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재가 광주·전남의 미래다](18)‘전남 으뜸인재’ 게이오기주쿠대 1학년 강휘원군 “한·일 관계 가교 역할…상생 이끌고 싶어요” 임후성 기자 |
| 2021년 11월 15일(월) 20: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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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통해 해외 유명인사의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보고 들을 수 있고 굳이 여행을 가지 않아도 유튜브를 통하면 세계 곳곳을 만날 수 있다. 하나의 공동체 앞에 경계 구분이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러나 일본은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다고 하나 일제강점기 등 가슴 아픈 역사를 겪음으로써 보이지 않는 거리가 존재한다. 스포츠 경기 한·일전이 단적인 사례다. 어떤 종목이든 한·일전은 무조건 이겨야 하고 국민들의 가슴을 뜨겁게 한다.
21세기 일본과의 공존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는 역사 앞에서 너무나 뻔뻔한 태도를 취하는 일본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서로를 깊이 알지 못하고 정부 간 마찰을 국민이 그대로 받아들여 민간으로까지 피해가 확산되선 안된다는 뜻이다.
현 세대의 젊은 일본인들은 역사 문제에 대해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아 오해가 생기는 일이 적지 않다. 양국 간에 뿌리 깊은 반목을 한순간에 없앨 수는 없지만 민간 교류를 넓혀 알지 못했던 서로를 더 많이 알아가면 좀 더 원만하고 미래지향적인 이웃나라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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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고 난해한 한·일 관계를 풀어 상생하는 나라로 만드는 게 포부인 지역 인재가 있다. 주인공은 지난해 전남도 ‘으뜸인재’로 선정된 일본 게이오기주쿠대 법학과 1학년 강휘원(19)군이다. 강군의 꿈은 전문가로 성장해 한·일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다.
목포 출신인 강군은 올해 목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게이오기주쿠대에 입학했다. 한일 관계 전문가가 되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
강군이 국내 대학이 아닌, 일본 유학길에 오른 것은 실전 경험을 키우기 위해서다. 현지에서 문화 뿐만 아니라 정치와 법, 사회구조를 연구하고 진정한 일본 전문가로서 역량을 계발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법학을 전공한 이유는 평소 법에 관심이 있었고 법을 배우면 일본의 정치·사회·문화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국제법 문제에도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도 담겼다.
강군이 일본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일본 만화영화 ‘초속 5㎝’를 관람하고 나서부터다. 이 영화를 보고 일본의 풍경과 문화에 호기심을 갖게 됐다.
이후 전남도교육청이 도내 중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선상무지개학교’ 참여 기회가 생겼고 이를 통해 막연한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에서 일본 유학을 통해 지역 전문가로 성장하겠다는 꿈을 꾸게 됐다.
강군은 일본 유학을 목표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일본 대학 홈페이지를 찾아보고 유학 정보 비용, 문제 해결방법 등 유학 계획을 어머니에게 전달했다.
일본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강군은 유튜브에서 무료 강의를 찾아 독학으로 일본어를 학습했다. 첫 목표였던 JLPT(일본어 능력 시험) 1급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달성했다.
이어 일본 유학을 위해 꼭 필요한 EJU(일본 유학 시험)를 준비했다. 원하는 대학에 필요한 목표 점수를 설정하고 응시 날짜와 횟수, 최종 목표 달성일, 또 이를 위한 구체적 학습 계획표 등을 도표로 만들어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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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을 위해서는 공인 영어 실력도 필수다. 강군은 JLPT, EJU 등 모두 만족할 만한 성적을 냈지만 토플은 또 다른 난관이었다. 수차례 도전 끝에 목표를 달성했다.
이 과정에서 강군의 가치관인 ‘꿈의 시각화’가 빛을 발했다. 무엇이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꿈과 성취를 위한 계획을 시각화하고 차근차근 진행해야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게 강군의 생각이다. 구체적인 단계별 계획과 목표 수립은 꿈을 향한 여정에 동기 부여와 인내할 수 있는 힘을 준다는 판단에서다.
강군은 “막연히 먼 거리의 목적지만 바라보면 지금 얼마만큼 힘을 내야 하는지, 어느 시기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며 “한 단계, 한 단계 계획을 이루면 작은 성취감들이 쌓여 어느새 최종 목적지에 다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강군은 일본 지역 전문가가 되기 위해 일본의 다양한 사회·문화 정보를 수집했다. 실제 그의 책상에는 직접 만든 도쿄 지하철 전도가 붙어 있고 가보지 않고도 노선을 파악하고 외울 수 있을 정도로 보고 또 봤다. 특히 나홀로 떠난 도쿄 여행이 큰 도움이 됐다.
유학을 준비하면서 가장 큰 걸림돌은 부족한 입시 정보였다. 지방 소도시인 전남은 서울·부산 등 타 도시에 비해 외국 문화와 외국인들과의 교류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강군은 “지역에는 유학에 필요한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학습을 도와줄 학원들이 없었다”며 “일본어 능력시험과 유학 시험, 토플 영어 등은 인터넷을 활용해 독학으로 어느 정도는 완성할 수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입시를 위해 필요한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가장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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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속한 환경을 내가 원하는 좋은 환경으로 갑자기 바꿀 수는 없다. 경제·교육 환경 문제 등 부족한 부분이 많을지라도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뚜렷한 꿈과 목표와 의지만 있다면 과정이 조금은 더 힘들고 더딜지라도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또 경제적인 지원도 마련할 수 있다.
강군은 “우리 지역에는 전남도 ‘으뜸인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인재를 찾아 키우는 제도들이 기다리고 있다”며 “어려운 형편에 공부만 한다고 될까 고민했던 저 또한 도움을 받아 좀 더 원활하게 꿈에 다가갈 수 있게 됐듯 꿈과 목표를 정하고 찾아 문을 두드리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반일 불매운동에 대해 강군은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마땅히 취할 수 있는 행동이었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대화와 교류 없는 단절과 강경한 맞대응만으로는 한일 관계를 풀어갈 수 없고 서로 간의 피해만 늘어난다”며 “지금은 역사·정치적 배경과 전 세계에 닥친 긴급한 문제들로 해결의 기미는 요원하지만 각 나라의 입장과 뿌리 깊은 국민 의식들의 원인을 연구하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끝으로 강군은 “일본은 늘 우리나라와 정치·경제·사회·문화면에서 영향을 주는 만큼 일본의 사회문제를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에게 닥칠 문제들을 진단하고 대비해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등 국제 관계 속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번영을 이루는데 한 역할을 담당하는 인재가 되고 싶다”고 꿈을 이야기했다.
그는 또 “과거의 짧은 시간 일본이 우리나라를 리드했다면, 이제는 경제·문화적 성장을 바탕으로 선조들이 그러했듯 우리가 일본을 이끌며 국제 사회에서 중추가 되는 시대를 만들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임후성 기자
임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