서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있는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반면 행정통합에 대한 반대 주장은 행정통합을 해도 양 지역 간에 협조가 잘 안된다는 가정이 전제되어있다.
동시에 행정통합은 규모의 경제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행정통합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통합된 행정구역 안에서도 협조가 불가능했던 실제 사례로 그 주장을 증명해야 한다.
또한 왜 지역발전 사업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지 않는지를 설득력 있게 증명해내야 한다. 더 상세한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왜 하필 지역발전사업에서만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지 않는지에 대해 수긍할만한 답을 내놓기는 힘들다고 여겨진다.
양측 주장의 이유에 대한 검증은 어떤 주장이 상대편 주장의 이유를 충족시키는지로 판가름 난다. 어떤 주장이든 그 이유는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행정통합 주장의 이유를 요약해서 말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한 새로운 지역발전이고, 행정통합 반대의 이유는 행정통합으로 인한 재정축소나 지역간불균형 등의 손실 방지다. 이들은 우리 지역의 앞날에 매우 중요한 고려요인들이다.
따라서 행정통합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행정통합을 하여도 양 지역 총량으로 본 중앙정부 지지원 예산을 오히려 늘릴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현재의 광주 지역과 전남 지역 간에 불균형이 발생하지 않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전남의 낙후지역으로 광주의 예산이 이동하지 않고도 전남 낙후지역을 발전시킬 방안은 무엇인지를 보여주어야 광주시민들은 안심할 것이다.
그리고 전남도민들이 안심할 수 있으려면 전남의 사업들이 광주 인근으로 집중되지 않을 방안도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행정통합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행정통합을 하지 않아도 양 지역을 묶어 규모의 경제를 통해 효율화를 달성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동시에 엄연히 다른 행정구역끼리 두 지역 모두에게 가장 적합한 통합사업 선정에 합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양 지역의 첨예한 이익이 걸린 사업에서 서로 화합을 잘하면서 양 지역 전체이익을 증진할 방안은 무엇인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쯤에서 행정통합 주장과 반대에 대해 판단을 해보자. 먼저 양측 주장의 이유에 대한 가치판단이다. 행정통합 주장의 이유는 진취적이다. 화합과 새로움을 추구하고, 더 큰 세상으로 전진하자고 한다.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가치다.
반면 행정통합 반대 주장의 이유는 기존의 상태 유지, 손실 방지 등으로서 현실 안주의 퇴행성이 엿보인다. 하지만 이 역시 나름대로 보수적인 가치로서 존중받아야 하므로 행정통합은 이 가치를 존중하면서 더 나은 세계로 전진하는 데 매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행정통합 찬반 논의는 특별한 계산 없이 각자의 주장만 나열해왔다.
이제 행정통합과 비통합이 초래하는 이익과 손실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을 통해 통합에 대한 낭비적인 공방이 사라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