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위기, 빈부격차 / 박대우
2021년 10월 28일(목) 19:42
박대우 지역발전정책연구원장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이다. 인류가 시작된 이래 거침없이 성장해왔다. 다만 급격한 산업화의 여파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기후위기와 새로운 냉전시대의 갈등과 같은 환경의 변화는 인류를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발전을 의심하는 목소리를 듣기는 쉽지 않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세계 각국과 유엔의 기능을 통해 조정과 통제가 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인류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바로 빈부격차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빈부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문제는 재난지원금이나 상생지원금과 같은 국가재정의 영역이 넓어질수록 이러한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시장은 그 어떤 정책에도 흔들림 없이 부자가 지닌 특권과 경제적 편중현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빈부격차는 더 뚜렷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비트코인의 경우 상위 투자자 약 1만 명이 현재 유통되고 있는 비트코인의 3분의 1 가량을 소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채굴 능력에 있어서는 상위 10%가 전체 채굴 능력의 90%, 상위 0.1%가 채굴 능력의 50%를 점유하고 있다는 전미경제연구소(NBER)분석은 충격적이다.

빈부격차는 지구를 넘어 우주에까지 나타나고 있다. 아마존 창립자로 엄청난 재산을 갖고 있는 제프 베이조스가 우주 관광객들의 숙박까지 가능한 복합 비즈니스파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25년부터는 우주공간으로 여행을 가고, 나아가 생활까지 가능한 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도 우주 사업에 민간업체가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며 민간 우주 업체들에게 우주정거장 건설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로서는 막대한 예산에 대한 부담까지를 고려한 결정이겠지만 이제 우주 공간은 빈부격차의 상징성으로 자리매김 될 것이다.

빈부격차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사건이 있다. 미국에서 ‘억만장자세(Billionaire tax)’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상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억만장자세는 주식이나 채권을 갖고 있다면 연간 단위로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주식을 사거나 팔지 않고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미실현 이익으로 간주해서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정책이 만들어진다면 미국의 슈퍼부자 10명이 우리 돈으로 약 322조가 넘는 세금을 부담한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우주 관광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제프 베이조스를 비롯해서 전기차로 유명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 등이 포함되어 있다.

억만장자세가 어느 정도의 타당성을 지니고 있는가에 대한 논란은 불가피하다. 관련 법안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임금이 없다는 이유로 세금을 내지 않은 억만장자들도 그들이 실제로 갖고 있는 재산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정치인들이 부자에게만 손을 내밀고 있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주식이나 채권의 미실현 이익을 산정하는 방식과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경우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한다면 법률적인 면이나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지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세계경제를 이끌고 있는 미국에서 그것도 상원에서 논의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의미를 갖는다. 그만큼 빈부격차가 악화되고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빈부격차는 이제 보편적인 구분으로 굳어지고 있다. 미국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에 따라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과세정책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늦었지만 우리나라도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생산과 소비로 이루어졌던 시장구조가 자본을 중심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분석하고, 하룻밤 자고나면 상상하지 못했던 금융상품이 시장을 움직이고 천문학적인 자본이 생성되는 것에 대한 포괄적인 과세 정책이 시급하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가난할 수밖에 없는 시장은 바꿀 수 있다. 그마저도 어렵다면 최소한 노동이 수반되는 수익과의 차별화는 있어야 한다. 정책의 빈부격차는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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