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순창 용궐산 하늘길

산과 강이 만나 그려진 가을 풍경화에 취하다

2021년 10월 26일(화) 19:08
용궐산 바위절벽에 잔도가 만들어졌다. 잔도 이름이 ‘용궐산 하늘길’이다. 용궐산 4부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잔도는 길이가 540m에 이른다.
섬진강 장군목. 산과 강이 이룬 모양만 해도 예쁜데, 강을 채우고 있는 바위들까지 기묘하니 가히 섬진강 최고의 비경지대라 할 만하다.

전북 임실을 지난 섬진강이 순창 땅으로 흘러든다. 순창 땅에 들어선 섬진강은 산골짜기를 따라 굽이굽이 흘러간다. 우뚝 솟은 산과 곡선을 그리며 흘러가는 강이 만나 예쁜 산수화가 그려졌다. 산과 강이 이룬 모양만 해도 예쁜데, 강을 채우고 있는 바위들까지 기묘하니 가히 섬진강 최고의 비경지대라 할 만하다. 섬진강 상류의 아름다운 풍경 한가운데에 장군목이 있다.

용궐산은 뾰족하게 솟은 모습이 용이 꿈틀거리는 듯 준엄한 형세를 띠고 있다. 임실을 지난 섬진강이 순창 땅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만난 산도 용궐산이다.

용궐산은 푸른 숲과 바위절벽이 어우러져 있다. 용궐산 바위절벽에 2020년 잔도가 만들어졌다. 잔도 이름이 ‘용궐산 하늘길’이다. 오늘은 ‘용궐산 하늘길’을 거쳐 용궐산 정상에 오르려한다.

용궐산주차장을 출발해 잘 조성된 등산로를 따라 용궐산 하늘길로 향한다. 산길에 들어서자 가파른 돌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돌계단 옆으로는 절벽을 이룬 바위가 높이 솟아 있다. 바위 아래는 울창한 숲을 이루어 절벽과 대조를 이룬다.

돌계단을 걷고 나자 바위에 설치된 잔도가 나타난다. 가파르게 솟아있는 바위절벽은 아찔하지만 잔도가 있어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데크로 만든 잔도를 걷는데 공중에 떠있는 것 같다. 용궐산 4부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잔도는 길이가 540m에 이른다.

잔도에 올라서니 골짜기를 따라 유유히 흘러가는 섬진강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잔도를 걸으며 섬진강 풍경에 취한 사람들의 눈빛이 행복해 보인다. 임실군 덕치면 구담마을 앞을 굽이돌아 용궐산과 벌동산 사이에 형성된 골짜기를 따라 흘러오는 섬진강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용궐산 자락을 지난 강줄기는 산골짜기를 돌고 돌면서 순창 땅 곳곳을 적시며 흘러간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가파른 능선을 따라 걸어야한다. 능선 아래로는 바위절벽이 자리한다. 능선에는 바위들이 많지만 나무들이 많아 아찔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바위틈에 서서 당당하게 서 있는 소나무는 가지를 뻗어 섬진강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정상에 도착하니 한자로 쓰인 용궐산(龍闕山, 646.7m) 표지석이 맞이한다. 산 이름은 용이 날아가는 것 같은 형상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최근까지 용골산으로 불리다가 이름이 용의 뼈다귀라는 죽은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2009년 용궐산으로 개명했다. 산자락 강변마을 이름도 용(龍)자가 들어가 내룡(內龍)마을, 회룡(回龍)마을이다.

용궐산 정상에서의 전망은 장쾌하다. 사방에서 다가오는 첩첩한 산봉우리들이 깊은 맛을 자아낸다. 순창의 대표적인 산 회문산도 우뚝 서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임실에 솟은 산봉우리들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뾰족한 봉우리가 강줄기를 가로막아 180도를 휘돌아가는 섬진강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동쪽을 제외한 삼면이 섬진강으로 둘러싸인 용궐산 지형을 가장 실감나게 볼 수 있는 곳도 이곳 정상이다.

정상을 벗어나 삼형제바위 방향으로 나아간다. 정상을 지나 만난 전망바위에서는 북쪽에서 흘러오는 섬진강이 평화롭게 바라보인다. 주변은 산 공화국을 이루고, 산과 산 사이를 뚫고 섬진강이 흘러온다. 강변을 따라 형성된 넓지 않은 들녘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노란 띠를 이루고 있다.
용궐산 북쪽 강변을 따라 형성된 넓지 않은 들녘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노란 띠를 이루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솟은 산봉우리들과 굽이쳐 흐르는 강, 강변마을과 황금빛 들녘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가을풍경화를 완성했다.

