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에서]대선후보 이재명의 시간

김종민 논설실장

2021년 10월 21일(목) 19:49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대장동 국정감사의 첫 관문을 넘어 본선 모드에 들어섰다. 과장된 정치 프레임을 극복한 온전한 승리다. 있는 그대로 설명하겠다 했고, 실제로 차분했다. 납득할만한 해명에 전력했고, 실제로 먹혔다. 반전의 기회로 삼기 위한 선택으로, 성공했다. 정면돌파, 승부사의 기질이 발휘됐다. 경기지사의 마지막 소임까지 마무리하며 자신감이 붙었다.

당장 지지율의 반등 여부가 관심사다. 아직은 집권여당 후보 선출에 따른 ‘컨벤션 효과’가 미미한 실정이다. 섣부른 기대다. 중도층의 이탈 추이, 복귀를 지켜봐야 한다. 민주당 경선 분란에 대한 실망감이 여전하다. 제1야당 국민의힘으로 가지 못한 무당층, 부동층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정권교체의 우세한 여론도 그대로인 듯 하다. ‘그분’을 둘러싼 모든 의혹을 털어냈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일까.

준비된 주자 이재명은 누군가. 경북 안동 출신으로 또래 아이들이 학교로 갈 시간 화전을 일궈 생계를 이을 정도로 어려운 집안 형편에 공장으로 나섰다. 소년공 시절 당한 사고로 왼팔 장애 판정도 받았다. 가난에서 탈출하기 위해 주경야독으로 고입·대입 검정고시를 통과한 뒤 장학금을 받고 법대에 입학했으며 사법시험(연수원 18기)에 합격했다. 부산에서 노무현의 연수원 특강을 듣고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성남시장에 선출됐고, 2014년 재선에 성공했다. 2018년에는 민주당 후보로는 20년만에 경기도지사에 올랐다. 일부 반발에도 ‘무상복지 3종 세트’와 ‘기본소득’ 등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이미지로 각인됐고 박근혜 탄핵 당시 현안에 대한 강경 소신 발언으로 ‘사이다 정치인’이란 별칭을 얻었다.

이 후보 앞 여러 수식어 가운데 ‘비주류’가 단연 대명사다. 그래서 2022년 3월9일,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0선’ 대통령의 입지전적 신화를 쓸 수 있을지 궁금하다.

민주진영의 심장부 광주·전남에 그 길을 물어야 한다. 역대 선거와 마찬가지로 강대강 진보·보수 대결에서 5% 싸움이 예상되는 만큼 최대 기반에서 압도적 지지가 뒤따라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이 후보에게 광주는 정치적 고향이다. 대학 시절 비로소 알게 된 민주화운동의 진실이 정치 입문 결심의 계기가 됐다는 말이다.

“5·18은 개인적 영달을 위해 살아갔던 저를 공평한 세상,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살도록 바꿨다”, “저를 사회적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한 건 5월 광주로, 광주는 제 사회적 어머니다.”

‘원팀 정신’으로 용광로 선대위를 조속히 구성하는 것이 과제다. ‘명낙대전’의 경쟁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대의를 위한 결단을 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무효표 처리 취소와 함께 결선투표 요구가 잠재돼 있지만 별 의미를 둘 사안은 아니다. 영광 출신 이 전 대표가 지역 순회경선에서 광주·전남 1위를 했다는 점에서도 호남 민심을 살뜰히 챙겨야 하겠다.

당의 결집을 위해서도 적절하게 통합의 메시지를 내야 한다. 직전 대선 및 경기지사 경선에서 친문 진영과 경쟁하면서 갈등이 심화돼 깊은 상처로 남았던 때를 곱씹을 필요가 있다. 만일 균열이 벌어진다면 파국이다. 진보진영 결집과 중도 확장에 결정적 걸림돌이 된다. 과거의 사례에서도 숱하게 그랬다.

막바지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더블스코어로 대패했던 사실은 반면교사다. 아전인수격 해석은 독이다. 2002년 ‘후단협(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사태를 되돌아보자. 민주당 노무현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당내 반노(반노무현)·비노(비노무현) 의원들이 정몽준 의원과의 단일화를 주장하며 집단 탈당한 사건이 일각에서 언급되는 현실을 엄중 직시해야 한다.

호남은 야권으로서도 전략적 요충지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두환 찬양 발언으로 화들짝 놀랐다. 그러나 곧바로 ‘미숙했다’며 수습을 적극 시도하고 있다. 민주당과 함께 더욱 진정성 있게, 구체적인 미래비전을 약속해야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기조인 국토균형발전이 작금의 시대정신인 바, 광주 군공항 이전, AI(인공지능) 국가산업 선도, 전남 신재생에너지 육성, 국립 의대 설립 등 공공의료 확충 등 현안에 있어 청사진을 내야 한다.

지난 2017년에 이어 재수 끝에 대권에 다가선 이 후보의 수락 연설 일성은 ‘대전환의 위기를 대도약의 기회로’였다. 적폐를 일소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 건설의 기치로, 정치에 몸담게 된 인연, 광주에서의 다짐과 꼭 닮았다. 부동산 문제엔 토건세력과 유착한 정치세력의 부패비리를 반드시 뿌리뽑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 삶을 지키고 나라를 지키는 든든한 대통령, 편을 가르지 않는 통합의 대통령을 맹세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에 이은 4기 민주정부 계승의 책임이 막중하다. 집권당 대선후보 이재명, 대장동 리스크에서 벗어나 어깨가 한결 가볍다. ‘불안한 후보론’의 이미지를 깨고 지지세 회복의 발판을 마련했다. 오롯이 그의 시간이다. 특유의 명쾌한 화법과 승부사적 기질이 강해 ‘전투형 노무현’이라는 평가를 받는 ‘변방의 장수’, 드라마틱한 감동을 국민들에 안겨줄 수 있을까. 과연, 호남이 원하는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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