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스승 / 주홍 |
| 2021년 11월 15일(월) 19: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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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스승님이 살아계신다. 공자가 말한 것처럼 ‘세상 어디를 가든 만나는 사람은 나의 스승’이라는 삶의 태도를 말하는 스승이 아니라, 진짜 내가 살아가는 이 시공간, 대한민국에 스승님이 계신다.
나의 젊은 시절은 돌아보니, 스승을 찾아다녔다. 1995년 인도에 갔을 때는 ‘혹시 마더 테레사가 나의 스승일까?’하는 마음에 인도 캘커타의 그린하우스에서 테레사 수녀를 만났고, 그 후 달라이 라마를 만나러 인도 북부 다름샬라에 갔을 때도 살아있는 스승을 찾아다닌 것이었다. 20대 시절, 나는 왜 그런 여행을 하고 있는지를 잘 몰랐다. 스승을 찾아다녔던 것이다.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다. 인도에서 돌아온 나는 간이 나빠져서 얼굴은 노랗고 입술은 검은색이었으며 삐쩍 마른 몰골에 극심한 현기증으로, 앉았다 일어나면 가끔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가 돌아오는 증상이 있었다. 건강이 나빠져서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선암사 근처 시골 작업실을 얻어 살면서 별로 할 일이 없어서 매일 새벽에 일어나 아침까지 절을 하는 100일 수행을 했다. 100일 수행은 묵언과 새벽 2시부터 아침까지 하는 108배였다. 흉흉한 소문이 있는 집터라서 매일 기도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어지러움증을 극복하고자 순전히 내 건강을 위해서 한 것이다. 그 수행 후 우연히 걸려온 전화는 필연이었다. ‘마음닦기-정신세계사’의 저자 무산본각 선생님께서 당시에 집필 중인 책의 삽화를 부탁하고 싶다고 하여 목포로 찾아간 나는 요즘 말로 ‘인생스승’을 만나게 되었다. 인생짬뽕, 인생술집, 인생사진도 인생에 중요하겠지만, 인생스승의 만남은 내 삶을 짐승에서 인간으로, 그것도 참된 인간으로 인도하는 만남이니 얼마나 중요한 인연인가!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이번 생에 꼭 스승을 만나서 온몸으로 배워야 할 진리가 있었던 것이었다. 그것은 붓다의 수행법을 통해서 체득하게 되는 무아(안아트만-anatman)-비아(非我)의 세계관이다. 종교와 율법, 정치가 아닌 진리의 세계를 공부하는 것은 얼마나 인간다운 일인가! 나는 아직도 이보다 더 인간다운 길을 알지 못한다. 스스로를 영혼까지 구하는 길에 들어서도록 안내하는 스승이 내 곁에 계신다는 것만큼 큰 축복은 없을 것이다. 2001년 10월에 시작한 수행의 길이 2021년이니 이제 20년이 되었다. 나는 세상에서 말하는 자유를 뛰어넘는 대자유인이 되었다. 울고 웃고 밥 먹고 똥 싸고 시장보고 청소하고 식물에 물을 주고 춤을 추고 그림 그리고 산책하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이 모든 일상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놀이’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이 매 순간 창조되고 있는 찬란함을 느끼며 아침에 눈을 뜨면 새로움 그 자체다. 스승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만물이 동시에 창조하고 있는 이 눈부신 세상을 나는 모르고 허우적거리며 살아갈 뻔했다. 그래도 울고 웃고 밥 먹고 똥 싸고 시장보고 청소하고 식물에 물을 주고 춤을 추고 그림을 그리고 산책하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살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내가 창조하고 있다는 진실을 모른 채로 살았을 것이다. 내 인생에서 스승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박사가 되고 교수가 되고 고시에 합격해도 짐승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대통령이 되겠다고 후보로 명함을 들고 다니는 정치인들을 보면 학교 공부를 잘 해서 명문대를 가는 것이 공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행동으로 보여준다. 우리들의 리더를 잘 뽑는 것은 민도가 더 높아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구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해 줄 참된 스승을 만나는 일이다. 나의 인생스승 무산본각 스승님께서 존 바에즈-Joan Baez의 음반을 선물해 주셨다. 오늘 아침은 존 바에즈의 목소리가 영혼을 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