우후죽순처럼 솟은 산봉우리들과 굽이쳐 흐르는 강, 강변마을과 황금빛 들녘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가을풍경화를 완성했다. 바위에 앉아 자연이 가져다준 예쁜 그림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린다.

가파른 내리막은 계속되고 가끔 나타나는 조망처에서는 섬진강과 임실군 덕치면 천담마을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울창한 숲은 그윽하고 고요하다. 그나마 들려오는 새소리가 적막감을 해소해준다. 숲길을 따라 걷다보니 내룡마을과 석전마을을 잇는 임도에 도착한다. 장구목재다. 임도를 따라 내룡마을로 내려가는데, 왼쪽으로 용궐산이 바라보인다. 빨간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가 깊어가는 가을정취를 전해준다.

내룡마을 근처에 장군목이 있다. 장군목에서 바라보면 용궐산과 무량산이 우뚝 서 있는데 두 봉우리가 마주보고 있는 형상이 장군대좌형(將軍大坐形)이어서 장군목이라는 이름 붙여졌다.

장군목은 계곡이 ‘장구의 목처럼 좁아진다’고 해서 장구목이라고도 불린다.

장군목 바위는 모두 움푹 움푹 패여 있다. 거인이 걸어 다니면서 발자국을 낸 것 같다. 평평한 바위 곳곳의 패인 부문에는 물이 고여 있다. 이 패인 바위들은 침식 때문이다. 기반암에 모래 또는 자갈이 물살에 의해 회전하면서 구멍이 생겨 기묘한 모양의 바위가 된 것이다.

그중에서도 요강바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거대한 요강을 닮은 요강바위는 높이 2m, 길이 3m, 무게 15t에 이른다. 요강바위는 깊이 2m, 지름 1m 정도 되는 구멍이 뚫려있어 신비하고 오묘하다. 드릴로 잘 다듬은 것처럼 둥그렇고 매끈하다.
거대한 요강을 닮은 요강바위는 높이 2m, 길이 3m, 무게 15t에 이른다.

한국전쟁 때 빨치산 다섯 명이 토벌대를 피해 요강바위 속에 몸을 숨겨 목숨을 건졌다는 얘기며, 아들을 낳지 못하는 여인들이 이 요강바위 위에 앉으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1993년 도난 당했다가 마을주민들의 노력으로 1년 6개월 만에 되찾아오기도 했다.

요강바위 위쪽 현수교를 건너 강변을 따라 걷는다. 자전거도로로 만들어진 길은 완만한 숲길이어서 걷기에 아주 편하다. 길을 걷다보면 종종 자전거가 지나간다. 강 건너로 용궐산과 내룡마을이 바라보인다.

길 아래에서는 섬진강이 숨죽여 흐른다.
섬진강 징검다리 너머로 보이는 용궐산.

섬진강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넌다. 가장 원시적인 교량인 징검다리는 강물을 발아래 두고 건너기 때문에 강과 사람이 금방 친숙해진다. 징검다리를 건너는데 강물이 조용히 다가와 속삭인다. 강물과 다정한 친구가 된다. 여러 사람들이 발을 강물에 담구거나 하염없이 강물을 쳐다보고 있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강물과 교감한다.

흐르는 강물은 한 순간도 같은 물이 아니다.

방금 보았던 물은 보는 순간 이미 흘러가버렸다. 물이 흐르듯이 세상의 모든 현상도 흘러간다. 강물은 인간에게 집착하지 말라고 한다. 집착에서 괴로움이 싹튼다고 일러준다.

성철스님의 ‘물은 물이고, 산은 산’이라는 말씀이 생각난다.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섬진강에서 아름답기로 소문난 장군목을 감싸고 있는 용궐산 4부 능선 절벽에 하늘길이라 불리는 잔도가 만들어져 섬진강을 조망하면서 걷기에 좋다. 잔도 길이는 540m에 불과하지만 용궐산 산행과 연계하면 멋진 트레킹 코스가 된다.
▶코스 : 용궐산 주차장(산림휴양관)→하늘길(잔도)→용궐산 정상→삼형제바위→장군목(요강바위)→섬진강자전거길→섬진강마실휴양숙박시설단지→용궐산 주차장
▶거리, 소요시간 : 8.7㎞, 5시간 소요
※장군목이 있는 내룡마을에 식당이 두 곳 있다. 그중 장구목가든은 직접 기른 채소와 산야초로 밥상을 차려 담백하고 신선하다. 주변 산에서 직접 주워 만든 도토리묵 요리는 별미다. 도토리묵밥, 도토리전, 도토리묵무침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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