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남해 바래길 7코스(남파랑길 40코스)

이국적인 독일마을과 편백나무 향기 따라 걷는 길

2021년 11월 23일(화) 18:47
야트막한 산을 등지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독일마을은 앞으로 펼쳐지는 바다풍경이 그지없이 아름답다. 하얀 벽체와 붉은 지붕으로 지어진 건물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독일의 어느 마을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난다.
바래길 7코스가 시작되는 물건리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도로에서 내려다본 물건방조어부림과 푸른 바다가 포근하고 시원하다. 독일마을에서 독일풍 건물들이 이색적인 모습으로 맞이한다. 야트막한 산을 등지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독일마을은 앞으로 펼쳐지는 바다풍경이 그지없이 아름답다.

독일마을은 1960년대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독일로 떠나야만했던 파독 광부, 간호사들이 은퇴 후 귀국하여 정착한 마을이다. 이곳 독일마을은 2003년 단지조성공사가 마무리돼 70여 동을 지을 수 있는 택지를 분양했다. 하얀 벽체와 붉은 지붕으로 지어진 건물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독일의 어느 마을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난다.

독일마을 가장 위쪽에 독일광장이 만들어졌고, 2014년에는 독일광장에 파독전시관이 들어섰다. 독일광장에는 독일식 식당과 독일맥주집, 독일공방 등이 들어서 있다. 이국적인 풍경과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때문에 독일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많다.
바래길은 꽃내라 불리는 하천을 따라 길게 이어진다.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냇가에는 갈대들이 하얗게 꽃을 피웠다. 갈대꽃은 물위에다 자신의 모습을 닮은 그림을 그려놓았다.

독일광장을 지나 도로 갓길을 따라 걷는다. 정면으로 마을과 농경지가 높지 않은 산에 둘러싸여 있다. 잠시 도로를 따라 걷다가 화천이라 불리는 하천을 만난다. 화천(花川)은 우리말로 ‘꽃내’다. 봄이 되면 피었던 꽃이 물에 떨어져 흘렀다고 해 ‘꽃내’라고 불렀다. 화천은 남해편백자연휴양림에서 화천마을 앞까지 10㎞에 이르는 긴 골짜기를 이루는데, 이 골짜기를 ‘꽃내권역’이라 부른다. 꽃내권역에는 8개 마을이 둥지를 틀고 있다.

바래길은 화천을 거슬러 올라간다. 화천 건너편 길가에서 거목을 이룬 느티나무 한 그루가 오가는 길손을 맞이한다. 거대한 우산 모양을 하고 있는 느티나무는 겨울 날 준비를 마쳤다. 화천은 맑은 물이 흘러내리고, 냇가에는 갈대들이 하얗게 꽃을 피웠다. 갈대꽃은 물위에다 자신의 모습을 닮은 그림을 그려놓았다.

화천 건너편에 봉화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마을 앞 농경지는 대대로 봉화마을 사람들의 생활터전이 돼준다. 길은 하천 제방을 따라 이어진다. 잠시 도로를 따라 걸을 때는 단풍나무가로수가 길안내를 해준다. 봉화마을에서 내산저수지 아래까지 약 3㎞에 걸쳐 단풍터널을 이룬다.
화천을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 작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공원에는 푸른 잔디밭 위에 배낭을 메고 하이킹하는 남녀, 토끼 한 쌍 등을 형상화한 조각 작품이 세워져 보는 사람을 흐뭇하게 해준다.

화천을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 작은 공원이 조성돼 있다. 공원에는 푸른 잔디밭 위에 배낭을 메고 하이킹하는 남녀, 토끼 한 쌍 등을 형상화한 조각 작품이 세워져 보는 사람을 흐뭇하게 해준다. 공원 오솔길에 심어진 느티나무, 단풍나무들이 붉은 색을 띠면서 만추의 정취를 가져다준다. 공원 옆으로는 맑은 물이 흘러 여름철에는 족욕을 해도 좋을 듯하다.

하천 건너편 양떼목장에서는 아이들이 양과 친구가 돼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 남해 양떼목장 양마르뜨언덕은 푸른 초원이 펼쳐진 체험목장이다. 양떼목장 앞을 지나 화천을 따라 걷는다. 단풍나무 가로수와 물가에 하얗게 핀 갈대숲이 조용히 사색하며 걷기에 좋다. 하천 곳곳에 놓인 징검다리가 정다움을 더해준다.

