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삶의 쉼표 하나 찍자 / 김선기
2021년 10월 25일(월) 19:00
김선기 문학평론가 / 강진군 시문학파기념관장
가을 색깔이 하루가 다르게 짙어지고 있다. 잠시 가던 길 멈추고 나를 돌아보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스포츠 경기에서 하프타임이란 게 있다. 감독과 선수들은 하프타임을 갖고 전반전의 경기 흐름과 팀워크를 분석해 후반전에 대한 전략을 짠다. 따라서 선수들의 기량은 후반전에 비해 뭔가 달라 보이는 걸 느낄 수 있다. 스포츠 경기에 하프타임 있듯이 우리의 삶에도 적당한 쉼이 필요한 이유다.

지금,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몸과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쳐있는 상황이다.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가 좀 풀리긴 했다지만, 여전히 인간관계는 고립무원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거늘, 사람들끼리 서로 어울리지 말라는 건 곧 숨을 쉬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말 견디기 힘든 시간이다. 얼마나 더 인내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답답할 노릇이다.

하지만 어쩌랴. 오늘의 현실을 숙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잖은가. 이럴수록 자신에 대한 성찰의 시간이 필요할 때다.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려가는 것, 그래서 목적지에 남보다 일찍 도착하는 것, 그게 인생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일찍 도착하는 것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잖나 싶다. 잘못 달려온 방향이면 그만큼 다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엔 일상을 훌훌 털고 시골로 가는 완행버스에 오르면 어떨까. 목적지가 어디든 상관없다. 그곳이 외가댁이든, 죽마고우 집이든, 아니면 유년 시절 꿈을 묻었던 초등학교 교정도 좋다. 일단, 도시의 빌딩 숲을 벗어난다는 그 자체가 힐링 아니겠는가.

시골로의 여행은 폭넓은 인문학적 사유와 삶에서 느끼지 못한 뜻밖의 것들을 경험할 수 있다. 고목이 늘어서 있는 오래된 옛길과 동네 고샅, 갈대가 우거진 강과 작은 냇가, 그리고 주변에 펼쳐진 풍요로운 황금 들녘은 그야말로 매력적인 풍경들이겠다. 거기에 정 많은 아낙네가 차려주는 시골밥상은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청량제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여행은 미지의 세계에서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힐링의 요소를 갖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여행이 주는 치유의 힘을 얻는 건 아니다. 일체유심조라 하지 않았던가. 모든 건 자신의 마음에 달려있단 것이다. 온갖 스트레스와 고민거리를 풀지 않고 다시 싸 들고 온다면, 여행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는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가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반드시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가 있고, 쉼표를 찍어야 할 때가 있다. 또 쉼표를 찍어야 할 때 마침표를 찍어서 두고두고 후회하는 경우도 있다. 쉼표와 마침표를 구분해서 제대로 찍을 줄 안다는 건, 인생의 절반은 성공한 사람이다.혹시, 빈틈없이 뭉쳐있는 마침표의 단단함에 이끌려 후회를 만든 적은 없는지, 소용돌이치는 쉼표의 꼬리에 휘말려 또 다른 후회를 만들지는 않았는지 이 계절에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누구나 지금보다 앞으로의 삶이 더욱 의미 있고 가치 있기를 원한다. 아름다운 미래의 마침표를 찍기 위해선 반드시 쉼표가 필요하다. 어떤 일을 꼭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만 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성공하는 건 아니다. 흔히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한다. 더 멀리 그리고 더 오래 달리려면, 먼저 숨을 고르고 한발 물러나서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풍경이 있는 이 계절,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삶의 쉼표를 하나씩 찍어보길 권한다. 그리고 시집 한 권 손에 들고 시골 들판을 가로지르는 완행버스를 타보자. 석양을 받아 더욱 풍요로운 가을이 그댈 맞을 것이다. 사는 게 뭐 별것임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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