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순의 '문화터치']메타버스 세상, 그것은 기술 아닌 사람이 중요
2021년 10월 14일(목) 19:45
광주문화재단 문화융합본부장
참석한 인사들이 ‘아바타’를 지정해 자리를 잡는다. 주변을 둘러보니 회의장이 녹색으로 단장돼 있다. 딱딱한 느낌이 드는 일반 회의장과는 사뭇 다르다. 상쾌함이 전해진다. 드디어 연단에 발제자가 선다. 자리를 잡고 앉은 청중들은 박수를 보낸다. 크고 경쾌한 박수를 받으며 발제자가 발표를 막 시작하려는데 갑자기 어느 참석자가 연단으로 뛰어든다. 허겁지겁 뛰어 올라와 발제자를 가로막고 선다. 그 뿐 아니다. 저 뒤편에선 플로어에 앉아야 할 청중 몇몇이 앉지 못하고 계속 서성거린다. 알고 보니 메타버스의 기능을 잘 알지 못해 앉으려 해도 자리에 착석할 수 없거나 마음대로 조정이 안 돼 행사장을 뛰어다닌 것이다. 당황스러웠지만 약간의 해프닝으로 웃음을 머금게 한 채 포럼은 가야 할 길을 계속 갔다.

지난 주 개최된 2021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정책포럼-‘지속가능성에서 메타버스까지’에서 열렸던 제2부 세션 메타버스의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광주시와 광주문화재단이 개최한 이번 정책포럼에선 메타버스가 시도됐다. 포럼 행사 전체를 메타버스로 진행할 수는 없었다. 포럼에 메타버스를 탑재하면서 몇 가지를 고려했다. 현재의 기술력으로 그게 원만하게 가능할까, 관람객들이 적응할까 등이었다. 고민 끝에 한 세션만 메타버스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어 메타버스를 입혔다. 여기저기서 메타버스, 메타버스 하는데 그게 뭔지를 체험해 보자라는 차원에서의 도전이었다. 참석한 연사들도 관람객들도 모두 신기해하며 재미있어했다. 가상의 세상에서 사랑, 비즈니스 및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메타버스’의 실체에 대해 궁금해했던 이들이 메타버스를 실제 체험하며 누군가는 어렵다, 별거 아니라는 의견이 분분했다. 또 누군가는 앞으로 이 세상이 메타버스에서 무궁무진하게 열리며 확장될 거라고 긴장하는 눈치를 보였다.

이제 메타버스가 현실로 다가왔다. 좋든 싫든 메타버스를 타야 하는 세상이 됐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겐 그게 별게 아니다. 세 살짜리 아이도 스마트폰의 화면을 손가락으로 넘기는 품새가 장인 수준이다. 젊은 사람들에게 메타버스 등 디지털 세계는 껄끄럽지 않다. 오히려 그들의 세상이다. 늘 가상세계에서 게임하고 사람들을 만나온 그들에게 가상세계는 이미 그들의 현실과 거의 동등했기에 이미 적응돼 있었다. 그들은 감각에 따르면 되는 일이었다. 문제는 대부분의 중장년층이다. 세상은 바뀌고 있는데 그 바뀐 세상에 적응하기가 힘들다. 어떤 이는 말한다. “아니, 난 굳이 배우지 않을래요. 그런 거 알지 않고서도 살지요, 뭐.” 살 수는 있다. 그러나 자칫 디지털이 주류를 이끌어가게 될 세상에서 비주류로 나앉게 될 판이다. 그게 문제인 것이다. 여하튼 그날 포럼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이들은 어떻게든 메타버스를 타야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은다, 타고 보면 별거 아니라면서. 그리고 빨리 적응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인다.

이날 포럼 말미에선 또 하나의 기술이 선보여졌다. 우리는 기술이 주도하는 세상에 사나보다 하는 생각이 밀려든다. 비대면 실시간 네트워크 공연이었다. 세계 4개 도시(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각각 흩어져 있는 예술가(퍼포먼서, 음악, 영상)와 엔지니어, 감독이 실시간으로 소스를 쏘아 올려 공연을 펼쳤다. 시간 차이로 인해서 벌어질 어긋남까지 계산해 영상, 음악, 퍼포먼스를 행한 네트워크 공연이었다. 참으로 멋드러졌다. 엥기엥레벵, 바르셀로나, 부천, 광주에서 함께 쏘아 올린 소스가 한데 엉크러져 멋진 공연으로 버무러졌다. 20분여간 진행된 이 환상적인 어우러짐은 기술이 만들어낸 비대면 시대의 새로운 예술형식이었다.

버스는 놓쳐도 메타버스는 놓치지 않아야 한다. 미국 대통령 바이든도 선거운동 때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메타버스를 통해 얻었다. 메타버스 내에 공간을 마련하고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정책을 펼 것인가로 거기를 꾸며 자신을 어필했다고 한다. 젊은이를 만날 기회가 없는 연로한 바이든이 그렇게 해서 젊은 사람들과 접촉하고 자신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시대는 사정없이 변하고 있다. 마치 겉으로는 기술시대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기술을 이용해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건 사람이다. 인간이 더 중요한 거다. 활용은 우리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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