점점 깊어지는 골짜기는 이곳이 섬이라는 사실조차도 잊게 만든다. 화천을 이루고 있는 골짜기는 500-600m 높이의 산으로 뒤덮여 육지의 깊은 산골을 연상케 한다. 맑은 물이 흐르는 화천 주변에는 좁고 길게 농경지가 이어지고, 종종 산자락에 마을이 둥지를 틀었다. 마을이 깊은 산골짜기에 자리하고 있어 이름도 내산(內山)마을이다.

내산마을을 지나자 내산저수지 제방이 시야를 가로막는다. 제방위로 올라서자 꽃내권역을 이룬 깊숙한 골짜기에 자리한 마을과 농경지가 평화롭게 바라보인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농경지와 마을이 한없이 포근하다.
바람과 예술이 만나는 곳, 바람흔적미술관은 이름만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붕긋붕긋 솟은 봉우리들이 내산저수지와 조화를 이뤘다. 잠시 도로를 따라 걷자 저수지 물가에서 바람흔적미술관이 손짓한다. 미술관에서 수많은 바람개비가 맞이한다. 내산저수지 옆 야외에 설치된 바람개비를 바라보고 있으니 ‘바람흔적미술관’이라는 이름에 수긍이 간다.

바람과 예술이 만나는 곳, 바람흔적미술관은 이름만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미술관은 야외의 바람개비 작품과 건물 내부전시실로 구성돼 있다. 바람흔적미술관은 2005년 최영호 작가가 만든 사설미술관이다. 외딴 섬 산골에 설치된 미술관이지만 매달 끊이지 않고 전시가 이뤄진다. 오늘도 두 개의 전시실에서 서양화가 전시되고 있다.

미술관을 나와 남해편백자연휴양림 방향으로 통하는 도로를 따라 걷는다. 도로 끝에는 편백자연휴양림이 있지만 바래길은 중간에 작은 계곡을 건너 임도로 들어선다. 임도는 내산저수지 최상류 산자락을 돌아 고도를 높여간다. 임도 주변에는 소나무, 졸참나무, 물오리나무 등 여러 종류의 나무들로 숲을 이루고 있지만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주를 이루고 있다.

길섶에서는 구절초, 쑥부쟁이, 용담 등 여러 야생화들이 늦가을 정취를 듬뿍 가져다준다. 편백나무 향기 그윽한 임도는 구불구불 이어진다.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걷기에 그지없이 좋다. 산비탈을 진한 녹색으로 장식한 편백나무 숲이 청신하다. 바다가 보이는 고갯마루에서 2층 팔각 전망대가 기다리고 있다.
고갯마루 전망대에 서니 남쪽으로 바래길 7코스 종점인 천하마을이 내려다보이고,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남서쪽에서는 작은 산봉우리들 너머로 여수 돌산도와 금오열도를 이룬 섬들이 바다와 함께 다가온다.

고갯마루 전망대에 서니 남쪽으로 바래길 7코스 종점인 천하마을이 내려다보이고,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남서쪽에서는 작은 산봉우리들 너머로 여수 돌산도와 금오열도를 이룬 섬들이 바다와 함께 다가온다. 바래길 7코스는 시작점인 물건마을과 종점인 천하마을을 제외하면 바다를 만나지 않는다.

임도를 따라 천하마을로 내려선다. 임도변에는 억새가 도열해 있다. 역광을 받은 억새가 은빛으로 반짝이며 미소를 짓는다. 굽이굽이 몇 굽이를 돌고 돌았을까? 천하마을과 바다가 가까워졌다. 조그마한 천하저수지에 도착했다. 천하마을 주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저수지다.

저수지 아래에 천하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천하(川下)마을은 ‘내아래’라는 의미다. 원래 내아래마을로 불리었는데, 한자로 표기하면서 천하마을이 됐다. 천하마을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면서 남해 바래길 7코스 걷기가 끝난다. 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19번 국도가 지나는 이곳 도로에는 주말이라 차량통행이 많다. 도로 아래 해변에 천하몽돌마을이 바다와 함께 어울려있다. 다음 코스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남해 바래길 7코스는 다른 코스와는 달리 바다를 벗어나 ‘꽃내’라 불리는 하천을 따라 깊은 내륙 산골을 걷는 길로, 이국적인 독일마을과 바람흔적미술관, 편백나무향기를 맡으며 걷는 길이다.
※코스 : 물건마을 버스정류장→독일마을→내산마을→바람흔적미술관(내산저수지)→남해 편백자연휴양림 임도→천하마을 버스정류장
※거리, 소요시간 : 17㎞, 6시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물건마을 버스정류장(경남 남해군 삼동면 동부대로 1030번안길 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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