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양건설 마형렬 회장 회고록(1) '맨발로 달려온 외길' |
| 2021년 11월 23일(화) 15: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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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80'이 화살처럼 지나가버렸다.
불가에서는 '인생 80'이 찰라에 불과하다고 말하지만 뒤돌아보면 그리 짧은 세월도 아니다. 일제 침략기에 태어나 전쟁을 겪었고 조국분단의 상황에서 겪어야 했던 혼란과 이데올로기의 싸움, 그리고 군사독재 시절을 거쳐 지금의 민주주의를 이룩하기까지의 내 인생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동방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이 숱한 시련과 좌절 속에서 오늘의 번영을 이룩했듯 내 작은 인생도 실의와 좌절 속에서 꽃피운 눈물겨운 결실이었다. 때론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 가시밭길을 헤쳐야 했고, 때론 생사를 가르는 길목도 여러차례 넘나들었다.
그러나 '해냄' 뒤의 기쁨을 알았기에 결코 쓰러지지 않았다. 한 걸음 한 걸음 쉬지 않고 걸었다. 설사 길을 돌아가는 일이 있더라도 멈춰 서지는 않았다. 그것이 오늘의 남양을 있게 한 힘이었는지 모른다.
회고록을 펴면서 제목을 무엇으로 할까 많은 고심을 했다. 내가 살아온 날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마땅한 말을 찾기 위해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 '불굴의 사나이' '달걀로 바위를 깨는 사람' '큰일 낼 사람 큰일 낸 사람' 등이었다. 가까운 사람들이 듣기 좋은 얘기를 건냈을 줄 알지만 내가 살아온 인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돌아보면 참으로 험난한 여로였다. 남들처럼 쉬운 길을 갈 수도 있었는데 원칙과 소신을 지키기 위해 험난한 길을 걸었던 것이 한 두번이 아니다. 정말 잘 안되는 줄 알면서도 끝까지 부딪쳐 산산이 깨어지는 아픔을 수없이 겪었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그 같은 길을 갈 것이다.
'막히면 뚫고 닫히면 열고'. 이는 나를 잘 아는 언론인이 붙여준 책명이지만 그만큼 나를 잘 표현한 말도 없겠다 싶어 그대로 정했다.
나는 건설인으로서 현대건설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일으킨 고(故) 정주영 회장을 존경한다. 특히 그의 '하면 된다'는 불굴의 정신과 열정, 그리고 난관을 풀어가는 아이디어에 경의를 표한다. 물론 나와 비교할 수 없는 큰 분이지만 사업을 하면서 그 분을 닮으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고백한다. 특히 경부고속도로 소백산맥 터널공사 때 보여준 불구의 사명감과 '수판을 엎어버린' 기업가의 정신은 후세 사람들이 본받아야 할 것이다. 서산간척지 공사 때 '정주영 공법'으로 불리는 유조선 공법을 통해 4만7천만 평의 국토를 새로 만들어 낸 뚝심, 그리고 사우디의 주베일 산업항 건설공사 때 거제조선소에서 10층짜리 건물크기의 자켓을 만들어 인도양 걸프만까지 바지선으로 운반하자는 구상 등은 정회장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생각하는 불도저'. 나는 지금도 고 정주영 회장을 생각하면서 의욕을 다지곤 한다. 성공은 신념을 가진 자에게만 주어지는 기회이자 선물이다.
돌아보면 나는 참으로 여러 차례 죽음이 고비를 넘겼다. 초등학교 시절 동네 앞 팽나무에서 떨어져 죽을 뻔하기도 했고, 모략에 의한 세무조사로 천문학적인 벌금을 물어야 했던 일, 또 김대중 정부 때는 대구의 C건설과 똑같은 케이스로 회사의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쓰러지지 않았다. 기업을 하면서 티끌만큼도 잘못이 없다는 것은 대한민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세무조사나 사정기관의 조사에서도 이렇다 할 잘못이 발견되지 않았다. 호시탐탐 나를 주시하고 있는 세력이 있다는 것 때문에 긴장하면서 정직하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나와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지만 '우정에도 원칙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골프에서도 철저히 원칙을 지키는 바람에 나와 운동을 꺼리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이러한 나의 신념은 회사운영에서도 마찬가지다. 출장을 제외하고는 새벽에 샤워를 마치고 아침 6시 40분 출근하는 것을 어겨본 적이 없다. 어느 해 겨울에는 출장에서 돌아오다가 눈에 파묻혀 새벽 4시에 광주에 도착했지만 어김없이 5시에 샤워를 마치고 정확히 출근했다. 이 일은 남양직원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는 건설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이지만 단순히 돈을 버는 사업자로서가 아니라 기업인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려 했다. 약간의 명예욕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공인으로서도 참으로 많은 활동을 했다.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민주평통 부의장, 광주·전남승마협회장, 광주생활체육협의회 회장, 새마을금고 광주·전남연합회장, 건설협회 전남도 회장, 대한건설협회장, 여수엑스포전남유치위원장,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등 셀 수 없이 많다.
공인으로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도덕성에서는 문제가 없어야 하고 자기 희생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된다. 실제론 대한건설협회 회장 시절에는 회사의 일을 거의 보지 못할 정도였다. 때문에 건설공사 수주도 크게 저조했다. 그러나 나는 이런 일들을 기쁨으로 받아들였다.
나는 건설인은 작품으로 말한다는 신념으로 살았다. 최근에 언론사를 인수했지만 거의 외길인생을 살아왔다. 보람으로 느끼는 것은 1,800석의 회전무대를 갖춘 광주문화예술회관과 광주시민의 자존심을 지켜준 광주월드컵경기장 등 우리 지역의 대표적인 현대 건축물을 남양건설이 시공했다는 것이다. 이 건물들을 영원히 광주의 문화유산으로 남을 것이 아닌가.
평생 회사를 경영해온 사람으로서 리더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덕목을 말하려 한다면 '열정'이라고 하고 싶다. 직원들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많을수록, 사람을 아낄수록 성공한다는 것이다. 또한 GE의 잭 웰치 전회장이 말한 것처럼 조직원들이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확실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실패한 아이디어도 보상해주어야 청조적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회고록이 내 부끄러운 삶의 기록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사람들과의 인연을 고이 기억하고 싶었다. 집필을 도와준 지형원님과 출판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또한 오자나 탈자, 주관적인 표현이 있더라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