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집의 역설 / 김일태 |
| 2021년 11월 16일(화) 19: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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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마 되지 않는 시절에 외지를 방문하게 되면 소위 지역의 맛집을 찾기란 힘들어서 온갖 인맥을 동원해서 찾아 가곤하였다. 이제는 웹이나 스마트 기술의 발전, 플랫폼 기업의 성장으로 인터넷이나 휴대폰에서 정보를 교환하는 시스템 덕분에 전국이나 세계의 맛집과 관련된 위치, 메뉴, 영업시간, 리뷰 등을 알아보는 일이 하나의 일상생활이 되었다. 특히 식당들은 언론매체에 소개되면서부터 맛집으로 소문이 나게 된다. 이들 맛집들은 TV와 라디오, 신문, 잡지 등에 소개된 프로그램의 기사나 유명 인사들의 방문록이나 사인 등을 대대적으로 식당의 외부나 내부에 도배하고 홍보하는 일에 열중한다. 그러나 우리는 음식 맛과 반찬, 가격, 서비스, 조리위생 등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것과는 달리 엉망으로 낭패를 당하거나 배신감을 느낀 고객들의 형편없는 리뷰를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현실에서 맛집은 고객들에게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만 고객들에 의해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의 리뷰나 카페, 블로그를 통해서 피드백되는 정보가 맛집의 명성을 훼손시키는 ‘맛집의 역설(paradox of gourmet restaurant)’을 초래하게 된다. 이것은 고객들이 전국 식당의 메뉴를 식객들의 개인적 입맛과 홍보용 서비스로 언론매체에서 품평한 비대칭 정보에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써 최악의 맛집을 역선택하는 상황에 직면하거나 맛집의 상업화와 평준화, 그리고 식당의 서비스 제공에서 도덕적해이로 고객의 맛과 취향을 따라가지 못하고 맛집이라는 브랜드 이름에 안주하는 것을 뜻한다. 맛집의 명성은 연예인들, 유명 셰프들, 식객들의 요란한 방문과 사인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묘하면서도 다양한 빛깔을 지닌 메뉴와 특유의 분위기 및 서비스를 잊지 못해서 다시 찾아오는 고객의 입맛에 의해서 쌓인다.
또한 과거에는 동일한 메뉴이지만 지역에 따른 식재료와 조리 방식, 양념으로 메뉴의 차별화가 있어 왔다. 지금은 한국의 전통적인 메뉴조차도 음식의 레시피를 통해서 특유의 맛은 사라지고 전국적으로 천편일률적인 맛의 평준화로 레시피와 재료를 독점하는 가맹점의 형태를 지닌 프랜차이징이 되어가는 경향이 심하다. 이런 프랜차이징(franchising)은 경영방식을 개발하여 성공한 기업이 확장하고 싶을 때 자원(자본과 유능한 경영자)의 희소성에 직면하거나 관리의 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한 가맹업으로 주로 패스트푸드 식당(맥도날드 등), 호텔(힐튼 등), 소매 자영업(치킨 집 등)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우리 주위에서 수십 년 동안 맛의 비법을 지킨 맛집은 프랜차이징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다. 레시피 맛집은 음식의 특유의 맛은 사라져 버리고 어디에 어느 식당에 가서 먹든지 입맛이 같은 메뉴가 판치는 경쟁으로 결국 장사를 접게 된다.
이런 현상은 식당이나 레스토랑이 독점적 경쟁시장이라는 속성에 기인한다. 다수의 자영업자나 기업들은 식당의 메뉴와 분위기가 동일하지는 않지만 매우 비슷한 메뉴와 서비스를 공급하고 동일한 고객 집단을 대상으로 경쟁하는 시장구조이다. 식당은 소자본과 자영업으로 자유로운 진입이 가능한 업종이어서 맛집들은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비가격 경쟁으로 정보를 남발하게 되고 홍보에 의존하게 된다. 또한 언론의 과다한 맛집 소개와 발굴, 이에 편승한 식객들과 셰프들의 지나친 맛의 상업화와 표준화로 고객의 맛을 만족시키지 못한 채 경쟁을 지탱하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이제 맛집은 메뉴의 특유한 맛을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맛의 비법과 서비스를 지키는 장인 정신(匠人精神)을 바탕으로 ‘고객을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신뢰의 명성을 얻어야 고객의 변치 않는 사랑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